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해 자신의 사진과 함께 좋아하는 취미, 선호하는 이상형을 입력한다. 오후 12시 30분, 오늘의 ‘운명의 상대’가 도착했다. 허용된 시간은 24시간. 그 안에 이 이성을 만나기로 결정하고, 상대방도 원한다면 서로의 연락처가 공개된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혹은 상대방이 거절한다면 내일을 기약할 수밖에. 내일 오후 12시 30분에는 ‘운명의 상대’를 만날 수 있을까.’

지난 5월 생긴 ‘온라인 소개팅’ 사이트 이음(www.i-um.net)이 인기다. 창업한지 5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회원이 벌써 3만 명을 넘었다. 대대적인 마케팅도 없이 오로지 입소문으로 이뤄낸 성과다. 최근에는 웹사이트 분석업체 ‘랭키닷컴’이 작성한 온라인 매칭 사이트 순위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사이트를 만든 박희은(25)씨는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전도 유망한 학생이었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지도 않았는데 게임회사 엔씨소프트에 당당히 합격한 것이다. 앞으로 크게 될 회사라며 친구들도 모두 부러워했다. 하지만 그녀는 입사한지 몇 달 만에 과감히 사표를 썼다. 좋은 창업아이템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안정된 직장을 그만둔다니 주변에선 걱정하기도 했죠. 하지만 온라인 매칭 서비스가 국내에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점에 자신이 있었어요. 미국 등에서는 온라인 데이팅 산업이 크게 발전하고 있다는 것도 자극제가 되었죠.”라고 말했다.
그녀의 예감은 맞아떨어졌다. 특히 온라인 매칭 사이트에 가입을 꺼리던 여성들에게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여성들의 요구사항을 잘 파악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덕분이다.
박 대표는 사이트를 만들 때 개인정보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 정해주는 매칭 상대 외에는 자신의 정보를 다른 사람들이 마음대로 검색을 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사용자는 오직 이성의 사진이나 각종 소개글을 보고 ‘만나보고 싶다’고 생각된 사람이게만 전화번호를 줄 수 있다.
‘운명’이라는 감성적 코드도 사용했다. 자신이 여러 명의 상대 중에 매칭 상대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무작위로 선택된 사람을 만날 것인지 아닌지를 선택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단, 매칭은 하루에 한 명만 할 수 있고, 상대를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은 24시간으로 제한을 두었다. 서로 마음이 통해 연락처를 주고받은 후에는 개인적으로 만나게 된다.
“기존 온라인 채팅은 회원에 가입하지 않고도 인터넷 사용자가 원하는 이성의 나이와 학력 등을 검색할 수 있죠. 그렇기 때문에 음성적인 만남을 시도하려는 남성 소비자가 많았어요. 이 같은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박 대표는 말했다.
법률적인 제도도 고민했다. 만남을 전제로 한 서비스인 만큼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창업 전에 고문변호사를 섭외해 법적인 문제에 미리 대비하고, 주민등록번호나 휴대폰 인증으로 신원을 보호하기로 했다. 필요하면 사용자의 학교나 직장에 대한 인증도 받고 있다.
이음은 현재 무료로 서비스하고 있지만 다음달 중순께 정식 유료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크리스마스를 전후해서는 스마트폰용 앱도 선보일 계획이다.
중소기업청과 여성기업종합지원센터는 이음소시어스 박희은 대표를 ‘제11회 여성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인 중소기업청장상으로 선정했다. 자칫 음성적으로 흐를 수 있는 이성간 만남 서비스를 참신한 스토리 설정으로 창업함으로써 여성 창업의 표본을 제공한 점이 높게 평가받았다.
박 대표는 “창업을 준비하는 다른 여성분들도 생각한 것을 망설이지 않고 행동으로 옮기려는 자신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희은 이음소시어스 대표가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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