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조던으로 상징되는 미국 프로농구 NBA리그는 전세계 스포츠 팬들이 열광하는 대표적인 스포츠다. 관중의 눈앞에서 오가는 현란한 농구공과 묘기에 가까운 선수들의 플레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그 뒤에 일본기업의 기술이 숨어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바로 NBA 농구에 사용되는 공식구 소재인 인공피혁을 한 일본 화학기업이 만들고 있으며 놀라운 것은 이 회사가 피혁뿐만 아니라 IT산업의 소재에서도 1등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평범한 섬유회사서 1등기업 변신

섬유에서 정밀화학까지 아우르는 ‘쿠라레’는 만들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 세는 게 빠를 정도다. 액정디스플레이 표시 핵심소재인 광학용 PVA 필름과 안전유리에 사용되는 중간막 등이 세계 1등이고, 이제는 인공장기 소재 및 치과용 접착제 등 의료소재 사업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도대체 어떤 역량 때문일까?
쿠라레는 1926년, 일본의 남부지방에서 화학섬유레이온 생산업체로 문을 열었다. 1950년대에는 합성섬유인 ‘비니론’을 세계 최초로 사업화하고, 목면대신 합성섬유로 학생복을 대체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이 회사의 첫 번째 비밀은 바로 자체기술 개발이다. 일본 섬유업계의 큰형님이던 ‘토레이’와 ‘테이진’은 외국의 합성섬유 기술을 도입한데 비해 규모가 더 작은 쿠라레는 힘들더라도 직접 기술을 개발했다. 자체기술 개발이 집착에 가까운 기업이라는 것이 업계의 평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철학은 60년대와 70년대 시행착오를 통해 나온 결과이다. 이시기 갑자기 저렴한 가격에 촉감과 염색성이 좋은 ‘폴리에스터’가 등장하면서 쿠라레의 ‘비니론’ 사업은 궁지에 몰리게 된다. 고민하던 회사는 타사 대비 늦게 해외기술을 도입하며 폴리에스터 사업에 진출했고, 성공한 것처럼 보였다. 해외기술을 도입하기 잘했다는 생각도 잠시, 아시아 각국이 뒤따라 폴리에스터 사업을 시작하다보니 일본의 폴리에스터 산업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시장점유율이 낮던 쿠라레는 합병당할 것이라는 소문까지 돌았다.

확실한 1등 분야만 진입

이 때 경영진은 자기기술이 없는 기업은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는 외국기술에 몸을 맡기지 않을 것을 결심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핵심기술인 폴리비닐알코올(PVA), 일본식 상품명으로 ‘포바루’ 중심의 기술 포트폴리오를 재구축하기 시작한다.
이른바 쿠라레의 ‘일점돌파’. 즉, 밖이 아니라 하나의 포인트를 잡아 안으로 더욱 파고드는 세계 최강의 소수기술을 확보하는 전략을 정립한다. 그 결과 9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쿠라레지만 근간이 되는 기술은 3~4개에 불과하고, 압도적 기술력을 가진 기반기술에서 파생되는 응용기술은 수많은 분야에서 쿠라레를 1등으로 만들게 된다.

신속한 의사결정 강점

또한 응용기술들도 기반기술에서 파생되기 때문에 얻는 개발비용과 시간상의 우위는 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강력한 경쟁우위가 된다. 그런 쿠라레가 더욱 눈에 띄는 것은 기술우위를 시장 지배력으로 연계시키는 경영전략이 탁월한 점이다. 쿠라레는 시장의 크기와 상관없이 자신들의 기술력으로 확실히 1등이 될 수 있는 부분만을 골라서 진입한다는 점이다.
그 결과 개별 시장은 작더라도 이러한 1등 제품을 여러 개 가지게 되면 전체 매출도 일정 규모에 달하고, 무엇보다 경쟁의 주도권을 기반으로 높은 이익률을 보장받아 양적, 질적으로 탁월한 성과를 달성하게 되는 것이다.
쿠라레는 외형적 몸집으로는 섬유, 화학 분야에서 일본 내 1등도 아니다. 하지만 세부 시장에서는 압도적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1등 제품을 여럿 보유하고 있다. 무리한 규모확장 보다는 잘할 수 있는 영역에서 확실히 챙기며, 이를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지원한다. 기술, 시장집중, 스피드의 세 가지 성공요인은 산업을 불문하고 국내 기업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쿠라레社의 성공요인

- 핵심기반기술에 집중 파생상품 만들어
- 기술우위를 시장 지배력으로 연결
- 스피드경영 유연한 사업구조로 리스크 분산

김원소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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