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일본의 날개'로 자부했지만 방만한 경영으로 파탄에 직면했던 일본항공(JAL)이 뼈를 깎는 변신노력으로 부활을 모색하고 있다. 경영부진 끝에 2010년 1월에 도산한 일본항공은 최고경영자 교체와 함께 의식개혁에 착수하고 사업 규모를 2/3로 감량하는 등 경영체질을 강화했다. 그 결과 2010년 전 세계 항공사 중 최대 이익을 기록하는 등 법정관리 1년 만에 'V자 실적회복'의 가능성을 찾는 데 성공했다.
도산 당시 일본항공은 ‘복합 고질병’에 걸려 있었다. 민영화 기업임에도 정부 특혜 속 낙하산 인사가 만연했고, 전시행정에 휘말려 전국에 난립한 지방공항에 모두 취항하는 비효율을 감수해야 했다. '경영부재'라는 비판까지 받던 일본항공의 고질병을 근본적으로 치유하기 위해 긴급 투입된 사람이 바로 일본에서 ‘살아 있는 경영의 신’이라 추앙받는 78세의 교세라 명예회장 ‘이나모리 가즈오(稻盛和夫)’이다.
타성에 젖지 않은 '외부인'으로서 그는 ‘사업 초심으로의 회귀’를 강조했다. 그간의 항공운송업 마인드에서 탈피, 고객지향적인 서비스업 마인드를 강조한 것이다.
동시에 정치논리에서 시장·기업논리로의 전환을 추진했다. 이나모리 회장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아메바 경영'을 적용해 시장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경영체질을 추구했다. 자신이 소속된 부문의 수지를 흑자로 만들어야 한다는 구체적 미션을 직원 개인 단위로 할당하는 부문별 채산제를 운영해 전사적 수익성을 높인 것이다. 임직원이 지방출장을 갈 때 우회하는 한이 있더라도 신칸센 대신 자사 항공편을 이용하게 하여 640억엔에 달하는 출장경비를 절감한 것이 대표적이다.
아메바 경영은 비용절감 뿐 아니라 실행력을 높이는 성과도 가져왔다. 기존에는 반년마다 노선을 조정했으나 이제는 시장수급에 맞춰 1주일 단위로 발 빠르게 재편해 ‘날마다 수익이 나는 항공편을 띄우는’다이내믹한 조직으로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타성에 젖은 구성원들에 경종을 올리기 위한 가시적 조치로 전에 없던 뼈를 깎는 다운사이징도 단행했다. 수익성이 낮은 국제선 노선 42%를 줄이고 국내 노선도 27% 철수했다.
또 휴가철 성수기가 아니면 가동률이 낮았던 설비나 인원의 불합리를 해결하기 위해 종업원의 1/3을 감축하고 연봉도 20∼30%씩 삭감했다. 뿐만 아니라 한 때 세계에서 보잉기를 가장 많이 보유했던 자부심을 뒤로 하고 B747, A300과 같은 대형기를 대거 퇴역시키는 한편, 효율적인 소형 기종으로 교체해 탑승률과 객단가를 동시에 높였다.
일본항공의 사례 역시 사업의 원점인 초심으로의 회귀를 포함한 정신적 대오각성과 함께 부분적 개선이 아닌 체질과 행동의 획기적 재검토가 수반될 때 위기의 늪에서 헤어 나올 수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정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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