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처럼 생각하고 경영하라

아이디오(IDEO)는 세계 최고의 디자인 컨설팅 회사로 정평이 나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 본사와 영국 런던, 중국 상하이 사무소 등에 500여 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는 이 회사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P&G, 펩시콜라, 노키아, 도요타를 비롯해서 삼성, 현대자동차, LG 등 글로벌 기업에 디자인 및 혁신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무엇이 이 회사를 세계 최강의 디자인 그룹으로 만들어 낸 것일까?
아이디오는 1978년, 27세의 청년 데이비드 켈리(David Kelly: 1951~)가 실리콘밸리의 심장부인 팔로알토의 의류상가 2층의 초라한 방 두 칸을 얻으면서 시작된 회사다. 스탠포드 대학의 디자인 석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보잉사에서 엔지니어로 근무를 시작했으나 “개인의 창의성을 무시한 채 하루 10시간씩 일하는 조직에서 평생 일할 수 없다”며 박차고 나왔다. 그는 처음부터 다른 방식의 회사 경영을 생각했다. 그것이 바로 ‘인간 중심의 디자인’이었다.
차츰 일거리가 늘어나고 직원들의 수가 늘어나자 그는 ‘어떻게 하면 회사 직원들이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켈리는 과감하게 권한 위임(Empowerment)경영을 시작했다. 권한 부여는 직원들의 사고방식과 삶을 변화시켰다. 권한을 부여하자 직원들은 기업의 가치를 공유하고 공동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전 직원은 노사의 구분 없이 새로운 동지애를 느끼기 시작했고, 마치 친구처럼 변해갔다. 그렇게 기업문화가 바뀌자 그들은 친구들과 놀기가 가장 쉽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고 그들이 놀기만 했을까? 켈리는 친구들에게 기업 성공의 필수적인 요소는 ‘혁신(innovation)을 통한 성장’이라고 설파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인간 중심 디자인이라는 혁신적 접근법을 취할 것을 부탁했다. 모든 사물을 이전과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라는 뜻이었다.
“사용자가 사용하기 편하고 아름답고 개성적인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 ‘인간 중심’ 이라는 것 외의 모든 것을 의심해야 합니다.”
켈리는 ‘공장에서 찍어내기 편하기 때문에’, 혹은 ‘처음부터 이렇게 만들어왔기 때문에’, 혹은 ‘이렇게 해야 제작비용을 최대한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등의 사고방식을 버릴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디자인에 제품 성능의 개선과 개성의 창조를 포함시켰다. 그들에게는 ‘IDEO Way’ 즉, ‘IDEO 방식’이란 게 생겨났다. 마케터, 심리학자, 의사, 인류학자, 경제학자를 비롯해 여러 전문가들이 모인 팀은 실행 가능성 있는 모든 디자인을 연구 개발한다.
아이디오의 연구프로젝트에는 제한이 없어졌다. 칫솔, 마우스, 가구, 장난감, 사무실, 자동차, 자전거 등등 하나의 프로젝트를 할당하면 고객들이 문제로 느끼는 이슈들을 해결할 수 있는 혁신적인 제품이 나올 때까지 매진한다.
창립 이후, 아이디오는 총 350개의 디자인 상을 수상했고, 1000개 이상의 특허를 취득했다. 2008년, 미국 경영 잡지 ‘패스트 컴퍼니(Fast Company)’는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 GE에 이어 아이디오를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innovative) 기업’ 랭킹 5위로 꼽았다. 1995년, 삼성전자가 1000만 달러를 투자해 아이디오와 손을 맞잡고 디자인 혁신 작업을 시작하면서 이 회사는 국내에서도 명성을 떨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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