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의 자스민 혁명이 성공하면서, 그 여파가 중동의 다른 국가로 전파되고, 산업의 생산 비용을 결정하는 원유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중동의 불안으로 한국의 원유 수입가격의 측도인 두바이油 가격이 국제시장에서 배럴당 100달러를 넘었다.
세계 석유 수출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중동의 원유가격 상승은 세계경제의 잊혀지지 않는 제1차, 제2차 오일쇼크를 연상시키면서 세계경제에 큰 불안 요인을 만들어 가고 있다. 1978년 말 이란의 국내 정세 혼란과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발생된 1979년 제2차 오일쇼크는 원유가격을 배럴당 2.7배 상승시켰다.
오일쇼크로 인한 원유 가격 상승으로 물가가 급등하면서 세계 각국의 경제성장율이 하락하고 세계경제는 스테그플레이션을 겪었다.
2007년에 시작된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과잉 유동성이 원자재 투기로 나타나면서 원자재 가격이 폭등했다. 이로 인한 비용상승이 인플레이션으로 파급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올해 파리에서 개최된 G20 재무장관 회담의 최종 성명서에는 가격 안정을 위해 식료품 및 원자재의 가격 폭등을 막기 위한 조치가 포함됐다.
현재 과잉 유동성을 이용한 투기자본이 농산물의 매점매석으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고, 지난해에는 자연재해로 인해 주요 농산물 수출국의 생산량도 감소해 농산물 인플레이션이 진행되고 있다. G20 성명이 발표되기 이전에 이미 농산물 가격은 상승하고 있어, G20의 성명서가 어느 정도 효력을 발휘할지 알 수 없다.

식료품·유가 급등으로 생산비 상승

이러한 상황에서 중동의 자스민혁명이 유가를 상승시킨다면, 한국과 같이 석유 및 농산물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는 제1차, 2차 오일쇼크와 같은 비용상승 인플레이션을 겪으면서 과잉 유동성 속의 심각한 불황이라는 특이한 경제상황을 겪을 수 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생산자가 이윤을 실현하기 위해 가장 큰 관심을 갖는 것이 바로 원자재 가격 상승이며 이러한 가격상승 추이를 측정한 것이 생산자 물가지수이다. 한국경제에서는 생산자 물가에서 인플레이션이 2010년 3월 2.6%에서 4월에는 3.2%로 상승하면서 2011년 1월에는 6.2%까지 상승하였다. 생산자 물가 상승을 주도하는 것이 식료품 가격 상승이며 식료품 이외 품목의 가격 상승은 미미하다.
올해 2월부터 시작된 유가 상승이 생산자 물가에 반영되게 되면 식료품과 유가라는 쌍두마차에 의해 한국기업의 생산비 상승이 이루어지게 된다. 식료품과 원유는 전적으로 대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이러한 원자재들의 가격급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정책은 극히 한정되어 있다.

생산성 향상이 원가인상 대응책

수입가격을 낮추기 위해 환율을 절상하거나 수입품에 부과하는 세금을 내리는 것 이외에는 별 방법이 없다. 수입물가 상승률은 2010년 3월 5.1%에서 12월에는 12.7%로 상승했으므로 비용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환율을 절상시킬 수 있다. 그러나 수출 의존비율이 높은 한국경제에서 환율 절상은 수출을 감소시키고 성장률을 하락시킬 것이다. 현재 한국경제의 구조 하에서 정부가 환율 절상으로 쌍두마차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어렵다.
그 결과, 중동의 불안으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정부가 맨 먼저 내 놓은 정책이 유류세 인하이다. 그러나 유가 상승이 인하된 수입 유류세를 넘어서면, 이러한 비용 인플레이션 충격이 모든 기업의 생산비로 전가된다.
따라서 한국의 중소기업은 현재 진행되는 세계경제의 인플레이션 요인으로서 원유 및 식료품 가격 상승이 생산 원가의 상승으로 연계되는 것에 대비해야 한다. 중소기업은 제품의 원가 인상 요인을 납품업체나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이 쉽지 않다.
중소기업의 힘으로 통제할 수 없는 원유, 식품 등의 비용 인플레이션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생산성 향상이다. 이는 비용을 줄이고, 주어진 시간에 더 많은 제품을 생산하고, 품질 및 디자인 개선으로 더 부가가치가 큰 제품을 생산하면서 이루어진다.
한국경제는 아직도 금융위기를 극복해 가는 중인데 원유 및 농산물 가격인상이라는 또 하나의 위기를 맞게 되었다. 우리 중소기업에게 격려가 되는 말은 아주 간단하다. 위기를 극복해 갈수록 기업은 더 강해진다.

이종욱
서울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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