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의 열쇠>는 독일 점령 하의 파리에서 공공연하게, 대대적으로 자행되었던 유태인 체포 학살 사건 벨디브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1942년 7월 16일과 17일, 나치의 ‘봄바람 작전’으로 파리에 살고 있던 유태인들이 강제 연행되어 벨디브에와 랑시의 캠프에 수용되었다.
이들은 아우슈비츠로 보내졌고 13만152명이 처형됐다. 1995년, 대통령 자크 시락은 프랑스 경찰과 시민의 협조 내지 묵인 하에 이뤄진 이 체포, 학살 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벨디브 사건을 소재로 한 타티아나 드 로즈데이의 소설 ‘사라의 열쇠’(2008)는 뉴욕 타임즈와 LA타임즈 선정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리면서 전 세계적으로 200만부가 팔렸다. 프랑스 감독 질레스 파겟 브레너는 직접 시나리오 작업을 하여 2010년에 영화 <사라의 열쇠>를 내놓아 23회 도쿄영화제 감독상과 관객상을 받았다.
영화에서 젊은 기자들은 독일이 아닌 자신의 조국 프랑스가 유태인 체포 학살 사건을 벌였다는 사실에 놀라워하는데, 그래서 1974년생인 젊은 브레너 감독의 역사 탐구를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프랑스인 건축가와 결혼하여 11살 된 딸을 둔 미국인 저널리스트 줄리아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는 시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오래된 집을 수리하던 중, 이 집이 자신이 쓰고 있는 벨디브 사건 60주년 기념 기사와 연관되어 있다는 의혹을 품고, 이 집에 살았던 이들을 추적한다.
1942년 7월. 10살 소녀 사라 (멜루신 메이얀스)는 부모님과 함께 끌려가면서 9살 된 남동생 미셸을 벽장에 숨긴다. 곧 돌아오마고 약속하며 벽장문을 잠갔지만, 유태인인 사라 가족은 뿔뿔이 흩어져 사라 혼자 뷰라롱랑 캠프에 수용된다. 동생을 구해야한다는 일념으로 탈출한 사라는 파리의 집을 찾지만, 자신의 집엔 다른 가족이 살고 있었다.
<사라의 열쇠>는 2002년 5월의 파리와 1942년 7월의 파리를 오가며 퍼즐을 풀듯 이야기를 병행하며 놀라운 진실과 반전을 끌어낸다.
현재는 안정된 카메라와 조용한 사운드로 차분하게, 과거는 흔들리는 카메라와 소음 등의 혼란으로 대비시키며 두 세계의 공기와 냄새, 온도까지 느낄 수 있게 한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미스터리를 푸는 방식. 국가나 민족, 종교의 이름으로 자행된 전쟁과 학살의 잔혹함. 집요한 진실 추적. 그리고 이 모든 것이 현재의 우리 삶과 유리된 것이 아니며, 그래서 기록의 중요성, 엄정함, 역사의 심판을 사색하게 한다.

■ 옥선희 영화칼럼니스트 eastok7.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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