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소기업들이 은행의 외환 관련 파생금융상품을 대거 구입했다가 급격한 엔고(円高)로 거액의 손실을 보고 도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최근 보도했다.
일본 신용조사회사인 데이코쿠(帝國)데이터뱅크에 따르면 외환파생상품 손실로 도산한 기업은 엔고 관련 전체 도산 기업의 3분의 1에 이른다.
지난해 일본 전역의 엔고로 인한 도산 35건 중 13건(37.1%)이 외환파생상품을 샀다가 손실을 본 기업이었고, 올해도 38건 중 14건(36.8%)이나 됐다.
외환파생상품을 구매한 중소기업은 계약시점보다 엔화 값이 내려가면 이익을 보지만, 엔화 값이 올라가면 거액의 손실을 보게 된다. 은행 대출을 전제로 통화 옵션을 걸어둔 환 헤지 파생금융상품이라는 점에서는 2008∼2009년 대규모 소송사태를 낳았던 키코(KIKO) 상품과 마찬가지 구조인 셈이다.
1달러당 100엔 선을 돌파해 80엔대를 오르내리는 엔고(엔화값 상승) 현상이 정착한 지난해부터 일본 중소기업의 도산이 잇따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달 수천만엔을 내라는 요구를 견디다 못해 은행에 중도 해약을 요구하면 연간 이익의 10배를 넘는 위약금을 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사태가 이쯤 되자 일본 금융청이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금융청은 전국 은행에 외환파생상품의 판매 건수와 금액, 구매자 중 중소기업의 비율 등을 보고하라고 요구했고, 위험 가능성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거나 판매 체제에 문제가 있으면 은행 측에 책임을 물을 방침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한편 일본 기업의 외환파생상품 피해규모가 한국보다 훨씬 적은 것은 일본의 대외무역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수출·수입시 美 달러화로만 결제해야 하는 한국기업과 달리 일본기업은 엔화 결제 비율이 41.0%(2010년 상반기 재무성 통계)나 되는 만큼 환 헤지 수요가 적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의 한 금융 전문가는 “일본 수입 업체들은 엔화 결제 비율이 23.6%로 상대적으로 낮아 외환파생상품을 구입할 필요가 수출업체들 보다 큰 편”이라며 “이들 수입업체들이 엔고 장기화로 일부 피해를 봤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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