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1천만명을 훌쩍 넘기며 지난해 최고 흥행작 반열에 오른 ‘해운대’란 영화가 있다. 해운대에 시속 800km의 엄청난 쓰나미가 밀려오는 가운데 살아 남기위해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다. 해운대 일대도 쓰나미의 안전지대가 아님을 수차례 경고하지만 당국이 이를 무시하면서 결국 수백만의 휴가 인파가 목숨을 잃게 된다. ‘설마의 방심’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잘 보여주는 영화다.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본격화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전 세계를 휩쓴 엄청난 경제적 충격이었다. 이 역시 많은 전문가들의 충고와 국제금융기구의 경고를 무시한데서 비롯된 예견된 사태였다.
세계 경제위기가 우리에게 준 교훈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위기의 여파는 완전히 가라앉지 않았다. 미국은 대규모 구제금융을 쏟아 부어 급한 불을 껐지만, 아직도 불안감을 떨쳐버리지 못해 세계 경제의 불투명성이 여전하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경제위기에서 가장 빠르게 벗어나 세계의 모범국가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이제 겨우 위기 이전의 수준을 회복한 정도에 불과하다. 대외 의존도가 유별나게 높은 한국경제가 외풍에 언제든지 흔들릴 개연성은 충분하다. 지금의 한국 경제가 건강하게 제대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냉철한 반성과 자각이 필요하다.

大·中企 격차가 경제 약화 초래

우리 경제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취약한 점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 중에서도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경제 회복의 온기를 중소기업들이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넘기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생산지수 격차는 2008년 10.3%포인트에서 2010년 7월 31.1%포인트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생산자의 판매활동을 나타내는 출하지수 역시 2008년 7.4%포인트에서 2010년 7월 21.5%포인트로 크게 확대되었다.
대·중소기업간 양극화는 회복과정에 있는 한국경제의 근간을 송두리째 흔들 수도 있다. ‘납품단가 후려치기’는 대기업 등에게 당장의 이익이 될지는 몰라도 장기적으로 도요타 사태와 같은 심각한 후유증을 낳을 수 있다. 특히 중견기업이 취약한 호리병 모양의 국내 산업구조에서 현실적으로 중소기업의 뒷받침 없이는 안정적인 국가경제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넘어 한국경제가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대·중소기업의 상생 DNA 작동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고통은 나누면 반으로 줄고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된다”는 옛말도 있다. 어려울 때일수록 얼어붙은 마음을 열고 베푸는 ‘新상생바람’을 불게 해야 한다. 이로 인해 경제가 다시 제자리를 찾고 공존 질서가 원칙대로 돌아가는 공정한 세상이 된다면 분명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보장될 것이다.

상생으로 한국 미래 밝히자

에베레스트 산과 같은 세계 최고봉을 정복하는 자들이 매년 나올 수 있는 것은 7부 능선까지 치고 올라간 베이스캠프 덕이라고 한다. 베이스캠프는 수많은 기술개발과 시행착오를 거쳐 한발 한발씩 전진하는 수많은 중소기업을 비유한다. 묵묵하게 땀 흘리는 조력자 없이는 최고의 상품을 가지고 세계시장을 누비는 대기업이 나올 수 없다는 뜻이다.
대기업 총수를 비롯한 임직원들은 중소기업에 대해 진정으로 한 가족이라는 공동체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정부의 압박으로 마지못해 중소기업을 배려하는 생색내기용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단독생활을 고집하던 백두산 호랑이의 멸종이 주는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중소기업도 기업가 정신을 되살리면서, 끊임없는 원천기술 개발과 원가 절감을 통해 대기업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에서도 통하는 경쟁력을 갖춘 참신한 제품을 계속 창출해 내야 한다.
대·중소기업의 아름다운 상생 동행은 한국경제의 미래를 밝게 할 원동력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지원기관이 함께 어깨동무하여 다시 한번 뛰어보자. 중소기업 희망을 위해 파이팅!!

노강석
기업은행 IBK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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