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의 한가운데 자리 잡은 의성군.
의성하면 관광지보다는 가장 먼저 마늘이 떠오른다.
마늘의 고장이기 때문인데 그만큼 관광자원이 많지 않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읍내의 고층이라고는 아파트뿐이다.
거의 야트막한 슬라브집과 양옥집이 대부분이고
마치 60년대를 연상케 하는 이발소, 사진관, 양장점 등을 발견하기가 어렵지 않은,
한마디로 순수함이 가득 배인 곳이라 할 수 있다. 그 의성을 또 찾는다.
읍내에서 마늘 한우를 먹고 영천이씨 집성촌인 산운마을, 한여름에 찬바람이 나온다는 빙계계곡 등을 들러보고 읍내 모텔에 여장을 푼다. 의성읍, 소읍의 밤풍경은 어떨까? 궁금증에 읍내를 배회해보지만 그 흔한 생맥주집 찾기도 마땅치 않다.
사람 사는 곳에 그런 곳이 없겠느냐마는, 으레 있어야 할 모텔 주변에서도 발견하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그렇게 하루가 가고 가을 아침 햇살 맞으며 찾아간 곳은 옥빛골 사과밭(054-833-3530, 의성군 옥산면 입암1길 43번지)이다. 구릉진 사과밭. 가파른 길이 한없이 산정으로 향해 있다. 사방팔방 사과밭이다.
올해는 작황이 안좋은 것일까? 그다지 굵지 않은 부사가 주절주절. 가을 햇살에 당도를 올리기 위해서 이미 사과 껍질은 벗겨 놓았다. 손만 뻗으면 딸 수 있을 정도로 탐스러운 사과가 관광객을 유혹한다.
이 마을 지킴이 김옥자 위원장. 30년전 군청 문지방이 닳도록 다니면서 옥빛골 사과밭을 일군 장본인. 칠순이 넘은 나이에도 목소리 등에서 열정이 느껴진다. 사과를 줄곧 먹어서일까? 피부도 탱탱한 것이 연세를 무색하게 한다. 먹으라고 따준 사과 한입을 베어문다. 수분이 많고 당도가 높다. 맛있다. 한해 전에 만들었다는 사과즙은 더 달다.
그리고 찾은 곳은 사촌(沙村)마을이다. 사촌마을은 가로숲(천연기념물 제405호)이 유명한 마을. 이 숲은 매봉산을 기점으로 남쪽으로 길이 600m, 너비 40m로 길게 뻗은 숲으로, 600여 년 전 안동김씨 중시조가 이곳에 정착할 때 마을의 경관을 살리기 위해 심었다고 전한다. 마을 서편을 남북으로 가로질러 천변 주변으로 상수리나무, 느티나무, 팽나무를 중심으로 10여 종의 나무들이 심어져 있다. 수령 300년 정도 된 높이 15~20m의 노거수가 대부분이지만 울울창창하지는 않다.
그래도 이 숲은 경상북도에서 규모가 가장 큰 숲이다. 서애 유성룡의 어머니가 친정인 이곳에 다니러 왔다가 이 숲에서 유성룡을 낳았다는 이야기가 전하며 현재 안동김씨 문중에서 소유한다. 하지만 올해 단풍은 그닥 아름답지 않다.
마을안쪽을 찾는다. 고려중기 김자첨이 안동 회곡에서 1392년 이곳으로 입향하여 중국의 사진촌을 본 따 사촌이라 하였다는 마을에는 여전히 반가가 남아 있다. 만취당(경상북도 지방유형문화재 제169호)과 그 옆에는 수령이 약500년 된 의성 사촌리 향나무(경상북도 지방기념물 제107호)가 있으며, 송은 김광수(1468~1563)가 연산군 때 관직을 버리고 운둔생활을 하며 학문에 전념하기 위해 지은 영귀정(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234호) 등이 있다. 그 외에도 병암서당, 권행정 유허비각이 있고 전망대에 오르면 마을 전경을 볼 수 있다.
