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세계 최대의 IT업체 위상에 걸맞게 작년 성과가 눈부시다. 매출 153조원에 영업이익 17조원을 달성했다. 특히 반도체부문은 연봉의 50% 가까이 PS(Profit sharing)가 지급된다는 말이 들린다.
실제로 최근 만난 삼성직원들 중 어느 책임연구원은 승용차를 계약한 사실을 털어놓았다. 두둑한 성과급이 부럽다고 필자 회사의 직원들이 말하면 표정관리에 애쓰지만 자연히 드러나는 성취감을 숨길 수는 없는 것 같았다.
필자 회사도 작년 내내 지속된 반도체업계의 호황에 힘입어 지난 4분기에 목표 이익률을 달성하고 대리급 이하 전 직원에게 성과급을 지급했다. 본래 영업실적으로만 보면 부장급 이상도 성과급을 받을 수 있었지만 주요 원자재 가격이 폭등, 이익률이 급감해 일부 직원에게만 혜택이 돌아갔다.
삼성전자의 가공할 이익은 스마트 폰 부문의 급성장도 한 몫을 했다. 휴대폰 업계의 영원한 맹주로 군림할 것 같던 노키아의 돌연한 부진은 스마트 폰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 폰은 우리의 일상을 급격히 바꿔 놓고 있다. 우리 사무실도 예외는 아니다.
새롭게 등장하는 문명의 이기를 꽤 빨리 채용한다고 해서 얼리어답터(early adopter)라는 소리를 회사 내는 물론 외국고객에게도 제법 들어오던 필자에게 최근 몇 개월의 암흑기가 있었다. 5년 넘게 알뜰히 써온 PDA를 볼 때마다 직원들은 아직도 그걸 쓰느냐고 안타까움을 쏟아내곤 했다.
결국 휴대폰과 카메라 기능이 딸린 태블릿 피씨를 구매해 과거의 영예를 일시에 탈환했다. 태블릿 PC를 들고 회사에 나타나자마자 유명인사 못지않은 관심을 받았다. 돌연 미니스커트를 입고 귀국해 물의를 일으켰던 가수 윤복희와 같은 파란을 일으켰다. 만나는 직원마다 신기한 듯 만져보고 보다 적극적인 사람들은 시연해 보기도 했다. 스마트 폰이나 태블릿 피씨는 정말 놀랄 만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일상의 의사결정을 하는데 매우 유용하다.
예컨대 낯선 곳에 가서 사람을 만날 때 어느 음식점에 갈 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회사 이메일도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다. 예전에 노트북 PC를 가지고 다닐 때는 와이파이가 지원되는 곳을 찾아야 하고 그나마 대부분 보안이 설정되어 있어 쓸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요행히 찾는다 해도 부팅하다 보면 수분이나 걸려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끌 때도 시간이 걸리므로 직전에 작업하던 내용으로 바로 가는 스마트 폰에 비하면 덤 디바이스(dumb device)가 아닐 수 없다.
국내 대기업들이 스마트 폰과 태블릿 PC 등의 매출에 힘입어 분기 당 수조 원의 당기 순익을 올리고 있지만 자사 반도체 칩이나 해외업체 부품을 주로 사용하다 보니 소위 국내 팹리스(Fabless) 업체들은 수십억 원을 들여 개발한 칩을 판매할 수 없어 중국 등 외국 고객을 찾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업체 관계자에게 들었다.
이런 업체들은 주로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백여명의 연구·개발·디자인 기술인력을 보유하고 밤낮없이 일하고 있다. 몇 개 업체를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회사규모는 작아도 열정과 패기는 대기업 못지 않았다.
이들 기업의 부품이라고 해서 배려나 동정 차원에서 제품에 채용되는 것은 아니다. 신뢰성 시험(Reliability Test)에 통과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할 능력이 있는지 양산성 검증도 받아야 한다. 부품에 문제가 생기거나 납기에 차질이 생기는 경우 생산라인이 멈춰 복구하기 힘든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 회사는 이들 팹리스 업체들의 공급자로 선정되기 전에 혹독한 심사를 받는다. 변경점 관리, 협력업체 관리, 예방정비, 이상자재 처리 절차, 직원 훈련 계획, 내부감사, 환경관리 등 품질시스템은 물론 공정기술 전반에 걸쳐 통상 며칠동안 감사가 이루어진다.
이렇게 엄격한 심사를 거친 협력업체를 통해 부품을 조달하는 만큼 대기업에서도 국내 부품산업의 활성화나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팹리스 업체에게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 이들 군소업체의 든든한 기반 없이 대기업 혼자만의 영속적인 성장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우주선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중 일부가 직원 몇 명이 일하는 소규모 동네공장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광훈
ASE 코리아 선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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