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만큼 현실을 투영하는 것도 드물다. 더욱이 일시적인 유행어를 넘어 사전에 등재될 정도면 인간사회의 보편적 정서를 담고 있다고 보아도 좋다.
영어에 ‘아내를 너무 좋아하는 (uxori ous)’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가 있다. 과문한 탓인지는 모르나 ‘남편을 너무 좋아하는’이라는 영어 단어는 없다. 남자들은 일반적으로 사랑을 잘 표현하지 않는 반면 생명을 거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조선 중기 8대 문장가로 손꼽혔던 고죽 최경창을 끝까지 사랑했던 기녀 홍랑 같은 예외가 더러 있기는 하지만 찾아 보기가 쉽지 않다. 과거에 열녀문이 동네에 세워지는 일이 있는데 그만큼 드물고 힘든 일이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지금은 자주 사용하지 않지만 이무(移貿)라는 말이 있다. 조선 말기 고을의 원이 시세가 오른 제 고을의 환곡을 내다 팔고 대신 값이 싼 딴 고을의 곡식을 사서 채워, 거기서 남는 이익을 사사로이 차지하던 일을 가리킨다. 당시에 얼마나 그런 병폐가 창궐했으면 국어사전에 단어로 남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고위 공직자 청문회로 온 나라가 한동안 시끄러웠다. 참신한 인물이 혜성같이 나타났지만 여러 가지 결격사유가 드러나 낙마한 일도 있었다. 일부 주장 중에는 사실이 아닌 사항도 있을 지 모르고 본인들로서는 분명히 억울한 점도 있을 것이다.
완벽한 사람이야 있을 리 없지만 고위 공직자의 자격 중 한 가지 타협할 수 없는 것은 이권과 연루된 것이다. 사소한 잘못이야 누구나 저지를 수 있지만 나라의 곳간을 맡기는 일이니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하지 않을 수 없다.
루스벨트 미 대통령은 학교 교육을 전혀 받지 못한 사람은 화물차를 훔칠 수 있지만 대학교육을 받은 사람은 철도 전체를 도적질 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머리가 비상한 사람들은 잘 쓰면 사회에 크게 기여하지만 범죄의 유혹에 빠지기 쉬워 큰 사고를 낼 수 있음을 경계한 말이었다.
하마평에 오른 인사들은 하나같이 재능이 범상치 않은 사람들이다. 60년 전 최빈국이었던 우리를 도울 만큼 우리보다는 형편이 월등히 좋았다가 나락으로 떨어진 국가들치고 관리들의 부패가 극에 달하지 않은 경우가 없다. 부정부패를 용인하지 않는 국민정서의 서슬이 살아 있지 않고 잠시라도 방심하면 도적같이 쳐들어오는 것이 바로 부패다.
올여름은 몹시도 더웠지만 8월에는 무려 24일간이나 비가 왔다고 한다. 비도 적당히 오면 농사나 생활용수로 사용할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좋으나 지나치면 곡물이나 채소, 과일나무의 생장에 좋지 않다.
벌써 가을이다. 인간들은 때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정신없이 활동하는데 동물들은 가을을 맞이하면서 한결 여유로운 모습이다. 우리는 같은 종간에도 화합과 소통이 안 돼 늘 소음이 그치지 않건만 곤충은 그들과 식물과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것 같다.
얼핏 보기에 꽃에서 꿀만을 얻으려는 것 같지만 생명끼리의 교감을 나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육체에 쾌감이 전달될 때 흔히 몸이 전율하곤 하는데 나비의 몸짓도 그와 다르지 않다. 식물은 스스로 움직이지 않고 한 곳에 머무는 것을 선택하는 대신 나비와 벌을 고정 손님으로 두고 바람을 이용해 몸을 흔들어 의사표시를 하는 것 같다.
꽃이 피지 않으면 고객이 오지 않기 때문에 이들을 맞이하기 위해 까치수영은 눈 덮인 겨울에도 땅속에서 인고의 세월을 견디다가 봄부터 뿌리를 사방으로 뻗어 찬란한 꽃을 피우기 위해 부지런히 활동을 한다.
다시 눈을 떠 현실로 돌아오면 일본은 해마다 독도타령인데 우리는 아직 통일조차 이루지 못하고 있다. 모든 일에는 타이밍이라는 것이 있다. 이산가족들이 점차 초고령화돼 시간과 사투를 벌이는 것처럼 대륙을 연결하는 물류관련 프로젝트도 시간과의 싸움이다. 때를 맞춰야 양자에게 최대의 이익을 가져다 준다.
새로운 봄에는 남북한의 교착상태가 봄눈 녹듯이 풀려 시베리아 대륙 횡단 철도 연결 건도 타결돼 사람과 물자가 자유롭게 왕래하고 제 2 개성공단과 같은 경제협력이 진척돼 고임금으로 채산성을 맞추기 힘든 업종의 중소기업들이 활발히 진출하는 계획이 확정되기를 빌어 본다.

김광훈
ASE 코리아 선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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