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 제안을 위한 소통환경

한비자 화씨편에 ‘화씨지벽(和氏之璧)’이라는 고사가 나온다. 화씨지벽은 ‘천하의 명옥’이라는 뜻으로, 어떤 난관도 참고 견디면서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는 뛰어난 인재를 비유하는 말이다.
이 고사를 잘 생각해보면, 직원들이 아무리 좋은 제안을 해도 상사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소용이 없고, 또 좋은 제안을 알아보는 안목을 갖기도 힘들다는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또 직원들조차 좋은 제안을 적극적으로 하는 경우도 많지 않다.
직원들이 창의적인 제안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설문조사 결과, ‘직원들이 창의적인 제안을 하지 않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41.9%가 ‘제안한 사람이 책임지고 실행까지 해야 하는 업무부담’이라고 가장 많이 응답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같은 질문에 대해 경영자들은 ‘주어진 업무만 수행하려는 직원들의 소극적 업무태도’ 라고 42.5%가 응답을 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바로 직원들과 경영자들간의 생각이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직원들은 창의적인 제안이 잘 되지 않는 이유로 ‘제안에 대한 보상이나 인정제도 미흡’, ‘창의적인 제안이나 의견을 전달할 소통채널의 부족’ 등을 꼽았다.
조직에서 제안활동이 활성화되려면 먼저, 직원들이 마음놓고 제안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직원들은 내가 제안한 아이디어가 무시당할 수 있다는 우려, 또는 반대로 일이 커져 뜻하지 않은 책임까지 떠맡게 될 위험 때문에 창의적인 제안을 꺼리게 된다. 건담, 다마고치 등을 만든 일본기업 반다이는 연간 1000여종의 신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이는 하루 평균 3건의 아이디어가 상품으로 출시되는 셈이다. 반다이에는 개발자들이 아이디어를 하나라도 더 제안하도록 지원하는 매니저들이 있다. 매니저는 이 불완전한 제안들을 잘 검토하고, 구체적으로 지적해 제안한 사람과 함께 쓸만한 제안으로 다듬는다. 그러나 개발자들의 제안 중에는 말도 안되는 아이디어도 많은데, 반다이에서는 이러한 아이디어도 언젠가는 히트상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세대가 바뀌면 보이는 것도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모두 히트하는 것이 아니라 이중 70%는 실패하게 된다. 오히려 큰 실패를 한 사원을 다른 요직에 앉히기도 하는데, 과거에 실패를 한 사람은 그만큼 도전정신이 충만하고, 주변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마음껏 제안할 수 있는 조직의 분위기, 그리고 그 아이디어를 잘 활용해서 결실을 볼 수 있도록 지원하는 회사의 노력이 창의적인 제안의 첫 번째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창의적인 제안이나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직원들의 눈높이에 맞춘 소통채널의 마련이다. 페이스북에서는 ‘핵카톤(Hackathon)’이라는 전사적 제안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핵카톤은 해킹과 마라톤의 합성어인데,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아이디어 회의를 뜻한다. 원래 해킹은 부정적인 뜻을 가지지만, 페이스북에서는 해킹이라는 단어를 ‘창조’를 의미하는 뜻으로 사용하고 있다.
창의적소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즉 열린 소통이다.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그것을 업무에 반영하는 노력을 통해서 직원들이 자유롭게 제안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그 제안들이 업무 개선이 될 수 있도록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며, 이러한 부분들은 잘 정착이 된다면 회사에게는 큰 경쟁력이 될 것이다.

권수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