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어려워지면 어느 나라에서나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이들은 소상공인이고 그 중에서도 자영업자들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경제가 전반적으로 회복됐다고는 하지만 그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대표적인 지표가 실업률이다. 외환위기 이전 2.1%대였던 실업률이 외환위기 이후 3.3%대 이상으로 증가했다. 실업률이 외환위기 이전 보다 1%포인트 이상 증가하면서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
소상공인 창업 전문기관의 통계에 의하면 자영업자의 55~60%가 5년 이내에 폐업한다고 한다. 5년이라는 시간은 장사의 수지타산이 맞지는 않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돈을 차입해 열심히 일하면서 버틴 결과이다. 그 기간 동안 돈을 차입하기 위해 4~6개의 은행과 거래하면서 카드 빚으로 돌려 막기도 한다.
다양한 경로로 돈을 차입하다가 더 이상 돈을 빌릴 곳이 없어진 상태가 되는데 까지 걸리는 시간이 5년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자영업자가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신용보강을 해 주는 보증기관인 지역신용보증재단과 신용보증기금의 자료를 보면, 자영업자 사업 부도의 가장 큰 이유는 불경기이다. 불경기는 매출 감소로 인한 이익의 하락으로 나타나게 되고 이로 인해 자영업자는 생활비 부족을 겪게 된다. 매출 감소에 따른 생활비나 사업자금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으려고 하지만 금융기관은 당연히 자금의 회수가 어려운 자영업자에게 대출해 주지 않는다.

금융업 본질상 높은 문턱 당연

대출을 위해 금융기관에서 보증서를 요구받게 될 경우, 자영업자는 불경기로 상환 불능 위험이 높아져 보증기관의 보증서 받기가 어렵다. 설사 보증서를 받더라도, 이는 부분 보증이므로 보증 금액 밖의 대출 금액에 대해서는 대출 상환 위험이 있으니 높은 대출금리를 요구받게 된다.
매출 감소로 금융접근이 어렵게 되는 기업규모는 자영업자만이 아니라 중소기업도 해당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2월 출간한 ‘2011년 중소기업의 금융이용 및 자금애로 실태’를 보면, 자금사정 악화(조사업체의 41.1%)의 원인으로는 ‘판매부진’이 30.0%로 가장 많았다. 금융기관을 통한 자금조달에 있어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20.3%가 ‘신용보증서 위주 대출’을 꼽았으며, 그 다음이 ‘높은 대출금리’(18.6%), ‘과도한 부동산 담보요구’(18.5%) 등으로 조사됐다.
자영업자도 금융업의 본질을 이해하면 금융기관의 높은 문턱에 대한 비난이 잘못이었다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금융기관이 대출해 주는 돈은 예금이자를 기대하고 금융기관에 돈을 맡긴 예금자의 자산이다. 금융기관은 예금자에게 원금과 예금이자를 되돌려 줘야할 의무가 있다. 예금자의 돈을 책임있게 운영해야할 주의와 충실의 의무를 지고 있는 것이다. 이를 어기면 대출해 준 금융기관 직원은 인사 및 보수에서 불이익을 받고, 심한 경우에는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불경기시 상호금융 장점 커

소액 대출을 원하는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은 사업이 어려워 돈을 차입해야 할 때 금융업의 본질을 이해하고 금융거래를 해야 한다. 필요한 자금 대출을 위해 가장 쉽게 찾아가는 곳이 은행이지만, 은행은 신용등급을 평가해 대출여부를 결정하게 되는데, 그 평가에서 재무지표가 가장 중요하다. 소득 흐름이 있거나 부동산 등이 있어야 대출 가능한 신용등급을 받을 수 있다. 대출을 결정하는 임직원들은 정기적인 인사로 자리 이동을 해야 하므로, 대출 자금의 상환능력 평가에 재무지표만을 활용하게 된다.
반면 소액 대출을 위주로 하는 상호금융(새마을금고, 신협 등)의 임직원은 한번 입사하면 그 기관에서 계속 근무한다. 이들은 고객의 재무지표만 아니라 그 사람의 신뢰 정도까지 평가할 수 있다. 즉, 지속적 거래와 안면 관계를 통해 신뢰 정도의 비재무지표가 만들어 지게 된다. 고객이 재무지표상 어렵지만, 그 고객에 대한 오랜 관계에서 형성된 신뢰 정도에 따라 소액대출은 언제나 가능하다.
금융의 본질을 이해하고 상호금융을 지속적으로 잘 활용해 간다면, 자금 애로요인을 겪는 자영업자들도 불경기에 소액 또는 그 이상의 금액을 높은 금리를 부담하지 않고 대출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종욱
서울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