사촌마을을 비껴 고운사(054-833-2324, www. gounsa.net, 단촌면 구계리 116번지)를 찾는다. 등운산(騰雲山)에 있는 천년고찰. 조계종 제 16교구 본사로서 60여개의 말사를 관장하며 국가 및 지방지정 문화재와 27동의 건물이 유존하는 유서깊은 대사찰이며 해동 제일의 ‘지장도량’으로 알려진 곳. 고운사는 단연코 의성의 내로라 하는 유명 관광지인 게다.
차로 휑하니 올라가면 안되리. 주차장부터는 차를 두고 필히 걸어야 한다. 특히 가을이면 단풍나무, 소나무, 상수리나무가 어우러진 산사로 오르는 길은 천국으로 가는 길과도 같다. 일주문을 앞두고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두 길을 다 욕심내봐야 할 것이다. 천년송림 체험장(1km)이 있고 곧추 오르는 큰 길이 있다. 큰 길은 모래조차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길이 부드럽다.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송림 체험장 또한 나를 채우기보다는 비움을 연습하는 길이라 할 수 있다. 조금만 걸어도 이렇게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경내에 들러 이곳저곳을 살펴본다. 위에서나 아래서나 눈동자가 사람 얼굴을 향해 따라오는 호랑이 벽화도 보고 공양도 하고 무료 다실에서 그윽한 녹차향에도 취해 본다.
소방훈련에 바쁜 스님들의 부산한 몸짓을 살펴보다가 고개 들어 앞쪽으로 시선을 고정한다. 연꽃이 반쯤 핀 부용반개형(芙蓉半開形)의 명당 터가 이곳이라는데, 그래서 해동 제일의 지장도량이기 때문에 저승에서 염라대왕을 만나면 고운사에 다녀 왔느냐고 물을 정도라는데, 벌써 세 번 넘게 찾았으니, 저승에 가도 할 말은 있겠구나 싶다.
늦가을 정취 온전히 만끽했으니 이것으로 행복한 여정이 아니겠는가? 우수수 낙옆이 떨어진, 늦가을 산사 정취에 폭 빠져 봄은 어떨른지.사진은 옥빛골 사과밭.

여행정보
■ 가는 길:중앙고속도로-의성IC-군청길 따라 대구, 안동방면으로 난 방면으로 우회전-역전오거리에서 우회전-북원삼거리에서 청송방면으로 난 914번 지방도-점곡면에서 79번 이용하면 사촌마을이다. 멀지 않은 곳에 한국애플리즈가 있다. 고운사는 더 북쪽으로 올라가다 팻말따라 우측으로 가면 된다.
대중교통편은 의성-동서울, 하루 6회 운행, 3시간 10분간 소요. 의성-청량리, 하루 1회 운행, 5시간 소요 안동역에 내려서 버스를 타도 좋다. 의성터미널에서 점곡, 옥산행 버스(6시20분, 8시20분, 9시, 10시30분, 12시20분, 1시40분, 오후 3시10분, 5시10분, 7시까지)이용. 고운사까지는 하루 4회 운행.
문의:의성 여객(054-832-1001)
■ 추천 맛집:의성읍내에 강운참숯갈비(054-834-5539)라는 곳은 돼지고기요리 전문점이다. 고기 질이 쫄깃하다. 역전 근처의 은혜식당(054-832-1685, 다슬기탕), 봉양한우마실작목회(054-832-1114), 서원(054-834-0054), 마늘이야기(054-834-8843)가 마늘 한정식집이다.
보편적으로 4인기준이며 마늘 코스요리가 나온다. 깔끔하고 맛이 좋으며 이 지역 특산물인 흙마늘도 먹을 수 있다. 의성의 봉양면 화전리 일원에는 한우촌이 형성되어 있다. 이화숯불가든(054-832-2020)이 밑반찬이 좋다.

■ 숙박 정보:금봉산 자연휴양림(054-833-0123, 옥삼년 금봉리 산 24-1,http://www.gumbong.go.kr/)가 있다.
산막이 많지는 않지만 산속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고 지은지 얼마되지 않아 시설은 괜찮은 편이다. 또 의성 읍내에 모텔이 많다.
올인(054-834-1094), 테마모텔(054-834-9982), 진주장(054-833-1121) 등이 있다.
산운마을이나 교촌 농촌체험마을, 안계면 교촌리, 054-862-7755)에서도 숙박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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