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하게 여름 나는 방법은 없을까? 산, 바다, 계곡 등 자연이 유혹하고 있지만 도심을 떠나는 것만은 능사가 아니다.
도심 속에서도 충분히 시원하게 보낼 수 있다. 시원한 에어컨 나오는 영화관에서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는 것도 괜찮고,
만지기도 하고 체험도 할 수 있는 테마 미술관을 찾아 여름 열기를 피하는 것도 좋다. 어디가 있을까?

그시절, 그때가 그리워 ‘한국영상지원센터’
세계 각국 사람들을 만나 대화의 친밀도를 높이는데 영화 이야기만큼 적절한 것도 없다. 젊은 층하고 세대 간극을 줄이는데도 영화 이야기는 순간 접근력을 갖게 한다. 문화에 대한 정보가 풍부하다면 삶 자체가 윤택해진다.
지하층은 시네마테크 KOFA(3개관으로 나뉘어져 있고 국내외의 다양한 고전, 예술영화를 상영(1일 3회)한다)관이다. 오래된 흑백 영화 포스터가 걸려 있다. 김혜자, 신성일, 정동환 등. 포스터속의 배우들은 시간을 돌린 듯, 참으로 풋풋한 젊은 시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포스터 속의 배우는 신기하게도 촌스럽지도, 세대 간극을 느낄 정도가 아니다. 미인, 미남은 젊으나 늙으나 아름다운 것일까?
한켠에 티켓 발매대가 있는데 관람료가 무료다. 당일 상영작 흑백 포스터가 세워져 있는데, 여름에 맞춘 듯 공포물이다. 제목도 낯설고 포스터속의 여배우 얼굴도 생경하다. 그럼 어떤가? 최근 개봉작이 아니면 어떤가? 영화 관련된 직업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영화를 배우는 학생도 아닌데 매일 영화를 볼 필요는 없겠지. 이렇게 무더운 여름날, 하루정도 내 머리도 식혀주고 아무 생각없이 시원하게 영화도 보고 영화의 변천사도 살펴보고, 자료도 뒤적거리면 참 좋을 것 같다. 피서가 뭐 따로 있나? 하루쯤 내 자신에게도 휴가를 주고 싶은 공간이다.
2층은 영상자료실이다. 도서관처럼 영화 관련자료들이 정리되어 있고 창가 쪽으로 컴퓨터가 놓여 있는 책상이 있다. 편하게 작업을 할 수 있겠다. 또 한켠은 마치 PC방처럼 되어 있다. 한국영화 1000여 편을 디지털화하여 VOD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니 원하는 영화를 다운받아서 원하는 영화를 볼 수 있겠다.
그리고 영화박물관에는 영화의 변천사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1903년부터 현재까지 최초의 사건을 중심으로 한국영화사를 살펴보는 공간이다. ‘한국영화의 시간여행’, 열두 명의 당대 최고 여배우를 통해 사회문화사를 짚어보는 ‘여배우 열전’, 30년대 대표적인 극장 원각사를 모델로 재현한 ‘무성영화극장’, 그밖에 ‘영화의 원리 존’, ‘애니메이션 존’의 상설전시장이 있다.
눈이 반짝거린다. 우리나라 첫 영화는? 아리랑을 만들었던 나운규 감독이자 배우의 일대사는 어땠을까? 김희갑과 황정순의 디오라마와 평소의 일상 소품들이 진열되어 있고, 배우 최은희와 염복순의 디오라마가 사진처럼 적나라하게 표현되어 있다. 염복순씨? 문득 궁금해진다. 지금 뭐하고 살까? 어떻게 살지? 해맑게 웃으면 보여지는 그녀의 벌어진 앞니가 생각난다. 우리나라 최초의 극장, 원각사(명동에 예술극장으로 만들어졌다)에는 변사가 금방이라도 소리를 낼 것만 같다. ‘만추’라는 영화에서 현빈과 탕웨이가 입었다는 옷도 걸려 있다. 미처 보지 못한 영화 만추의 스토리는 무엇일까? 아마도 나중에 영화를 보면서 이 옷을 떠올릴 것이다. 박물관을 보면서 내 머릿속도 자꾸만 오래된 필름이 좌르르 되돌려 진다. 이 영화 나올 때 난 몇 살이었지? 무엇을 했었는데. 주마간산으로 보기엔 아쉬운 공간이다.

