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다른 나라가 외국의 기업이 하던 것을 모방하든지, 아니면 약간의 변형을 통해서든지 어쨌든 열심히 따라 하기만 하면 성장할 수 있는 나라였다. 그러나 따라 잡기식(catch-up) 발전으로는 후발국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고 선진국과의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다. 21C에 들어와서도 벌써 10년, 우리나라는 디지털 강국으로 발돋움하였지만 앞으로 다가올 시대인 유비쿼터스시대에서도 지금까지와 같은 발전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와 계획이 필요하다. 기존 기술·제품의 개량·응용을 통한 개선 정도로 국제무대에서 경쟁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유비쿼터스시대는 모든 분야에서 융·복합 현상이 다양하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u-정부는 우리나라에서 벌써 시작되고 있다. PDA, 휴대전화를 통한 각종 서류의 신청·접수, 발급까지 이루어지고 있다. 웹상에서의 선거로 선거비용의 감소가 이어지는 한편, 가상현실에서는 개인 정보의 유출 문제로 인한 개인의 권익·사생활 침해가 우려되고 있다. 문화면에서는 디지털 문화의 창조 및 소비, 강력한 미디어 힘의 발현, 트위터·페이스북·싸이를 통한 자기생각의 전파, 스마트폰을 통한 문화컨텐츠의 교환·판매 등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고 있다.

창의적 중소기업이 주인공

산업적 측면에서는 IT와 통신기술의 융·복합으로 쌍방간 소통을 넘어, 개인의 아이디어가 스마트 폰을 통해 거래되는 웹3.0시대가 전 세계적으로 도래하고 있다. IT·BT·NT 등 산업간 융합 및 문화와 산업의 화학적 결합으로 전혀 새로운 신산업이 창출될 것이다.
이와 같이 융·복합 기술은 현대과학 기술혁신의 보편적 현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융·복합 기술은 다양한 기술 요소가 화학적으로 또는 수평적으로 결합하여 기존 기술이 갖지 않은 신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기술의 융·복합은 기술혁신을 촉진하고, 이는 생산성 향상과 신제품 개발의 촉매 역할을 수행한다. 융·복합 기술의 활성화는 기업과 기업, 산학연간 협력의 문화를 정착하고 궁극적으로는 개인과 집단의 성과를 제고 시킬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가 따라잡기에서 벗어나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의 발견, 새로운 형태의 산업 창조, 기존 업종의 진화 방향을 기술의 융·복합을 통해 선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 융·복합 활성화의 장애요인을 파악하여 제도적, 정책적 해법을 발굴하고 개선해야 한다.

창의성 인정해야 상생 성공

정부는 ‘국가 융합기술 발전 기본계획(2009~2013)’을 수립하여 추진하고 있고, 중소기업과 관련해서 중소기업청은 기업간 협력과 이에 기반을 둔 융·복합기술의 활성화를 위한 촉매기구로서 중소기업 기술융·복합지원센터 5개를 새로이 지정하였다. 중소기업형 첨단 융·복합기술개발과제 발굴로 중소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을 지원하기 위한 중소기업 기술융·복합지원센터는 중소기업의 융·복합화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중소기업은 융·복합 시장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창조적 개인의 아이디어를 소중하게 여기고 신속하게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며 유연한 사고를 가진 중소기업은 이런 시대 상황에서 가장 효율적인 조직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대·중소기업 상생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대·중소기업간 상생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전개되고 있으나, 이것이 인위적인 협력만을 강요한다면 과거와 같이 한차례의 보이기 위한 행사로만 끝날 수 있다. 효율과 능률, 성과만을 강조하는 현대의 조직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단기적 목표달성이 개인에게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겨진다.
갑을관계의 뿌리가 깊고 단기적 성과가 성공의 열쇠인 사회에서 대·중소기업간 협력을 기대하는 것은 기대난인지도 모른다. 융·복합의 시대에 성공의 열쇠는 창의성에 기반한 중소기업이 다수 출현하는 것이고, 이들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인정해 주는 대기업의 존재이다. 조직의 장기성과에 따른 보상체계가 확립되고, 사회 다방면에 만연되어 있는 갑을문화가 시정되어야 우리나라가 융·복합의 시대를 선도할 수 있고 진정한 중소기업 상생이 이루어질 것이다.

심우일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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