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화된 고용양극화 …재교육으로 극복해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쥐어 짜인 중산층(Squeezed middle)’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최근 중산층 복원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중산층이 약화되면 계층간 갈등이 심화되어 정치안정을 위협하고 내수소비여력의 감소로 경제안정도 어려워진다. OECD는 중위가구 소득의 50~150%를 중산층으로 정의하고 있는데, 한국의 중산층 비중은 1995년 75.3%에서 2010년 67.5%로 감소했다.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에서도 중산층의 약화가 정치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미국의 중산층은 1970년대 이후 이미 소득 정체와 부채 증가의 이중고에 시달려 왔는데, 글로벌 금융위기 때문에 실직, 자산가치의 하락, 주택압류 등을 겪으면서 위기는 더욱 심화되었다. 이에 따라 국민들의 불만이 티파티(Tea Party) 운동, 월가점령시위(Occupy Wall Street) 등 포퓰리즘적 집단행동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중산층의 경제적 불안은 일차적으로 노동시장의 고용양극화에 의해 발생했다. 미국, EU 등 선진국에서는 중간 임금 일자리가 감소하는 대신 고임금 일자리와 저임금 일자리가 증가하는 고용 양극화가 진행 중인데, 미국은 1993~2006년 사이 총 고용에서 사무, 기능, 장치·기계 조작 등 중간 임금 직종의 비중이 6.2%p 감소한 반면, 개인서비스, 단순노무 등 저임금 직종의 비중은 1.9%p, 관리직, 전문직 등 고임금 직종은 4.3%p 증가했다. 이러한 고용 양극화의 근본 원인은 노동절약적 기술혁신과 생산의 글로벌화 때문이다. 생산 자동화, IT 기술 혁신 등으로 기존에 중간 숙련인력들이 담당하던 정형적 업무들이 자동화, 전산화되고 있으며 미국 기업들이 생산 기지를 해외로 이전하는 것이 중간숙련 일자리의 감소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스웨덴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1993~2006년 사이 중간 숙련 직종의 비중이 7.0%p 감소한 반면, 고숙련 직종의 비중은 5.0%p, 저숙련 직종의 비중은 1.9%p 증가하는 고용양극화현상이 발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중산층 가구의 비율은 1979년 60.3%에서 2004년 56.3%로 감소한 반면, 스웨덴 중산층 가구의 비율은 1981년 69.9%에서 2005년 78.8%로 증가했다.
스웨덴의 성공비결은 바로 효율적인 재교육 시스템에 있다. 스웨덴은 성인 근로자들이 근로생애 기간 중 언제라도 새로운 기술을 습득해 고숙련 직종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평생직업교육훈련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직업교육제도가 취약해 중산층 근로자들이 고용 양극화의 충격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미국은 1990년대 후반 이후 성인 재교육을 제도화했는데, 중산층 근로자 보다는 저학력 청년층, 빈곤층 등 노동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을 직업교육의 주된 대상으로 삼고 있어 큰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사내하청 의존도가 높은 생산직을 비롯해 기업의 콜센터, IT서비스 등 다양한 중간 숙련 일자리들이 국내에서 외주화 되고 있는 것이 특징인데, 직접 고용 일자리들이 외주화 되면 임금이 하락해 해당 업무에 종사하던 중산층 근로자의 경제적 불안이 증대될 우려가 크다.
따라서 우리도 스웨덴과 같이 중간 숙련 근로자들을 노동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고숙련 인력으로 업그레이드함으로써 산업계의 숙련 수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지방 종합대, 전문대, 폴리텍대학 등을 활용해 지역 기반의 평생 직업교육훈련시스템을 구축해 노동시장과 교육훈련기관의 소통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박준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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