■여행정보
○ 주소 : 마포구 상암동 DMC단지 1602(한국영상자료원)
문의 : 02-3153-2001, http://www.koreafilm.or.kr/
티켓박스문의 : 02-3153-2075~7
○ 관람시간 : 평일:10:00~19:00, 주말:10:00~18:00
시네마테크 : 평일:13:00~22:00, 공휴일:12:00~21:00
운영시간 : 첫회 상영 1시간 전~마지막 회 상영 시작시간까지
휴 관 일 :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 연휴, 추석연휴
주차요금 : 영화티켓, 영상자료실 이용권 소지자는 3시간 무료, 시간초과시 30분당 1,000원 (주말은 무료 주차)
○찾아가는 방법
대중교통 : 6호선 디지털미디어시티역(구 수색역) 하차(2번 출구)후 771, 7711, 7730번 버스로 환승. 누리꿈스퀘어에서 하차. 누리꿈스퀘어와 KGIT센터 사잇 길로 우회전하면 된다. 또는 공항철도 디지털미디어시티역(9번 출구)에 하차해 도보로 10분 소요. 2호선 홍대입구역(2번 출구)에서 7711번 이용. 2호선 신촌역(3번 출구)에서 171번 이용.

눈 초롱초롱, 신기하고 재밌는 공간, ‘Trickeye Museum’
홍대주변은 다양한 문화 체험공간이라 할 수 있다. 무수히 많은 문화공간 중에 ‘트릭아이 미술관’이 있다. 트릭아이란 ‘눈속임 그림’을 뜻하는 프랑스어 ‘트롱프뢰유(Trompe-l’oeil)’의 영어식 표현이다.
‘Trick of the eye’의 줄임말이다. 2차원의 평면 회화를 3차원의 입체로 착각하게 하는 그림을 뜻한다. 트롱프뢰유의 역사는 고대 그리스 로마시대부터 시작됐다.
당시 실내를 더 크고 웅장하게 보이기 위해 이 기법을 사용해 창문, 복도, 현관을 장식했다고 한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원근법의 발견, 광학의 발전으로 화가들은 더 깊이 있는 공간감을 표현할 수 있게 발전했다.
트릭아이 미술관은 일단 재미가 있다. 신기하다. 그저 눈으로만 미술을 감상하는 공간이 아니다. 그림을 직접 만지며 스스로 그림 속 주인공이 된 것처럼 연출, 사진으로 완성하는 체험형 미술관이다.
고정관념을 탈피한 살아있는 미술관인 게다. 700평 규모의 미술관은 역사관, 명화관, 사랑관, 럭셔리관, 리빙관, 전통관, 패션관 등 총 7개의 테마로 나뉘어져 있다. 멀리서 보면 액자에 걸린 그림처럼 보이지만 그림의 일부가 밖으로 나온 것처럼 입체감이 느껴진다.
그림 속의 여인은 우아하게 옷을 입고 있다가 방향을 바꾸면 나체가 된다. 명화관에는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르누아르, 피카소 등의 명화를 트롱프뢰유 그림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소개한다.
얼굴 퍼진, 뚱뚱한 모나리자의 눈매가 오히려 관람객을 쳐다보기도 하고 뭉크의 절규 그림에는 바지가 벗겨져 있다. 절로 보는 이의 웃음을 자아낸다. 그림과 함께 관람객이 호흡을 하게 된다.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거나 작품의 일부가 되어 사진을 찍어보면 입체감으로 인해 재미있는 착시효과를 즐길 수 있다. 그림 앞에서는 다양한 연출을 할 수 있는 창의성을 필요로 한다.
가족, 연인,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입을 함지박만하게 벌리면서 잠시 즐거울 수 있는 공간. 여름 더위가 이곳에 어찌 침범하겠는가? 그 외에도 그리스식 대리석 조각 분수가 중앙광장을 장식하는 노천카페와 산토리니섬의 풍광을 재현한 에게안 스타일 스트리트몰이 있다. 사진은 트릭아이 미술관에서 재미있는 포즈를 취하고 있는 관람객 모습.

■여행정보
○ 주소 : 마포구 서교동 357-1번지, 서교프라자 지하2층(호미화방 건물 지하 2층)
문의 : 문의:02-3144-6300, www.trickeye.co.kr/
관람료 : 어른:13,000원, 어린이:11,000원
○ 관람시간 : 10:00~22:00
○찾아가는 방법
대중교통 : 홍대 서교호텔 우측 골목(홍대가는 길)-서교보석과 토니모리 옆 골목으로 우회전-트릭아이미술관
지 하 철 : 2호선(홍대입구), 6호선(상수역), 공항철도(홍대입구)에 하차

■이신화 http://www.sinhwa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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