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강의때 주로 묻는 질문 중 하나가 ‘지금 생각한 대로 뭐든지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줄 테니, 대박을 맞을 수 있는 상품을 말해보라’는 것이다. 쉬울 것 같지만 시원스런 답이 즉석에서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추상적인 설명으로 이어지고 똑 부러진 제품을 답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모두가 고정관념에 발목이 잡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답이 될 수 있을까? 인간의 욕망 중 으뜸이 무엇인가를 알아보면 될 것이다. 필자의 경우, 진시황의 불로초를 말한다. 왜냐고? 모든 인간은 영원히 살고 싶어 하는 욕망이 있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하면 청강생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히트하고 장수하는 상품은 모두 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욕구를 채워주는 것들이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에 뜨고 있는 ‘퓨어토피아’(pure-topia) 신드롬은 식지 않을 것이다. 순수한 유토피아, 즉 ‘질병 없는 삶’으로 표현될 수 있는 퓨어토피아 역시 인간의 욕망이 그대로 반영된 트렌드이기 때문이다.
무병장수를 위해 소식을 하거나 철저한 채식으로 식단을 짜는 사람들, 건강을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해 운동하는 사람들 등 대다수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퓨어토피아가 있다. 난치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다는 신약(神藥) 개발 소식이 나오면 해당 제약회사의 주가가 천정부지로 상승하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하겠다.
최근 헬스클럽을 찾는 생활이 자연스런 하루의 일과가 됐고, 웃음이 건강을 준다고 해 폭소 클럽에 다니는 것이 상식화돼 가고 있다. 여러 사람이 앉아 대화를 나누는 소재 역시 건강에 관한 것들이 많이 등장한다. 하루 30분, 일주일에 3회씩 20주간을 걷기와 달리기 운동을 했을 때 어떻게 다른가? 모두 체중 감소는 1.5% 정도로 같으나 체지방 감소는 달리기가 0.6%, 걷기는 13.4%로 걷기가 훨씬 더 도움이 되고, 걸으면 치매예방에 좋은 호르몬이 나와 정신건강에도 매우 좋다는 정보로 걷기를 권장하는 이야기 등이다.
같은 오리라도 몸속에 쌓인 유해물질을 배출시킨다는 유황오리가 더 좋기 때문에 고객들로부터 인기가 있고, 갇혀 자란 동물의 몸속에는 ‘火’가 있어 오히려 해가 된다고 해, 자연산이나 방사해 키운 먹을거리를 찾는다.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 하여 음식물 섭취에 관심이 고조되는 이유가 다 여기에 있다.
산속의 사찰음식, 궁중음식, 전통음식, 생식, 선식 등 과거에는 관심 밖이던 일들이 중요 정보로 대우를 받고 있고, 진짜 유기농을 구하기 위해 신뢰할 수 있는 매장을 찾아다니며 비싼 값을 치르고 계약재배를 하는 경우 등 모두가 퓨어토피아를 위한 행위들이다.
탄산음료가 기능성 음료로 바뀐 지는 이미 오래전이다. 지금은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이나 유럽에서 인기 있는 야채, 레드오렌지, 석류, 식초 등으로 만든 스무디 과일음료가 출시되고 있다. 경제력이 높아지면서 욕구의 대상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요즈음 우리나라를 커피공화국이라고 말한다. 현재 커피전문점이 3000여개로 시장규모는 3조원이라고 한다. 1인당 1년 평균 452잔이라고 하니 가히 커피공화국이라 칭할만하다.
실제로 창업현장에서도 커피전문점 아이템이 선호 1순위이다. 얼마 전 커피전문점 창업교육생 모집을 하니 25대1의 경쟁률을 보여 까다로운 심사로 교육생을 선발하기까지 했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커피시장이 전국적으로 달궈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시각에서 우리 전통찻집이 앞으로 뜰 것이라는 확신 아래, 전통차 공부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커피가 우리 인체에 순기능 역할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기능이 많다는 것은 우리 모두 아는 사실이라며 우리 전통차는 약의 기능까지 있어 좀 더 건강관리 시대가 무르익으면 이 분야가 오히려 각광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으로 찻집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창업자가 있다. 여기에 좋은 차를 미리 사두는 방법으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사람들도 있으니 바로 이들이 퓨어토피아 트렌드를 읽고 준비하는 사업가들이라 할 수 있다.
변화무쌍한 디지털 경제시대에 장수할 수 있는 아이템 중 하나는 퓨어토피아 상품을 취급하는 가게들이다. 점포의 성공이 상품구색만으로 해결될 수는 없지만 새로운 트렌드를 생각하고 연구하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장기간의 불경기로 문을 닫는 점포들이 늘어가고 있다. 새로운 발상의 아이디어가 불황타개의 명약이다. 새롭게 부상하는 퓨어토피아도 이런 면에서 신약 중 하나다.

조병무
대전북부소상공인지원센터장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