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유년기에 구들장은 유일한 난방 장치였다. 구들장을 잘못 놓으면 한 겨울에 아랫목에서 자는 사람은 살을 데이고, 윗목에서 자는 사람은 인간 동태가 되는 상황이 종종 발생했다. 마치 연말결산 때 대기업들은 창사 이래 최대 이익을 냈다고 야단법석인데 협력 중소기업은 간신히 기업을 유지하거나 문을 닫는 경우와 비슷하다.
돌이켜 생각하면, 당시 구들장을 놓는 기술자는 아랫목과 윗목을 골고루 따듯하게 해 가정의 화목을 이끈 가족 생태계 상생문화의 조성자이고, 가족의 건강을 증진시켜 마을과 사회를 건강하게 한 예방 의사였다.
기업 생태계에도 구들장을 잘 놓아 줄 기술자가 필요한 때다. 더 바람직한 것은 대·중소기업들이 스스로 뜻과 힘을 모아 상생과 동반성장의 구들장을 다시 놓는 것이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중소기업 동향조사에 따르면 금년 1월중 중소제조업 평균가동률은 전월대비 0.6%p 하락한 71.4%로서 3개월 연속 하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중소기업 가동률은 60%까지 떨어졌다가 70% 수준까지 상승했으나 최근 다시 감소하고 있다. 반면 전체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84.8%로 전월대비 2.7%p 상승했으며 3개월 연속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제조업 가동률도 금융위기 직후 60% 가까이 떨어졌으나 이후 정상수준인 80% 이상으로 회복하고, 최근 연속 상승하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1월의 수치는 통계를 작성한 1980년 이후 최고치라고 한다. 이는 곧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심화되는 大·中企 양극화

우리 경제가 금융위기와 같은 외부 충격에 약한 것은 중소기업의 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경제가 위기를 극복하면서 우선적으로 해결했어야 했던 과제는 중소기업 생태계를 강건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반대로 가고 있다. 도처에서 중소기업하기 더 힘들어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상공인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이와 같은 상황을 보면서 다시 유년시절이 떠오른다. 거의 모든 가정에서 어른들은 자식들을 아랫목에 눕히고 자신들은 냉동고나 다름없는 윗목에서 주무시는 일이 다반사였다. 이유는 가정과 나라의 미래를 위해 자식들이 튼튼하게 자라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가정마다 부모 형제들이 서로를 위하고 돕는 상생의 건강한 가족 생태계가 형성됐다. 그것이 뜨거운 교육열과 시너지 효과를 내며, 오늘날 한국을 경제 성장과 정치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근세사의 유일한 나라가 되게 한 원동력이 됐다.

中企 요구는 공정한 성과배분

대기업들의 사상 최대이익 실현 이면에 있는 최근 중소기업의 경기상황이나 각종 실태조사 결과를 고려할 때, 대·중소기업 양극화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돼는 상황에 있다 하겠다.
최근 논란의 중심에 있는 동반성장위원장의 ‘초과이익공유제’도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저하고 있다고 본다. 따라서 그 표현에 대한 소모적 논란보다는 우리의 각 가정이 이룩한 상생의 찬란한 유산을 기업 생태계에 접목하기 위해 각 경제주체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등과 같은 생산적 논의에 힘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우선은 기업 생태계의 어른이라 할 대기업들이 가정 생태계의 어른들처럼 아랫목을 내주고 윗목에 자리하는 것과 같은 거룩한 희생은 아니더라도 방에서 중소기업을 쫓아내는 일만이라도 삼갔으면 한다. 기술 탈취와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이 근절돼야 함을 말함이다.
이의 실현을 위해 중소기업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자유시장의 기본원칙인 ‘공정한 경쟁, 공정한 가격 결정, 공정한 배분의 실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 원칙의 실현을 위해 기업 생태계가 골고루 따듯할 수 있도록, 가치 창출에 기여한 성과가 공정하게 나눠질 수 있도록 기업 생태계 구들장을 다시 놓아야 한다. 다만 이제 구들장을 잘 놓아 줄 기술자, 즉 정부에 의존하지 말고 대·중소기업이 스스로 함께 다시 놓아야 한다. 상생과 동반성장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서도 반드시 해야 하고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홍순영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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