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을 맞이했다. 일년 중 가장 즐겁고 신나는 날이다. 서로 만나면 덕담을 나눈다. “한해 내내 탈 없이 좋은 일만 있으세요”, “사업 번창 하십시오” 등과 같이 소원 성취를 기원하는 말로써 경하의 뜻을 나타낸다. 신묘년 설을 맞아 중소기업계도 이런 덕담을 주고받으면서 희망차게 시작하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한 현실이 안타깝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긴 터널을 빠져 나온 한국 경제가 지난해 6%대의 높은 성장을 이뤘지만, 중소기업 현장에서 체감하는 설 경기는 여전히 썰렁하기만 하다. 경제 회복의 온기가 중소기업까지 확산되지 않고 있는 데다 최근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판매부진, 불공정거래 현상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의 자금난은 갈수록 더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 10곳 중 네 곳은 설 자금이 부족한 상황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전국의 659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설 자금 수요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기업 중 42.0%가 설 자금 사정이 곤란하다고 답변했다. 자금사정이 원활하다고 응답한 업체는 14.7%에 그쳤다. 절반 가까운 중소기업이 명절 대목 자금사정에 곤란함을 겪고 있는 셈이다. 특히 창업기업과 규모가 작은 업체일수록 자금 마련에 보다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 2월 중소기업경기전망지수는(SBHI)는 전월 대비 1.8포인트 하락한 91.6으로 4개월 연속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중소기업 자금난 심화

이러한 탓에, 요즈음 여기저기 중소기업 도산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크다. 자금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공장 문을 닫아걸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12월 부도업체수는 162개로 2009년 4월 이후 20개월래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동안 근근이 버텨온 한계 중소기업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면서 설 이후에는 연쇄부도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기업 금융에 ‘경고등’이 켜지자 정부는 설 자금대책을 마련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덜어 주기 위해 18조 3000억원의 자금을 공급하기로 했다.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지난 1월20일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나온 ‘설 민생대책’의 일환이다. 설 명절을 전후로 예상되는 자금 불안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조치이다.
IBK기업은행도 설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2월말까지 1조원을 특별 공급한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과 같은 규모다. 이번 자금은 원자재 결재, 임직원 상여금 등 운전자금과 할인어음 등 결제성 자금 용도로 업체당 3억원까지 지원한다. 대출기간은 1년 이내며 최장 3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신속한 자금 지원을 위해 필요 운전자금 산정을 생략하고 담보 또는 보증서 대출의 경우 신용등급에 관계없이 영업점 심사만으로 대출이 가능하다. 또 할인어음과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등 매출채권을 할인받는 중소기업에는 영업점장 금리 감면 외에 최고 0.5% 포인트를 감면해 준다.

중소기업 금융대책 마련 시급

설 명절을 맞아 중소기업 돈 보따리를 푼다는 것은 자금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의 자금 해갈에 도움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만성적인 자금수급 불균형 문제까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실효성 있는 중소기업 금융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금융은 경제의 혈맥으로 중차대한 분야다. 피가 돌아야 몸에 온기가 돌고 인체에 활력이 넘쳐 나듯이 돈이 중소기업 곳곳에서 돌아야만 경제 메커니즘이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결코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정부는 지속적인 중소기업 맞춤형 정책개발 등을 통해 중소기업의 성장 동력 확충과 글로벌화 촉진에 힘을 쏟아야 한다. 지원기관은 중소기업을 최고의 고객으로 여기고 항상 따뜻한 관심과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중소기업 스스로도 경쟁력 향상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소기업은 한국경제의 미래다. 2011년에는 경제주체들이 토끼의 지혜를 닮아 강한 중소기업(Small Giant)들이 많이 탄생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 지원에 전문인 IBK기업은행도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해본다. 설 명절에는 우리 모두 중소기업을 다시 한번 살펴보고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동학림
IBK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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