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정식 개봉된 인도 영화는 손에 꼽을 수 있는 정도로 적지만, 최근 인도 영화의 성가와 국내의 열혈 팬들 덕에 세계 1위 영화 대국, 인도 영화를 자주 볼 수 있게 될 것 같다. 인도판 헬렌 켈러 이야기 <블랙>과 <포레스트 검프>를 연상시키는 <내 이름은 칸>에 이어, 인도 최고 흥행작 <세 얼간이>(2009)가 개봉된다.
앞의 두 영화가 교훈과 감동, 재미를 아울렀듯, <세 얼간이> 역시 일등만 기억하는 세상, 학업의 즐거움보다 취직을 목표로 학생을 몰아대는 명문대의 문제를 꼬집으며, 세 대학생의 우정을 웃음과 눈물 속에 그리는 수작이다.
매년 40만 명이 지원하나 200명만 입학 가능한 임페리얼 공대. 부푼 꿈을 안고 온 수재들은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며 1등과 취업만이 지상 목표라고 외치는 총장의 연설을 듣는다. 그런 총장에게 사사건건 반기를 들며 학문의 즐거움을 위해 공부해야 한다고 역설하는 말썽장이 란초 (아미르 칸).
사진작가가 꿈이지만 아버지 반대로 공대에 입학한 파란과 가난한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 대기업에 취직해야 하는 라주는 ‘알 이즈 웰’ (All is well의 인도식 발음)을 외치는 란초와 어울리면서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갈등하게 되고, 세 친구는 총장의 눈 밖에 나게 된다.
“마이클 잭슨의 아버지가 아들보고 복서가 되라고 했다거나, 무하마드 알리의 아버지가 아들보고 가수가 되라고 했다면 어땠을까? 그건 재앙이지.”라는 란초의 말은 일리가 있지만, 현실의 부모님과 대학, 그리고 사회는 미래가 불투명한 재능을 쫓기보다 돈과 성공이 보장되는 안전한 길을 택하라고 강요한다. 이상으로서의 학문과 현실 사이의 괴리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어서, 교육열 높고 우수한 인재를 길러내는 것으로 유명한 인도 또한 마찬가지인가보다.
이런 현실을 꼬집으면서도 <세 얼간이>는 대학생다운 패기와 유머, 아이디어와 이탈로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을 즐겁고 행복하게 해준다. 이들이 폭우 속에 산모를 구하는 대목에 이르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인도 영화에 빠지지 않는 뮤지컬 씬과 화려한 결혼식, 아름다운 풍광은 눈을 즐겁게 한다.
811억 원의 흥행 수익을 올리면서 인도 영화사상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고, 전 세계에서 가장 흥행한 인도 영화 2위에 올랐으며, 타임지 선정 ‘인도영화 베스트 5’에 선정된 <세 얼간이>는 라지쿠마르 히라니의 세 번째 연출작이다.
원작은 체탄 바갓이 쓴 ‘세 얼간이’. 공과대학과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후, 국제 투자 은행에서 일했던 자신의 이력을 소설에 담은 체탄은 현재 소설가, 칼럼니스트, 동기부여 강연자로 유명세를 날리고 있다.

옥선희
영화칼럼니스트 eastok7.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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