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내수 위축… 전세계 경기 침체 우려”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빠른 속도로 벗어나고 있던 세계경제가 2010년 2/4분기 이후 회복속도가 느려지더니, 2011년 들어와 경기둔화 양상으로 상황이 바뀌었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중동사태와 일본지진 등 예기치 못한 쇼크의 영향이라 생각했지만 7월 들어서는 한동안 잠잠하던 유럽 재정위기가 그리스와 포르투갈을 넘어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소위 유럽의 중심국가로까지 확산되고 그 여파로 미국과 일본의 신용등급이 강등되면서 재정위기와 금융불안이 선진국 전체로 확산되는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다행히 2011년 3/4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2.0%를 나타내면서 미국경제의 더블딥 우려가 어느 정도 후퇴하고, 유럽 재정위기도 10월 26일 EU정상회의에서 그리스 구제금융 및 채무탕감폭 확대, 금융기관의 자본 확충, 유럽재정안정기금 확충 등 이른바 유럽 재정위기 해소를 위한 그랜드플랜을 제시함으로써 위기확산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갖게 했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는 쉽게 진화할 수 있는 성격의 불이 아니다. 유로화의 태생적 한계 즉 금융은 통합되었지만 재정은 따로 운영해서, 한번 재정위기에 빠지면 외부지원 없이는 채무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든 한계 때문이다.
그리스의 국가부도 논란이 반복되고 오히려 스페인, 이탈리아에 이어 프랑스 심지어는 멀쩡한 독일로까지 유럽재정위기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럽 재정위기는 2012년 세계경제의 회복을 가로막은 최대의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왜냐하면 첫째, 재정위기 해소를 위해 재정긴축을 해야 하는 만큼 유럽의 경제가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유로존은 세계 수입의 1/4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유로존의 경기 둔화는 세계 교역 둔화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둘째, 유럽 재정위기는 유럽뿐만 아니라 글로벌 금융 불안을 야기함으로써 세계 실물 경제를 위축시키기 때문이다.
셋째, 유럽 금융기관이 디레버리징에 나서는 과정에서 해외자금을 회수하게 되면 중남미, 아시아 등 신흥국에서도 신용경색 등이 발생해 투자와 수요가 둔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선진국들의 민간부문이 자생적인 회복력을 갖추고 있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재정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유럽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의 후유증으로 아직도 민간부문은 자생적인 성장력을 복원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기회복이 가속되려면 정부의 힘이 필요한데, 불행히도 대부분 선진국들은 정부 차원에서 경기를 부양시킬 만한 여력이 별로 남아 있지 않다.
재정위기에 처한 남유럽 국가를 지원해야 하는 독일과 프랑스뿐만 아니라 신용등급이 강등된 미국 역시 2012년부터는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지출보다는 오히려 재정긴축을 본격화해야 하는 입장이다.
금리인하나 양적완화 등 금융적 수단을 동원할 수는 있지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선진국의 경기부진은 곧 신흥국의 수출부진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BRICs의 수출 중 對선진국 비중이 50%를 넘기 때문이다.
신흥국이 對선진국 수출 부진을 만회하려면 내수를 늘려야 하지만, 물가부담 때문에 경기둔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2012년 주요 신흥국의 물가상승률이 관리목표치를 상회할 전망이어서 오히려 금융긴축 기조를 지속해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신흥국 경제도 감속이 불가피하다.
그 결과 2012년 세계경제 성장률은 3.5%로 2011년 3.8%보다도 둔화될 전망이다.
그나마 다행스런 것은, 2012년 하반기로 갈수록 완만하지만 세계경제 성장률이 상승세를 보일 것이란 점이다.
유럽 재정위기가 유로존 내부와 IMF 등의 공동 노력에 힘입어 점차 진정국면에 접어들면서, 유로존의 경기도 2012년 1/4분기를 저점으로 바닥에서 탈출할 가능성이 있고, 신흥국 경제도 2012년 상반기 이후 어느 정도 물가상승 압력에서 벗어나면서 내수가 회복세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구본관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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