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미국과 중국 내에서는 경기논쟁이 일고 있다. 양대 수출국인 점을 감안하면 이 두 국가의 경기논쟁 결과에 따라 하반기 이후 우리 경제의 명암이 크게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올 1분기 성장률 발표 이후, 경제지표가 계속 부진하게 나온 것을 계기로 미국경기는 지난해 8월 이후 거세게 불었던 ‘더블 딥’과 ‘소프트 패치’ 간 논쟁이 재연되고 있다. 더블 딥은 불황에서 벗어난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이중침체 현상을 의미한다. 소프트 패치란 경기가 승승국면에서 본격적인 후퇴는 아니지만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교수 등은 1분기 성장률과 단기지표가 부진하게 나온 것을 계기로 미국경제가 다시 침체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올 1분기 성장률과 최근 지표부진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보고 있다. 이른바 소프트 패치론으로 어려움이 많지만 회복국면에 다시 진입한다는 시각이다. 6월 수정 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2.7~2.9%로 하향 수정했지만 1분기 성장률이 1.8%인 점을 감안하면 3분기 이후에는 3% 이상 나와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주요국서 경기둔화 논쟁

특히 국내 금융시장과 관련해 미국경기가 더블 딥에 빠지느냐 아니면 소프트 패치로 갈 것인가 여부는 달러계 자금 등 외국인 자금동향을 읽는데 중요하다. 장기침체를 의미하는 더블 딥으로 간다면 투자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소프트 패치로 가 미국경기가 회복국면으로 복귀한다면 외국인 자금은 돌아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또 하나의 중심국인 중국경제는 현재 외연적 성장단계에서 내연적 성장단계로 이행되는 과정에서 심한 ‘성장통’을 겪고 있다. 외연적 성장단계란 사회주의 국가들의 성장초기 단계로 노동 등 생산요소의 양적 투입을 통해 성장하는 국면을, 내연적 성장단계란 시장경제 도입 등을 통해 생산요소와 경제시스템의 효율성을 제고시켜 성장하는 단계를 말한다.
특히 지난해 초부터 당면한 ‘차이나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해 지급준비율, 기준금리, 재할인율 등 정책금리와 관련된 모든 정책을 동원해 왔다. 하지만 자산거품과 인플레를 잡기 위한 목적은 달성하지 못하고 강력한 긴축정책의 영향으로 성장률이 8% 이하로 떨어지면서 중국 정부가 의도하는 ‘연착륙’보다 ‘경착륙’에 무게를 두는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연착륙은 지나치게 과열된 경기를 안전하게 끌어내리는 것을 의미한다. 경착륙은 경기가 급속히 냉각돼 소비가 줄고 실업이 늘어나는 현상을 의미한다.

상황별 대처전략 마련해야

최근 벌어지는 미국과 중국의 경기논쟁을 조합하면 네 가지 경우의 수가 나온다. 최상의 시나리오인 ▲미국경기 소프트 패치와 중국경기 연착륙, 최악의 시나리오인 ▲미국경기 더블 딥과 중국경기 경착륙, 그리고 과도기 시나리오인 ▲미국경기 더블 딥과 중국경기 연착륙 ▲미국경기 소프트 패치와 중국경기 경착륙이다.
네 가지 경우의 수를 우리 경제에 적용해 본다면, 최상의 시나리오로 가면 성장률 4.5%, 코스피 지수 2500포인트 이상이 가능해 보이지만 최악의 시나리오에 빠진다면 각각 3.5%, 1900포인트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과도기 시나리오로 간다면 성장률과 주가는 현 추세에서 벗어나기는 힘들고 각종 가격변수의 변동성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논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나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올 3분기부터 미국경기는 더블 딥보다 소프트 패치, 중국경제도 당면과제인 프로메스적 성장을 앞당기기 위해 현재 선진국의 경험을 적극 흡수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연착륙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보는 예측기관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만큼 세계와 우리 경제 앞날을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보기보다는 네 가지 시나리오에 맞춰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컨틴전시 경영전략’을 선제적으로 수립해 놓는 것이 하반기를 맞는 국내 기업들이 해야 할 우선적인 과제이지 않나 생각한다.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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