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세대당 평균 거주 인원은 2.54명. 현재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사람이 약 1천200만 명이니까 세대당 평균 거주인원에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사람 수를 곱하면 3000만 명이 조금 안됩니다. 우리나라 인구는 5000만명. 그러니 이 자리에 앉은 사람의 반 이상은 부모님이나 형제가 중소기업에 다니거나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다는 소리입니다. 우리나라의 과반수가 넘는 대상에게 함부로 편견을 가질 수 있을까요?”
지난달 27일 경기도 용인 중소기업인력개발원에서 진행된 ‘중소기업과 함께하는 당당한 나’ 프로그램에서 강의자가 참석한 50여명의 의경에게 질문을 던졌다. 의아한 표정을 짓던 의경들은 금세 질문 내용을 이해하고 다 같이 ‘아니오’라고 대답한다.
‘중소기업과 함께하는 당당한 나’는 중소기업 인식개선을 위해 전역을 앞둔 전·의경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프로그램이다. 국내 청년실업문제가 중소기업에 대한 편견으로 비롯된 것으로 파악하고, 중소기업중앙회가 준비한 프로그램이다.
강의는 젊은이들의 시선에 맞게 지루하지 않은 내용으로 이어진다. 단체 활동 등 체험 프로그램과 개인의 성격진단 프로그램, 인식개선 강의 등이다.
‘강소기업 올바로 이해하기’ 과정은 젊은 층이 오해하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편견을 깨기위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사업체중 99%가 중소기업이고, 중소기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전체 경제활동 인구 중에 88%가 된다는 내용 등이다. 대기업 못지않은 복지제도를 가지고 가족경영을 실천하는 중소기업들의 사례도 영상으로 보여준다.
회사에서 운영하는 밴드 동아리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금요일에는 2시간의 점심시간을 갖는다는 회사의 모습이 나오자 적지 않은 의경들이 놀라는 눈치다.
과천정부청사 수경 김요셉(23)군은 “중소기업하면 좁은 사무실에서 허드렛일을 많이 하는 곳으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동영상에 나왔던 직원들의 모습이 밝고, 활기차서 깜짝 놀랐어요. 딱딱할 것 같은 대기업과는 달리 중소기업은 20~30명 직원들이 가족 같은 분위기로 일하고 있더라고요. 청사에 돌아가면 다른 후임들에게도 말해줘야 겠어요”라고 말했다.
이 같은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개선 프로그램은 의경뿐만 아니라 전역 장교, 선생님, 신임 사무관 등에게도 진행되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을 위한 교육이 많다. 기업과 구직자간 눈높이가 맞지 않는 미스매치(missmatch)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편견과 오해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인들
미스매치로 인한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최근 조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특히 인사담당자들의 고충이 커져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중소제조업 인력채용 현황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 1위로 ‘중소기업에 대한 낮은 인식으로 근무 기피’를 뽑았다. 이 결과는 ‘회사의 지역적 여건’이나 ‘임금이 낮다’는 중소기업이 직접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부분보다 높게 조사됐다. 취업자의 인식 문제가 현실적인 조건보다 큰 애로사항이 된 것이다.
중소기업자들이 정부에 요구하는 역할도 달라졌다. 중소기업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부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중소기업 인식개선 노력’이라고 대답한 사람이 31.0%로 조사됐다. 같은 해 상반기 조사에서 23.3%였던 수치가 상승한 것이다. 이 결과 역시 ‘규제완화와 투자 활성화 지원’(25.3%)보다 더 높은 비율로 조사된 것이다. 그만큼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개선에 대한 중소기업자들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정부의 인식개선 움직임
중소기업자들의 인식개선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자 최근 정부는 관련 법을 개정하고, 인식개선 사업을 강화하기로 했다. 인식개선사업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하고, 인식개선 실태조사를 실시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와 함께 인식개선에 도움을 준 기업에게는 혜택을 주는 ‘인증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지난달 4일 개정 공포된 ‘중소기업 인력지원 특별법’에는 인식개선사업에 대한 정의가 신설됐다. 정부는 이 법에 따라 중소기업 인식개선사업을 위한 정확한 정보제공과 함께 대학생의 중소기업 체험학습 등을 운영할 예정이다. 우수 중소기업을 발굴해 중소기업으로의 인력유입을 촉진하는 활동도 인식개선 사업에 포함됐다.
또한 인력실태조사를 ‘중소기업 인력 및 인식개선 실태조사’까지 범위를 넓혀 실시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인식개선 실태조사 결과는 앞으로 관련 정책을 정비할 때 기초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중소기업중앙회 산업인력팀 홍종희 차장은 “중소기업 인식개선 문제는 청년과 중소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문제로 인식해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 이제부터라도 오피니언 리더들이 이 같은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현명하게 해결할 방법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기업의 올바른 이해를 돕기 위해 전역을 앞둔 전·의경 1200여 명을 대상으로 ‘중소기업 인식개선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경기도 용인 중소기업인력개발원에서 열린 교육에서 참가자들이 게임 등을 통한 체험학습을 하고 있다. (사진=오명주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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