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문지 포춘은 지난 3월 전 세계 42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순위에서 애플이 연속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50위권 기업들은 대부분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이었고, 일본의 도요타가 7위, 한국의 삼성전자가 42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이번 설문조사를 주도한 경영 컨설팅업체 해이 그룹의 멜 스타크 부사장은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들은 단기적인 이익에 타협하지 않고, 장기적인 전략에 집중하는데 특히나 우수했다”고 평가했다.
국내기업으로 유일하게 50위권에 포함된 삼성전자는 국내 기업 중 인지도와 영향력에서 단연 돋보이는 기업이다.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8명이 삼성전자를 가장 영향력이 큰 기업으로 꼽고 있다고 한다. 또한 대학생이 가장 취업하고 싶은 기업으로 7년 연속 삼성전자가 꼽히고 있다고 하니 대한민국에서 그 위상은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를 포함해 현대자동차, LG전자, 포스코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대기업들이 국민들에게 그만큼 존경을 받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최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이들 대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선전하면서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금융위기에서 빨리 벗어나는데 크게 기여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한국경제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위상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오히려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과거 개발시대에 있었던 정경유착의 이미지와 대중소기업간 불공정의 문제가 겹쳐지면서 대기업에 대한 국민의 불신 또한 전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이 이러한 대기업을 바라보는 두 가지 상반된 시각이 그대로 공존하는 모순된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사회는 대중소기업간 동반성장이 화두가 되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대기업 총수들과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위한 간담회‘를 열고 대기업의 자발적인 상생노력을 강조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대중소기업간의 불공정 하도급거래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으나 중소기업들의 불만은 여전한 상황이다. 더군다나 이러한 문제는 법을 제정하거나 고쳐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한순간에 해결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문제에 더해 대기업들에게 주어진 과제가 하나 더 있다. 대기업의 사업영역에 대한 문제이다. 법으로 대중소기업간 사업영역을 구분하는 것은 시장경제의 자율성을 해칠 수도 있고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간섭이 지나칠 경우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오히려 떨어뜨릴 수 있는 문제점도 있다. 그러나 대기업의 사업영역에 대한 문제는 대기업 자신을 위해 다시 한 번 신중히 고민해 보아야할 심각한 문제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대기업들이 기업형 슈퍼마켓(SSM) 진출 등으로 지역 중소상인들을 옥죄고 있을 뿐만 아니라 와인을 수입하고, 정수기와 안마의자 사업에 진출하고, 심지어는 웨딩사업에까지 손대고 있는 것이 국민들의 눈에 곱게 보일 리가 없다. 최근 모 대기업에서는 바이오시밀러사업(생물의약품 복제약)에 진출하겠다고 해 주목을 받았으나 이들 분야는 이미 국내 바이오벤처기업에서 개발에 성공해 전 세계적으로 임상을 진행하고 있는 분야인 것이다. 국내의 대표적인 대기업이 바이오산업에 진출하기 위한 목표였다면 복제약이 아닌 혁신적 신약이어야 했다. 예를 들어 최근 세계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슈퍼박테리아를 죽일 수 있는 항생제 신약을 개발한다면 명분과 실리를 모두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기업형 슈퍼마켓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사업은 더 큰 시장을 향해, 더 미래를 향해 개척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기존의 유통사업이 한계에 부딪힌다고 해 세계시장이 아닌 골목길로 찾아든다면 그 다음은 어디로 갈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대중소기업간의 문제이기에 앞서 대기업 자신의 미래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대기업들은 1위을 추격하는 것에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 왔다. 그러나 1위를 추격하는 것과 그 1위를 지켜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인 것이다. 대기업들은 이미 스마트폰이나 전기차 분야에서 경쟁사에 한발 뒤진 전략적 실패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경험을 교훈삼아 당장 눈앞의 이익만을 취하려 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전략을 세워 세계 1위의 자리를 지켜 낼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어야 진정으로 국민에게 존경받는 기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경수
(주)셀트리온 화학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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