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서 제조업을 강조하는 시각이 많아졌다. 이전까지 미국은 서비스 중심경제였다. 과거 클린턴 시절 재무장관을 지냈던 로렌스 서머스는 “미국의 역할은 물건을 만들기 보다는 지식과 서비스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세계경제를 먹여 살리는 일”이라는 말까지 했다. 그러던 미국이 왜 제조업에 눈길을 돌렸을까? 그것은 현재 미국사회가 안고 있는 두 가지 문제, 즉 눈덩이처럼 불어난 경상수지 적자와 소득 양극화의 원인이 바로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위기 이전 30년간 물건은 중국이 만들고 미국은 R&D를 통해 원천기술과 첨단산업경쟁력을 갖고, 그 외 금융이나 법률, 디자인, 건축설계와 같은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산업을 해서 번 돈으로 필요한 물건을 사면된다는 식의 경제성장을 했다. 그 결과 전통적인 제조업 뿐 아니라 최첨단 기술제품에서도 2002년부터 무역적자가 생기기 시작했다. 바이오, 생명과학, 정보통신, 전자, 고도소재, 항공, 컴퓨터 소프트웨어 등 첨단 분야에서도 2007년 한해에만 536억 달러의 무역적자가 발생했다. R&D를 하면 첨단산업에서의 경쟁력이 유지될 줄 알았는데, 여기서조차 아시아 국가들이나 독일 일본 등 제조업 중심국가들에게 밀리게 된 것이다.
하버드경영대학원의 개리 피사노 교수 등의 분석에 따르면 제조공장이 해외로 이전하면 그것을 둘러싼 숙련인력, 관련지식, 주요 소재 공급업자, 기업과 대학의 R&D 망 등 산업생태계도 모두 미국을 떠난다는 것이다. 이런 생태계를 산업공유지(industrial commons)라고 한다. 공유지는 가축이 방목되는 곳을 말한다. 어느 개인에게 속하지 않고 마을에 속하는 공유지의 건강성이 가축의 번성을 가져온다는 것인데, 공유지야말로 혁신의 원천이고 새로운 기술과 제품경쟁력을 가능케 하는 경쟁의 근원이라는 것이다. 제조공장이 아웃소싱되면서 기존에 미국 내에 있던 산업공유지가 와해된 결과가 전통산업 뿐 아니라 첨단산업의 경쟁력까지 흔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소득양극화 또한 제조업 약화와 관련이 깊다. 제조업 일자리는 아주 높지는 않아도 괜찮은 보수를 받기 때문에 이 일자리를 잡은 사람들이 중산층으로 상향이동을 하게 되고 또 실제 제조업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미국 중산층의 규모와 지위가 강화되어왔기 때문에 제조업 일자리를 중산층 일자리라고 한다. 그런 일자리가 1980년대부터 줄기 시작했다.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이 피크에 달했던 1979년 1,942만 명을 정점으로 최근에는 1,152만 명으로 40%나 감소했다.
사실 제조업은 혁신과 생산성의 원천이고 많은 서비스일자리의 원천이다. 제조업의 생산성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반면 서비스업은 비교적 낮거나 정체, 심지어는 줄어든다.
미국에서 제조업에 대한 재조명을 보면서 한국에서도 제조업 기반은 결코 포기해서는 안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김용기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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