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께서는 대도(大道)가 행해지면 모두가 행복해지는 이상향의 사회인 대동사회(大同社會)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대도가 행해지는 세상은 공명정대(公明正大)한 사회를 일컫는다. 공정한 룰에 의하여 조금은 부족하더라도 자신이 가진 적성과 능력에 맞는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여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이 조성돼져 있는 세상이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 역시 광복절 경축사에 연이어 공정과 상생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집권 후반기를 시작하고 있다. 대기업과 사회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공정과 상생이라는 화두를 꺼내든 것에 내심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정과 상생이라는 단어가 과거 정권에서도 쓰이기는 했지만 지금에 와서 새삼스럽게 충격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기업프렌들리 정책으로 정권을 열었던 대통령이기에 더욱 그러할 것이다.
대통령이 직접 그 파급효과를 감내하고 공정과 상생을 계속해서 강조하는 것은 현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하고서는 더 나은 미래를 열어갈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공정과 상생은 과거 정권에서도 수없이 되풀이되던 단골메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되풀이되는 것은 법과 제도가 그에 따라가지 못해서거니와 무엇보다도 인식이 제대로 변화하지 못해서이다. 대통령은 바로 이러한 인식의 대전환을 요구함이 분명하다. 인식의 전환이 없고서는 법과 제도가 아무리 준비돼있고 바뀐다한들 제대로 운영하고 적용해나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점에서 공정과 상생은 평등한 관계를 필수 조건으로 삼아야 한다. 평등한 관계는 동반자의 마음, 배려하는 마음, 차별하지 않는 마음을 일컫는다. 또한 『대학(大學)』에서 이르기를 “한 집안이 어질게 되면 한나라가 어질게 되고, 한 사람이 욕심이 많으면 한 나라가 난(亂)을 일으킨다” 했으니 스스로를 바로 세운 뒤 다른 이에게 바로서기를 권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요소들이 충족되지 않는 사회는 갑과 을의 관계, 주와 종의 관계의 틀에 얽매어 함께 가는 사회가 아니라 이끌려가는 사회를 만든다. 이끌려가는 사회는 소수의 강력한 리더십 아래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누군가의 희생을 무릅쓰고서라도 무조건 앞만 보고 전진하게 하는 피동적인 성장방식과 사고(思考)를 말한다. 이러한 방식은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성과를 얻어내는 장점을 가진다. 현재의 세계를 선도하는 자랑스러운 한국인과 기업들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더 이상 크게 발전하지 못하고 정체돼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지금의 우리의 모습이다. 경제성장은 선진국에 버금갈 정도로 이뤄내었고, 세계적인 인물과 기업들이 탄생하고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관계에서는 여전히 불공정한 거래관행과 과도한 원가절감 요구, 기술 빼앗기 논쟁이 벌어지고 사회에서는 빈부격차로 인한 기회균등의 상실에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 등이 심해졌다.
기업 간, 사회 간의 양극화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와 갈등들이 더 이상의 발전을 허락하지 않는 장애로 자리 잡게 되면 빈부의 틀이 고착화되고 구조적으로 변화할 수 없게 돼 더 나은 미래를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 돼서는 우리는 선진국을 바라보기가 요원해진다. 그러므로 이를 해결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기본을 다지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앞서 표방한 것처럼 더 이상 공정과 상생의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를 주저해서는 안 된다.
그동안 대통령이 친기업적인 정책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이 시점에서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동반자적 관계를 강조하는 공정과 상생을 들고 나온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본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듯이 대통령의 재임기간동안 모든 것을 완성하고 해결해 나갈 수는 없다.
새로운 미래를 위하여 화두를 던지고 그 화두를 기반으로 잘못된 것을 바로 잡으며 다음에도 그 정책의 유효성이 연속될 수 있도록 기반을 다져 놓는 것에도 큰 의미와 중요성이 있다고 본다. 그런 만큼 이번에는 제대로 우리 사회에 공정과 상생이 뿌리내려져 이를 기반으로 정치, 경제, 사회의 모든 분야가 융합하여 진정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힘으로 작용하기를 기대해본다.

홍완표
(주)신일바이오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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