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과 다르게 살자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다. 곧이어 다음 해에 삼풍백화점이 무너져 내렸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죽어나갔고, 사람들은 온 나라가 무너진 듯 좌절감과 원망과 탄식으로 가득했다. ‘빨리 빨리’로 상징되던 졸속적 고도성장 정책과 부정과 비리 그리고 무책임이 낳은 비극이었다. 그때 대학원생이던 손훈(1969~)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도대체 말도 안 되는 그런 날벼락 같은 일로 무수한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나라 전체가 개망신을 당한 일에 그는 분노를 느꼈다. 얼마나 더 많은 건축물이 무너질 줄 모른다고 생각한 그는 전공을 토목공학으로 바꾸고 건축물 안전진단 연구에 일생을 바치기로 결심했다.
그는 서울대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스탠퍼드대 토목공학에 진학해서 박사과정을 시작하면서 구조물에 대한 이해와 함께 제어계측·센서 기술 등을 접목시키는 안전진단 연구에 도전한다. 당시만 해도 국내엔 안전진단 분야를 전공하는 학자들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박사학위를 받은 손훈은 카네기멜론대 교수로 활약하면서 해당 분야의 젊은 석학으로서 학계에서 인정받는 연구 성과들을 쏟아냈다. 2007년 KAIST교수가 되어 돌아온 그는 새로운 구조물 안전진단기법인 ‘무기저(reference-free)손상감지기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주목을 받았다. 또한 그는 임용 1년 만에 39세의 나이로 최연소 종신교수가 되었다.
손훈은 멋진 자동차를 만들면 그만한 돈을 지불할 수 있는 소수의 사람들만 혜택을 누리지만 건축·환경공학 분야 연구는 교량·댐 등 사회기반 시설물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익성’을 띠기 때문에 치명적 매력이 있다고 말한다.
“의사들에게 가면 청진기로 심장 박동소리를 듣고 어디가 아픈지 대략적으로나마 아는 것처럼 건물에도 청진을 할 수 있는 센서를 다는 겁니다. 건물에서 나오는 진동이나 음향파 등의 신호를 확인해 구조물이 무너지기 전에 어디가 아픈지를 찾아내는 거죠.”
그는 스마트 센서 기술을 응용한 획기적인 연구 성과 덕분에 세계적 석학으로 인정받아서 다양한 분야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현재 그는 KAIST에서 스마트 구조 및 시스템 연구실을 운영하면서, 보잉 항공사, 미국 공군 연구소, 한국연구재단, 국방연구소, 한국도로공사, POSCO 등 유수의 국내외 기관들과 항공기, 교량 구조물 등의 기반 시설물외에도 원자력 시설물, 초고속철도, 풍력발전기 등 최근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는 녹색에너지 시설물 건전성 모니터링 시스템 개발 및 검증에 관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그의 연구 업적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아서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국제 구조물 건전도 모니터링 학회에서 올해의 인물상을 수상했다. 그는 “남들이 도전하지 않았던 ‘구조물 안전’ 분야에 일찌감치 들어선 덕분에 이렇게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겸손하게 답했는데 이처럼 ‘남들과 다르게 살자’는 것이 그의 인생철학이다. 그는 말한다.
“엉뚱한 상상을 하고 남들이 안하는 것에 눈길을 둬야 합니다. 창의적인 사고에서 새로운 것이 나올 수 있습니다. 21세기는 일반적인 지식보다 창의력을 필요로 합니다. 노력하지 않는 사람은 사실 별로 없습니다. 항상 남들과 다르게 노력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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