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에 후보자들이 가장 많이, 자주 찾는 곳이 골목장과 전통시장이라는데 이론이 없다. 국밥 파는 아주머니의 손을 부여잡고, 어물전에 들려서는 살기가 어떠냐고 바닥 민심을 묻는다. 유권자와의 대면접촉과 스킨십 강화가 쉬운 곳이 바로 장터다. 친서민적인 후보자라는 점을 각인시키기 위해 갖은 애를 다 쓴다. 당선이 되면 다시 그곳에 들려 감격의 재회를 하며, 차기 선거의 텃밭을 다지기도 한다.
정치인이이나 정치지망생들에게는 전통시장이 1차적인 공략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전통시장 활성화가 각 지역에서 으뜸가는 선거공약의 하나가 된다. 2002년부터 지금까지 이를 위해 2조원 이상이 투입됐다. 아케이드 설치, 주차장 마련, 마케팅 지원 등이 주류를 이룬다. ‘2010년 전국 우수시장 박람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울산 신정시장의 경우를 보면, 그 효과가 잘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전통시장 전체가 활력이 샘솟고, 옛날의 명성을 되찾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전체적으로는 시장과 점포의 수가 줄어들고, 상권이 위축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대적 유통업체들이 늘어나고, SSM(기업형 슈퍼마켓)이나 프렌차이즈가 주택가에까지 깊이 파고들고 있다. 소비자들의 구매행태도 많이 달라져 가고 있다. 이런 판에 ‘경쟁관계에 있는 현대적 유통업체를 모방하는 전략’으로 생존과 발전이 보장될 지는 의문이다.

현대적 유통업체 늘기 마련
국회에서는 현재 대형유통업체의 무분별한 동네상권 진출을 규제하기 위한 법안 심의가 진행 중에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법안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으로 재래시장의 반경 500m 이내에 대형유통업체가 SSM을 진출할 경우 3년간 한시적으로 일정한 조건을 붙이는 방식의 등록제로 규제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하나는 대·중소기업상생협력 촉진법(상생법)으로 가맹점 형식의 SSM도 사업조정에 포함시키도록 하고 있다. 이들 법안처리를 둘러싸고, 찬성론자와 반대론자들 사이에 논쟁이 뜨겁다. 또한 SSM을 출점하려는 대형 유통업체와 이를 막으려는 중소상인들의 충돌이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다행히 여야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유통법과 상생법을 처리하자는데 합의했지만, 이제는 동시처리냐 순차적 처리냐를 둘러싸고 격돌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이 문제를 깊이 언급할 겨를이 없다. 문제는 이들 법안이 통과된다고 해서 재래시장과 동네상권의 르네상스가 올 것이냐 하는 점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비관적이다. 골목상권이나 재래시장 대책은 사회정책적 관점에서만 볼 것이 아니다. 오히려 경제적 관점, 그리고 문화적·감성적 접근을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전통시장, 전문시장·관광지화해야

소매업의 현대화와 대형화는 하나의 추세로 자리 잡고 있다. 현대적 대형 소매점을 이용하면 소비자들이 좋은 품질, 안전한 위생, 저렴한 가격의 혜택을 누리기 쉽다. 보다 깨끗한 환경 속에서 편리한 쇼핑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집 가까이에 있는 동네슈퍼, 재래시장, SSM 말고도 집 안에서의 쇼핑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다시 말해서 값싸고, 품질 좋으며, 편리하다고 홈쇼핑 채널과 온라인 쇼핑몰 이용을 늘려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000년대 이후 안방 장보기의 비율이 획기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차별화와 특성화가 가능한 전통시장을 전문시장 내지 관광장소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개성과 매력이 없는 시장은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기 쉬운 법이다.
또 한 가지는 전통시장의 기능에 지역민들의 커뮤니티 공간 기능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 원래 5일장이나 장터는 주민들의 만남과 교류의 장소였다. 국수 한 그릇, 막걸리 한잔을 나누며 회포를 풀고 정보를 교환하는 매개역할을 했었다. 이런 기능을 현대적으로 다시 활성화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좁은 아파트 공간에 교류가 부족한 현대인들이 먹을거리와 볼거리를 즐기며 스킨십을 강화할 수 있는 공간 전략이 필요하다. 시장을 이용하는 대중들의 문화적이고 감성적인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방책을 찾아나서는 것이 전통시장 활성화의 요체라 생각한다.
요컨대 정부의 지원 못지않게 시장상인이나 중소상인들의 혁신과 변신이 동네상권 회복의 지름길이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노점상이나 영세상인, 자영업자들을 생산성이 높은 부문에서 흡수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워 추진해야 될 줄 안다.

최용호
(사)산학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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