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같은 ‘피팅룸’매출 증가 원동력

패션매장의 품격을 결정짓는 장소는 피팅룸이다. 패션브랜드에서 승부의 관건이 제품(Product)에서 광고(Promotion), 가격(Price)을 지나 매장(Place)으로 이동하는 추세에서, 다른 매장과 차별화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데 혈안이 된 패션마케팅 담당자들이 매장 안 피팅룸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그동안 제품 진열공간을 넓히기 위해, 매장 한쪽 구석에 최대한 좁게 배치하는 공간이었던 피팅룸은, 어두운 조명과 좁은 공간으로 성미 급한 다른 고객이 노크를 해대면 후다닥 밖으로 나오게 되는 장소였다. 그동안 소홀히 해왔던 만큼 차별화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했던 것.
영국의 한 컨설팅회사가 소비자 8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패션매장을 방문한 고객 중 피팅룸에 들어간 고객의 67%가 실제로 상품을 구매했다고 한다. 피팅룸에 들어가지 않은 고객의 단 10%만이 제품을 구매한 것과는 대조적 결과이다. 대표적으로 여성의류 브랜드 Ann Taylor는 피팅룸을 넓게 확장하고, 고객이 마치 자신의 집에서 옷을 갈아입는 것처럼 편안한 느낌이 들도록 꾸몄다.
작은 소파를 넣어두고 조명도 환하게 밝혔고, 고급 캐미솔이나 어떤 옷과도 잘 어울리는 구두를 피팅룸 안에 비치해 구매 욕구를 자극했다. 그 결과, 고객과의 유대감은 더욱 강화됐다. 메이시와 블루밍데일로 유명한 미국 최대의 백화점업체 메이시 그룹 역시 쇼핑 온 여성과 동행한 남편이나 애인, 친구, 자녀 등을 위해 피팅룸 대기실에 게임이나 만화, 영화를 즐길 수 있는 TV와 테이블, 편안한 의자를 배치한 덕분에 연일 고객과 동행 가족들로부터 열띤 감사 이메일을 받고 있다고 한다.
고객을 위한 완벽주의는 세심한 배려를 만들고, 세심한 배려는 고객 감성을 움직여, 브랜드 충성도를 높여준다. 고객의 감성을 뒤흔드는 힘은 주요 서비스에서 벗어난 듯 보였던 사소한 부분을 변화시키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이민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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