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새해에는 새로운 희망을 말하고 각오를 다짐한다. 올해 경제전망은 어둡다. 세계경제 불안에만 탓을 돌릴 수 없다. 올해는 총선과 대선이 치러지는 해라서 정치권은 ‘더 많이 퍼주기’ 경쟁을 벌이고 있어 더욱 불안하다. 정치인들은 남미 여러 나라의 실패사례도 모르는 것 같고 유럽 나라들이 지금 겪고 있는 재정위기 사태도 못 본 체 한다.
세계경제 불안은 상당기간 계속될 것이다. 현명하게 대처해야 하지만 한계가 있다. 문제는 나라 안의 사정이다. 정치권 모두가 경제성장은 뒷전으로 밀어놓고 복지타령을 하는데 유권자가 현명한 판단을 할 틈이 없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정치 이야기는 접고 희망의 싹을 경제에서 찾아야 한다. 신발 끈을 조여 매고 험한 산을 오르듯 도전해야 한다. 어렵더라도 그 길 이외에 달리 길이 없다. 환경 탓하고 불평불만을 토로하는 건 전략이 아니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달려야 한다.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어디 어제 오늘의 일이던가. 길이 없는 곳에 새 길을 내야한다.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해도 담쟁이처럼 그 벽을 타고 올라가야 한다. 중소기업인의 기업가정신은 그래서 중요하다.

위대한 기업인들, 국가 살려내

우리가 최빈국에서 탈출한 바탕은 기업가정신과 근로정신이었다. 말린 오징어를 모으고 가발을 만들어 수출하던 시대를 거쳐 철강·자동차·반도체·조선산업을 일으킨 열정 말이다. 이렇다 할 기술과 자본도 없이 맨 몸으로 달려들었던 그 열정을 중소기업에서 다시 살려내야 한다.
영일만 모래밭에 포철을 건설한 박태준, 25세의 나이에 조그마한 자동차 수리공장을 만들어 오늘날 현대자동차의 싹을 틔운 정주영, 비관적인 여론에도 불구하고 미래 산업이라는 신념으로 반도체 산업에 승부수를 던져 오늘의 삼성전자를 이룬 이병철 등등 우리가 본받아야 할 기업인들은 즐비하다. 척박한 환경에서 밤샘작업도 마다않고 기꺼이 땀 흘린 근로자와 어려움을 버텨온 중소기업인들 역시 오늘의 한국을 이뤄낸 영웅들이다. 카네기, 포드,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페이스북의 주커버그를 들먹일 게 아니다. 우리에게도 위대한 기업가와 창업가가 있었고 또 있다. 새 시대를 이끌 영웅들을 계속 배출해야 한다.
우리의 어린 소녀들이 박세리 선수의 활약상을 보고 꿈을 키워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세계를 여자골프 제패했다. 우리의 청소년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그들이 중소기업의 문을 두드리게 하자. 그리하여 그들이 위대한 기업가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자.

창조적 기업인이 시대의 영웅

중소기업은 연못에서 나와 힘들더라도 큰 바다로 뛰어들어야 한다. 지난해만 해도 대·중소기업 상생, 동반성장, 공생발전, 이익공유제, 中企 적합업종 지정제도 등등 갖가지 중소기업 정책이 쏟아졌다. 그것으로 중소기업의 사정이 얼마나 좋아졌고 좋아질 것인가. 정책과 제도가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중소기업인의 기업가정신이다.
극심한 구직난 속에서도 중소기업은 사람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이 현실을 부숴야 한다. 청년 일자리는 중소기업에 있다. 반값 등록금 문제로 시비하기 전에 학력 중시 풍조부터 없애고 제대로 된 일꾼을 기르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 선진국 문턱에서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이 떨어지고 있는 이유는 자명하다.
시대는 바뀌고 있다. 세계적으로 잘 나가고 있는 기업들 중에서 10~20년 전에는 그 이름을 들어보지 못했던 기업들이 많다. 이는 창조적인 중소기업이 창업돼야 하고 기업가정신을 되살려야한다는 걸 말해주는 것이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첨단기술을 가진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건 진리다. 미래는 그저 오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다.
신생기업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뿐 아니라 경제성장을 이끈다. 기업가정신을 가진 기업가와 창업가는 이 시대의 영웅이다. 어려울 때 필요한 건 희망 찾기다. 중소기업에서 영웅들을 만들어내자. 정주영·이병철·박태준 키즈를 만들어 내자. 새해 벽두에 던지는 화두다.

류동길
숭실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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