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의 요체는 자유시장과 기업이다. 시장경제의 요체는 공정경쟁과 역동성이다. 경제이론에서 자유시장의 궁극적 지향점은 완전경쟁시장이다. 그 시장에서 사회적 후생이 극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가 사회주의에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공정한 경쟁의 담보와 경제주체들의 가치창출 기여에 대한 합당한 대가의 지불덕택이었다. 이를 통해 자본과 노동의 지속적인 투입을 유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것이 고용과 소득의 지속적인 증대, 즉 경제성장을 가능하게 했다.
최근 한 일간지에서 자본주의 재조명이 시도되고 있다. 자본주의가 고전자본주의, 수정자본주의, 신자유주의를 거쳐 따뜻한 자본주의시대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매우 의미 있는 문제의 제기이다.
아프리카 정글에 여전히 온갖 동물들이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약육강식만이 아닌 공생의 생태법칙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맹수는 허기를 채울 정도만 사냥을 하고 과식을 하지 않기 때문에 위장병이 없다. 비만과 소화불량은 인간과 인간이 주인노릇을 하는 정부, 기업 등의 인위적 조직에만 있는 병이다.
협력기업 납품단가 후려치기와 기술 탈취, 이를 통해 얻어낸 대기업의 사상 최대 이익,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재벌 계열회사의 고속성장과 불법적인 부의 대물림, 포퓰리즘에 의한 과도한 정부 부채 등이 인간세상의 비만과 소화불량의 전형이다.

기업탐욕 경제 흔들어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은 소득, 부, 일자리의 불균형을 심화시키면서 우리경제의 미래를 위협한다. 과도한 정부 부채는 영원할 줄 알았던 자본주의 종주국 미국을 국가부도 위기로까지 몰고 있다.
경제학은 기업의 목표를 이윤 극대화라고 가르친다. 불변의 경제원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것은 공정한 경쟁을 전제로 한다. 납품단가 후려치기, 기술 탈취, 부당 내부거래는 분명히 공정한 경쟁이 아니다. 그것은 시장을 왜곡하고, 기업의 창업과 성장을 방해하며, 시장경제의 역동성과 혁신을 저해한다. 종국적으로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자유시장의 근본을 뒤흔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미국의 저명한 자유주의 철학자 마이클 노박이 칭송한 ‘민주 자본주의의 근간이며, 부의 원천이고, 신의 축복’인 기업은 결코 부당 내부거래와 불공정한 경쟁을 통해 이익을 독식하려는 탐욕스러운 기업이 아니다. 공정경쟁의 시장준칙을 지키고 자신들이 창출한 가치에 합당한 몫을 가지며, 나눔과 공생의 사회적 책임까지도 수행하는 기업을 지칭한다.

공정경쟁이 시장경제 근간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공생하고, 기업과 소비자가 공생해야하는 이유는 우리의 소중한 삶의 터전인 민주자본주의 자유시장경제를 보존하고 키워가기 위함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인류가 발명해낸 가장 성공적인 사회경제제도가 될 수 있었던 요인의 하나는 희망을 가질 수 있고, 도전할 수 있고, 노력의 대가가 확실히 주어지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지켜지지 않으면 자유시장도 지켜질 수 없다. 그것은 수천 년간 지속되어 왔던 제로성장과 상시 빈곤으로의 회귀를 뜻한다.
그런데 최근 그와 같은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중산층의 급감, 청년실업의 급증, 비정규직의 양산, 대·중소기업의 격차 확대, 골목상권의 피폐화, 경제 활력의 저하, 잠재성장률의 하락 등이 그것이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성장과 산업구조 및 대기업의 과도하고 무차별적인 시장지배와 독점력 행사에 기인하는 바 크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희망 없는 내일이 되고, 우리의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중산층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청년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며, 정규직을 늘리고, 경제활력을 되살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산층 형성의 근간이며 고용창출의 원천이고 혁신의 주체인 중소기업을 활성화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유지·보존하고 발전시키는 길이다.
대·중소기업의 공생과 동반성장은 이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조건의 하나이다. 시장경제의 근간인 공정경쟁의 준칙이 지켜져야 함은 당연하다. 비만과 소화불량은 자신과 이웃 모두에게 해를 끼친다. 기업의 탐욕은 시장과 국가에 해를 끼친다. 우리 대기업들의 대변화를 기대한다.

홍순영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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