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진, 정남진, 대한민국 4극 이런 단어들이 익숙해질 무렵 궁금한 질문이 생겼다. 우리나라 정중앙은 어디일까? 우리나라의 4극 지점을 기준으로 중앙 경도와 중앙 위도의 교차점이 우리나라 국토의 정중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궁리 끝에 찾아낸 곳, 바로 강원도 양구군 남면 도촌리가 한반도의 정중앙 배꼽에 해당하는 지점이다.
국토정중앙천문대는 우리나라 중심에서 하늘을 바라보기 위해 국토의 정중앙점 부근에 건설된 천문대다. 양구군 도촌리 입구에 있는 도촌막국수 집을 끼고 300m 정도 올라가면 로봇 태권V가 나올 것처럼 생긴 건물이 나온다. 천문대 입구에 국토의 정중앙임을 알리는 조형물이 서 있다. 하지만 천문대가 위치한 지점이 정중앙은 아니다. 여기서 약 900m 정도 산 쪽으로 올라가면 빨간 깃발이 꽂혀 있는 지점이 바로 정중앙이다. 현재 천문대 위쪽으로 군부대 훈련장이 있어 정중앙에서 1km 정도 떨어진 위치에 천문대가 들어선 것이다.
천문대에 들어서자마자 한반도 국토 정중앙에 대한 설명이 나오니 유심히 살펴보고 천문대를 관람하는 것이 좋다. 천문대의 특성상 관람 시작 시간이 늦다. 오후 2시부터 관람이 가능하며 대신 밤늦게까지 여유 있게 관람할 수 있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 하는 여행이라면 국토정중앙천문대 여행이 안성맞춤이다. 천체투영실에서는 의자에 누워 가상의 밤하늘과 우주여행을 떠날 수 있다. <우주 이야기>를 주제로 한 공상과학영화나 시간대별로 별자리와 우주에 대한 3D 영상을 관람할 수 있다. 지구와 은하계의 생성부터 현재까지의 모습을 담은 영상은 입체화면으로 되어 있어 생생하고 재미있다. 특히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가 많이 등장해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다.
여느 천문대의 전시실처럼 우주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돕는 전시물들이 있고, 그림 위주로 정적인 전시물들로 채워져 있다. 아이들에게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별자리 도장을 한쪽 벽면에 놓아두어 기념 스탬프를 찍을 수 있게 하고 있다.
2층 전시관에는 망원경들도 전시되어 있다. 천문대의 하이라이트는 지붕 위의 돔이 열리고 천체망원경으로 별을 관측하는 것이다. 별이 뜨는 오후 7시 이후에는 천체관측실에서 직접 별을 관찰해 볼 수 있다. 눈이 내리거나 흐린 날은 천체관측이 불가능하니 별을 보고 싶다면 반드시 날씨를 확인하고 출발하기 전에 천문대에 문의하는 것이 좋다.
겨울엔 하늘이 깨끗해 별을 관측하기 쉽고, 천체망원경으로 바라본 우주의 모습을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는 학습효과도 충분하다.
천문대 주변으로 작은 공원이 있고 조형물들이 서 있다. 천문대에서 900m 떨어진 곳에 실제 국토의 정중앙 지점인 곳까지 산책로를 만들어 놓아 20분 정도 여유 있게 산책을 하는 것도 좋다.
캠핑에 도전해도 좋다. 국토정중앙천문대 주차장 바로 옆에 야영장과 음수대,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어 캠핑을 할 수 있다. 겨울철엔 물이 얼기 때문에 개수대는 사용할 수 없어 천문대 내의 화장실이나 정수기를 이용해야 한다. 하루에 텐트 한 동 기준으로 3천원이면 된다.
국토정중앙천문대여행을 하면서 양구읍에 위치한 박물관과 미술관 나들이는 덤이다. 먼저 양구읍 외곽에 박수근미술관이 있다. 자신의 그림에서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표현코자 했던 화가 박수근. 진솔하고 선량한 시선으로 인생을 들여다본 그는 우리시대 한국미술계의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한다. 박수근미술관에서 만나게 되는 그의 작품들은 <굴비>, <앉아있는 두 남자>를 비롯한 유화 2점, <나무와 두 여인>, <탑돌이> 등의 판화 그리고 스케치화 등이다. 워낙 비싼 가격으로 인해 많지 않은 유화 소장품에 아쉬움이 들지만, 화가가 생전에 밑그림을 그렸던 스케치 그림을 대하다보면 대작보다 더한 감동이 느껴진다. 일생을 가난하게 살았던 그가 손수 오려서 모았을 르느와르, 밀레 등의 대가들의 작품 스크랩북이나 지인에게 보냈던 편지 등을 관람하다 보면 사진 속의 그가 성큼 걸어 나온 듯 대화가의 채취를 느낄 수 있다. 우수건축물로 선정된 박수근미술관은 건물 자체도 볼거리다. 돌을 쌓아올린 미술관의 외관은 박수근의 유화작품 속에서 울퉁불퉁한 화강암 느낌을 주는 유화의 질감을 표현하고 있으며, 반원형의 미술관 건물과 마주보고 있는 조그만 뒷동산 사이에 박수근 동상이 자리한다. 스케치북을 옆에 두고 다감한 표정으로 박물관을 바라보고 있는 동상을 지나 뒷동산 위의 전망대까지 짧은 산책을 하는 동안 그의 예술인생에 대해 조용히 음미해볼 수 있다. 전시관에서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박수근 화백이 잠들어 있는 묘소로 갈 수 있다. 약 5분 정도만 걸으면 미술관이 내려다보이는 언덕배기에 묘소가 있다.
박수근미술관을 나와 양구의 숨겨진 여행지 선사박물관도 가보자. 선사박물관과 향토사료관 그리고 인공습지가 한데 어우러져 있어 천천히 구경하기 좋은 곳이다. 1997년 국내 최초로 세워진 선사박물관은 양구지역에서 발굴된 구석기, 청동기시대 유물 등 650여 점이 체계적으로 전시되어 한반도 중부내륙의 선사시대 생활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곳이다. 원시생활의 풍치를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움집, 석기제작 체험장, 산책로 등이 마련되어 있다.
주차장 건너편에 있는 향토사료관은 2002년에 개관한 곳으로 양구지역의 조상들의 생활사를 엿볼 수 있는 농기구, 생활민속자료 등 300여 점의 향토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화전민들이 사용했던 농기구와 산촌마을에 대한 유물들이 많아 양구지역의 생활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향토사료관 관람을 마치면 인공습지도 산책해보자. 하얀 눈밭이 펼쳐진 인공습지 가운데로 나무데크가 만들어져 있어 연인끼리 가족끼리 산책을 즐기기 좋다. 인공습지 안쪽에 한반도 지형의 인공섬이 조성되어 있는데 산책로가 한반도 인공섬까지 이어진다.
양구의 숨겨진 여행지로 광치자연휴양림을 꼽을 수 있다. 눈 덮인 산속에서 하룻밤 묶기 좋은 곳이다. 국토정중앙천문대에서 저녁까지 천체관측을 하고 싶다면 광치자연휴양림에서 숙박하고 아침에 휴양림 산책을 즐기는 것도 겨울여행의 운치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