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위한 몸부림인가. 몇날 며칠을 강원도 오지속을 헤메고 다니고 있다. 적당한 포인트만 찾아 소개해주면 그만인 것을 명치 끝이 아려올 정도로 발버둥을 치고 있다. 우리네 아름다운 산하를 얼마다 더 망가뜨려야 직성이 풀리겠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에겐 입이 있어도 할말은 없다. 하지만 변명 같아도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는 소개를 할 것이고, 더 구질구질한 변명 같지만 아름다운 것은 서로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 지론이다. 단지 보는 것으로 그저 즐기는 것으로 만족했으면 하는 바람 일 뿐이다. 지나친 욕심 탓에 우리 산하는 망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온 산하에 물이 오르고 있다. 지역마다 많은 차이가 있지만 강원도에는 봄나물이 한창이다. 봄이면 몸살이 날 정도로 산나물을 뜯으러 다니는 필자가 올해는 꿈쩍도 못하고 일에만 쫓겨다니고 있다. 가야할 곳은 많은데 자연은 기다려 주질 않는다. 온 자연에 초록물이 들면서 마음만 분주해졌다.
얼마전 방태산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런데 의외로 평일에도 휴일에도 차량통행이 눈에 띄게 줄어든 듯하다. 경기가 어려워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아직까지 자연의 아름다움이 없어서 일까.
설피밭이 있는 곰배령에는 지금쯤 얼레지, 참나물, 곰취를 비롯한 온갖 봄나물이 만발해 있을 테지만 발길을 아침갈이골로 돌렸다.
방태산휴양림이야 이제 소개를 하지 않아도 그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익히 알려져 있는 듯하다. 방동약수터에 잠시 들러 물맛을 보기로 한다. 먼저 약수를 뜨러 온 초로의 사람들을 만났다. 서울에서 왔다는 그들은 약수통만 해도 10개가 넘는 듯하다. 왜 이렇게 많은 물이 필요냐고 물어보니 위가 편안해진 것 같아 한달 분량을 떠간단다.
흐르는 물이고 솟구치는 자연수니 많이 떠간다고 별일이야 있겠느냐만은 물맛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에 비춰보면 자연은 무언가 말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닐는지. 물 한모금에 만족하고 이곳에 거주하고 있는 허리가 많이 구부러진 할머니를 만났다. 조막만한 채마밭에 파를 심기 위해 괭이질에 여념이 없다. 여든살 가깝게 됐다는 이곳 토박이 할머니. 물맛이 많이 약해진 것 같다고 했더니 조심스럽게 ‘자꾸 그런 말하면 물맛이 더 약해진다’고 입조심을 시킨다. 어쩌면 할머니는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약수터를 벗어나 아침갈이골로 발길을 돌린다. 예전 비포장일 때는 길이 험해 돌아나와 버린 곳이다. 지금은 시멘트 포장을 해 둬서 가파른 고갯길이 다소 쉬워지기는 했지만 언덕받이는 여전히 난코스다.
고갯길을 내려서자 비포장길이 이어지고 이내 조경동 계곡으로 나서면 포장길이 나타난다. 수해로 인해 망가진 듯한 다리를 건너다 반갑게 집 한 채를 발견한다. 개가 짖고 있으니 사람이 살고 있는 게 분명하다. 제법 넓은 평지가 있는 것을 보니 예전엔 사람이 많이 살았던 듯하다. 게다가 분교까지 자리잡고 있었으니 예전 모습을 짐작하기는 별로 어렵지 않다. 조심스럽게 조경동 분교를 향해 달려간다. 도로에 자갈이 많은 것은 물론 산속에서 흘러나온 물로 길이 질퍽거리기까지 한다. 차창을 스치는 나무들. 길을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은 벌목작업에 여념이 없는 인부들뿐. 그들을 만난 것만으로도 반가운 일이다.
이 아침갈이골은 한자로는 조경동(朝耕洞)이다. 아침갈이란 이름의 유래는 아침에 밭을 갈면 더 이상 갈 만한 밭이 없다해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아침에 잠시 밭을 갈 정도의 해만 비치고 금세 져버릴 만큼 첩첩산중이라 해서 지어졌다. 수만평에 이르는 지역이 야생화 천국이다. 맑은 물과 계곡을 따라 펼쳐진 원시림은 가히 우리나라의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비경을 자랑한다.
■자가운전 : 서울-양수교-6번 국도-용두리삼거리-44번 국도-홍천4거리의 철정3거리에서 우회전해 451번 지방도 이용-고석평교에서 31번 국도이용. 인제방면가다 방대교 우회전-353번 지방도 따라 7.9km-휴양림 팻말 따라 우회전-마을 초입에서 방태산과 방동약수 가는 길이 나눠진다. 방동약수로 들어가지 말고 곧추 직진하면 아침갈이골이다.
■별미집&숙박 : 두무대 송어장, 진동리 산채가 등 토속음식점이 있다. 숙박은 방태산휴양림(033-463-8590)이나 진동리에 있는 6백고지 언덕 밑에 자리잡고 있는 하얀집(033-463-2161), 아침가리산장(033-463-7790) 등이다. 그외 셔틀이 운행되는 쇠나드리민박(033-463-7790)집이나 세쌍둥이네 풀꽃세상(033-463-2321)이 있다. 이 밖에 설피산장(033-463-8153)과 하늘찻집(진동2리, 033-463-2919)을 비롯해 여럿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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