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산업은 지난 96년 유통시장 전면 개방과 함께 커다란 변화를 겪고 있다.
대형할인점이 지난 93년 창동(이마트)에 처음 등장한 이후 해마다 우후죽순 처럼 늘어나 지난해 7월말까지 이미 174개 점포가 문을 열었다. 이들은 97년부터 2000년까지 연평균 67%의 고성장을 보이면서 지난 2000년 시장규모로 10조5천억원, 전체 소매시장의 10%를 장악했다.
한편, 홈쇼핑, 전자상거래 쇼핑몰 등과 같은 무점포 유통시장도 정보통신의 발달과 함께 급속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LG TV홈쇼핑의 경우 올들어 1·4분기 매출액만 3천53억원을 기록, 롯데백화점 본점 매출액(2천8백63억원)을 넘어섰다.

유통산업 양극화 심각

이처럼 국내 유통시장 변혁기에 접어 들면서 크게 성장하고 있는 밝은 양지가 있는 반면, 갈수록 쇠퇴의 길을 걸어가는 음지도 있다. 재래시장으로 대표되는 중소유통업체들이 바로 이들이다.
이들은 국내유통산업의 70%를 차지하고 있지만 지역상권을 대형할인점, 무점포 유통시장, 체인점 등에 내주면서 매출액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산업자원부와 중소기업청에서 실시한 ‘전국 중소소매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소매업의 총매출액은 98년을 100으로 했을 때 99년 79.5, 2000년 75.6, 2001년 74.1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중소유통업 침체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규모의 영세성과 그에 따른 비효율이 지적되고 있다. 전국 중소소매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의 78.3%가 전용면적 20평 미만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평균 종사자수는 1.6명이다.
생계형 소상공인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중소유통업체들이 영세성으로 인해 가격경쟁, 정보통신의 발전 등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다 보니 정부의 중소유통업 지원정책도 대부분 영세성, 전대근성 극복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현재 정부가 지원하는 ‘유통합리화사업자금’과 ‘협동화사업자금’등은 대표적인 유통부문 정책자금이다.
그러나 이 정책자금에도 문제가 있다. 지원조건, 담보문제 등으로 중소유통업체들이 활용하기에는 많은 제약이 따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들 자금이 정책자금임에도 불구하고 금리가 각각 5.6%, 5.9%로 일반자금과 비교해 큰 매력이 없다. 융자기간도 각각 8년(3년 거치 5년 분할상환), 10년(5년거치 5년 분할상환)으로 물류산업의 손익분기점에 비해 짧다는 지적이다.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중소기업계는 정책자금의 한계를 극복하고 중소유통업분야의 성공적 구조개선을 위해 가칭 ‘중소기업 유통현대화기금’을 조성하는 일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소업계를 대표하는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최근 차기정부에 건의하는 ‘중소기업 60대 정책과제’를 발표하고 2003년중 1천억원 규모의 ‘中企 유통현대화 특별기금’을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1천억원 규모 기금조성 필요

이 기금을 통해 중소유통업체들이 보다 부담없이 자금을 지원받아 점포의 현대화·정보화를 이루고 나아가 체인화, 네트워크화를 성공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유통선진국으로 가는 기반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60대 정책과제’에 따르면 중소유통업계는 물류비 부담을 줄이고 전체 물류시스템이 하나로 연계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전국 4대권역(수도권, 대전·청주권, 부산·경남권, 광주·목포권)에 종합물류센터와 물류시설을 겸비한 전문상가단지를 조성할 것을 제안했다.
기협중앙회 조유현 경제조사처장은 “중소유통업체가 국내 유통산업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결국 이들을 외면한 유통산업 발전은 생각할 수 없다”면서 “중소유통업체들이 대형할인점, 백화점, 홈쇼핑 등과 같이 또하나의 ‘독립된 유통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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