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를 입힌 영화 예찬 동화 휴고

2012년 아카데미영화제는 비교적 납득할만한 수상 결과를 내놓았다. 흑백 무성 영화 스타일과 화려한 3D로 영화를 예찬한 대조적인 영화 <아티스트>와 <휴고>가 내용 부문과 기술 부문을 사이좋게 나누어 가진 것이 그렇다. 프랑스 신예 감독이 할리우드 무성 영화 시절을 애틋하게 추억한 <아티스트>는 작품, 감독, 남우주연, 의상, 음악상을 가져갔다. 미국의 어두운 면을 들여다봤던 마틴 스콜시지 감독이 동화에 처음 도전하여 모험과 꿈의 세계를 화려하고 정교한 3D로 완성한 <휴고>는 미술, 촬영, 사운드 편집, 사운드 믹싱, 시각 효과상을 독식했다.
아카데미영화상은 보통 한 부문에 5편의 후보작이 경쟁하는데, 2012년의 작품상 후보작은 무려 9편이었다. 따라서 작품상과 감독상 등을 가져간 <아티스트>의 실질적 승리라고 볼 수도 있지만, <휴고>의 성취도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휴고>는 동화, 3D, 영화 예찬의 세 목적을 조화롭게 성취한 가족용 영화다.
먼저 동화의 측면. 사고무친한 고아 소년의 안타까운 처지와 외로움, 순수한 용기, 영민한 처신, 모험의 스릴은 수많은 고전 동화에서 보아온 것임에도, 관객을 긴장시키고 또 행복하게 해주기에 충분하다.
소년의 모험을 돋보이게 하는 게 3D 기술인데, 3D를 액션이나 S.F. 영화의 눈요기 거리로 평가절하 했던 관객이라면 파리 상공에서부터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기차역을 한 컷으로 밀고 들어가는 도입부에서부터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수많은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다락방 공간들도 눈을 휘둥그레 하기에 충분하다. 3D 영화의 기술적 성취에 앞장서온 <아바타>의 감독 제임스 카메론은 자신과는 정반대 영화 세계를 천착해온 선배 감독 마틴 스콜시지의 <휴고>를 격찬했고, 마틴 스콜시지 또한 3D 영화의 가능성에 고무되어 앞으로 만드는 영화는 물론 과거 작품들도 3D로 전환시키고 싶다고 했을 정도다.
영화 팬이 <휴고>에 열광할 또 다른 요소로는 영화의 발명과 이를 예술로 승화시킨 초창기 영화인에 대한 존경, 영화를 처음 본 당대 관객의 놀라움, 영화가 펼쳐 보인 신세계와 무한한 가능성 등에 대한 예찬이다. 마틴 스콜시지 감독은 우리 영화의 고전인 김기영 감독의 <하녀>(1960)의 복원에도 기여했을 만큼, 문화유산으서의 영화의 보존과 복원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따라서 영화를 발명한 뤼미에르형제와 이를 이야기를 가미한 상상의 예술로 발전시킨 조르주 멜리아스에 대한 존경과 헌사는 마땅히 그의 몫이지 싶다. 커다란 시계 바늘에 매달리는 아슬아슬한 장면 등 <아티스트>와 마찬가지로 영화 지식을 테스트하는 고전 영화의 유명 장면 재현도 적지 않다. 아예 고전 무성 영화의 장면들을 편집해 보여주기도 한다. 동화와 영화 발명기의 연결은 <휴고>의 원작자 브라이언 셀즈닉의 출생 배경과도 무관하지 않다. 어린이 책의 저자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브라이언 셀즈닉의 할아버지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을 제작한 할리우드 전성기의 유명 제작자 데이비드 오 셀즈닉으로, 영화가 일상인 집안 출신인 것이다.

■ 옥선희 영화칼럼니스트 eastok7.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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