우리 고유의 김치의 국제용어는‘kimchi’다. 그런데 외국에는 일본 사람들이 말하는 ‘기무찌(ギムチ)’가 그 원산지인줄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분명 김치는 오랜 전통의 순수한 음식이요, 우리 할머니, 어머니들의 정성과 혼이 담긴 음식임에도 불구하고 김치냐, 기무찌냐라는 것에 대한 논란이 아직도 일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벌써 25년 전 필자가 일본 주재원으로 근무할 때의 이야기다. 우리의 김치가 우수한 식품으로 각광을 받자 약삭빠른 일본 상혼이 나가노현(長野縣) 에 직접 김치공장을 세우고 대량생산을 시작했다. 한국의 김치맛을 능가하는 발효식품을 개발하여 전 세계에 수출하겠다는 의욕을 가지고 한국의 김치에 도전장을 낸 것이다. 그때 일본 매스컴들은 이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한국의 반응은 전연 딴판이었다. 김치는 아무리 과학적으로 연구하더라도 오랜 전통과 어머니의 손맛에 의해 맛이 정해지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따라올 수 없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수수방관 하고 있었다. 그 이후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 팔리는 김치는 ‘김치’가 아닌 ‘기무치’가 되고 말았다. 지금은 어떤가. 국내에서는 물론 중국등지에서 맛있고 취향에 따라 골라 먹을 수 있는 김치를 기업들이 대량생산 하고 있다. 그 사이 어머니들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김치시장을 기업들에게 거의 빼앗기고 말았다.
얼마 전 창업 10년 만에 200여명의 종업원으로 늘어나고 지점도 30여개로 확장되면서 해외까지 진출하려는 야심찬 CEO를 만났다. 그분은 지금의 회사 규모에서 만족하지 않고 대기업, 아니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는 모든 것을 내 생각과 경험으로 경영을 해왔습니다. 바꿔 말하면 손맛에 의한 경영이라고나 할까요? 그런데 회사가 더 크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저의 한계를 느끼고 있습니다. 회사가 시스템에 의해서 조직적으로 경영돼야 할 것 같아 대기업의 시스템 경영을 배워 제대로 된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시스템경영’의 실체가 무엇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컨설팅회사의 한 컨설턴트는 “인적관리가 아닌 시스템적 관리이며, 사람중심이 아닌 회사 조직력 중심 관리이고, 정보화를 통한 관리”라고 설명한다. 이런 회사들은 회사 구석구석까지 규범이나 일과 프로세스에 대한 표준이 돼 있다. 인력관리, 성과관리, 인사제도, 감사 업무 등이 모두 제도와 시스템으로 구축돼 있기 때문에 한두 사람에 따라 좌지우지될 가능성이 낮다.
기업규모가 어느 정도 될 때까지는‘사람에 의한 경영’이 가장 효과적이며 또한 돈이 가장 적게 드는 경영이다. 그래서 창업자들은 쉽게 이런 경영을 버리지 못 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에 의한 경영’에는 한계가 있다. 사실 창업1세들은 아끼는 것만큼 바로 이익이 더 난다는 개념이 굳어 있어 유능한 인재를 영입하여 높은 보수를 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
설령 유능한 인재를 뽑아 많은 보수를 주고 일을 시켜보아도 자기만큼 잘 알지도 못 하고 열심히 일 하는 것 같지도 않아 결국은 오래 동안 자기와 동고동락해온 심복(?) 몇 사람하고만 다시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이것이 ‘사람에 의한 경영’표본인 것이다.
중소기업이나 벤처 기업들은 조직이 어느 정도 커지고 인원이 늘어나면 제도와 관리 시스템에 의해서 조직을 관리하도록 달라져야함에도 불구하고 과거 수십 명이 일하던 경험에 매달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중소기업에서는 서비스의 경우 70~100명, 제조업의 경우 200~300명이 넘게되면 이미 CEO 한사람의 관리의 한계(Span of control)를 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제도나 시스템에 의한 경영을 시작해야할 착수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사람을 뽑고, 배치하고 성과를 관리하여 보상을 해주는 인사관리방식의 제도화가 제일 우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중소기업 CEO들은 자신의 성공과 무용담만 이야기할 뿐 전략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우량 중견기업, 글로벌 강소기업인 히든 챔피언이 많이 나타나려면 경영자들이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덫에서 과감히 탈피해야만 한다. 어머니의 손맛은 글로벌화 시대에 그저 아름다운 추억일 뿐이기 때문이다.

가재산
(주)조인스HR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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