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금속활자의 나라…세계시장 선도할 것”

“인류는 인쇄기술을 통해 찬란한 문화의 꽃을 피워왔습니다. 지식정보의 고속도로를 주행하는 변혁의 시대를 맞이한 지금, IT산업과 접목해 인쇄산업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자 합니다.”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은 중소기업중앙회와 함께 금년에 50주년을 맞이한 대한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연합회 고수곤 회장은 “디지털 환경으로 인한 시장변화에 대응해 인쇄업계의 해외시장 개척을 적극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고 회장을 만나 지나온 50년에 대한 회고와 미래 50년의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 인쇄연합회의 과거 50년을 뒤돌아본다면.
1962년 창립당시 9개 회원조합, 450개 조합원사로 출발한 인쇄연합회는 지난해말 현재 11개 회원조합 3천5백여개 조합원사를 자랑할 정도로 눈부시게 성장했다. 이와함께 역대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중에서 인쇄업계 출신인 故 이구종 초대 회장과 중소기업계의 큰 별 故 유기정 회장을 배출한 것은 인쇄업계의 자랑이 아닐 수 없다.
인쇄연합회는 설립 초기부터 업계의 기술수준 및 품질 향상에 주력해왔다. 인쇄 기능공들에게 선진 인쇄기술을 전수하기 위해 일본인쇄협회의 통신교재 55만부를 지난 21년간 배포했으며 97년 10월 13~16일 서울에서 아시아 7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제2회 아시아인쇄기술포럼’을 개최해 우리의 인쇄기술 수준을 널리 알렸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성과는 업계가 일치단결해 숙원사업인 ‘인쇄문화산업진흥법’ 제정을 2007년 7월 이끌어 냄으로써 인쇄업계에 대한 정부 지원의 물꼬를 튼 것이다. 87년 12월에는 인쇄연합회와 인쇄문화협회, 서울인쇄조합 3단체가 공동으로 서교동에 인쇄문화회관을 건립, 연합회 재정자립의 토대를 마련했다.

■ 기억할 만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한국이 WTO(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함에 따라 단체수의계약이라는 보호막이 제거됐다. 이로인해 2002년부터 단체수의계약이 5년에 걸쳐 축소되기 시작했다. 김대중 정부시절인 2003년 당시 서울시인쇄조합 이사장으로서 김직승 당시 연합회장과 함께 국회 산업자원위원회에 인쇄업계의 연쇄도산 우려를 강력히 제기해 폐지될 위기에 처했던 단체수의계약제도를 부활시켰다. 인쇄연합회가 최우선적으로 노력해 전체 중소기업에 큰 혜택을 가져다 준 것이다.
당시 전윤철 공정거래위원장과 박광태 평민당 제1정책조정위원장과의 협의를 통해 연차적으로 20%씩 줄이던 것을 3년차 시점에 부활시킨 일을 우리 인쇄업계는 지금도 자랑스러운 업적으로 기억하고 있다.

■ 인쇄업계 현황과 국내외 시장동향은.
인쇄산업은 전형적인 중소기업형 업종이라고 할 수 있다. 2009년말 현재 우리나라 인쇄업체수 및 종사자수는 1만6424개사 6만8707명이고 이중 중소기업은 1만6421개사 6만7443명에 달하는 반면 대기업은 3개사 1264명에 불과하다. 시장규모는 5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국내 인쇄업계는 장기적인 내수불황과 업체간 덤핑, 과당경쟁으로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어 해외시장에서 활로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 연합회의 주요사업은.
연합회는 조합원에게 양질의 인쇄용 자재를 저렴하고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설립 첫해부터 공동구매사업에 주력해 왔다.
연합회가 취급하고 있는 인쇄자재는 국내에서는 생산되지 않는 자재로 크게 4가지 품목으로 구성된다. 연합회는 자재를 직접 수입하거나 국내 대리점에서 염가에 구매해 조합원에게 공급하고 있다.
1962년 490만원으로 출발한 공동구매 실적은 한때 연간 62억원수준까지 늘어났지만 지난해말 현재 8억원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는 인쇄 자동화로 수요가 감소추세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공동구매사업은 조합원에 대한 저렴한 자재공급과 시장가격 안정화에 기여하는 등 장점이 큰 만큼 앞으로 새로운 아이템을 개발해 공동구매사업 활성화시켜 나갈 계획이다.

■ 그밖에 추진하고 있는 사업은.
40여년간 시행해 오던 조달청 인쇄기준요금이 지난해 5월 폐지됨에 따라 연합회는 ‘인쇄단가 산출 가이드라인(인쇄요금표)’을 제정해 정부와 구매기관, 조합원사 등의 실무자를 대상으로 교육에 나서는 한편, 물가정보지에 게재하는 등 빠른 시일 내에 인쇄요금이 정착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오고 있다.
이와함께 지난해 인쇄물이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선정됨에 따라 대기업의 인쇄시장 진입·확장을 상시적으로 감시하기 위한 체제를 구축했다.

■ 미래 50년의 비전은.
우리나라는 구텐베르크보다 150년이나 앞서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만든 나라로 세계 인쇄업계를 선도해 나가야할 위치에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 인쇄업계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 디지털환경으로 인한 시장의 변화로 출판 인쇄물과 사무용 인쇄물 수요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함께 단체수의계약 폐지로 인한 수입재원 급감으로 회원조합들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로인해 업계의 중심인 연합회도 함께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라는 말처럼 인쇄업계가 화합과 소통을 통해 하나가 된다면 웅비하는 흑룡과 같이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다.
산업이 발전하면 할수록 제품 포장과 홍보용 인쇄물에 의해 상품의 인지도가 크게 좌우되고 있는 만큼, 우리 인쇄업계도 인쇄전문 수출인력을 지속적으로 양성하고 고품질의 상품카탈로그, 라벨, 포장용지 등 친환경 제품을 개발해 해외시장 개척에 주력한다면 전망이 밝다고 본다.
아울러 IT산업이 급속히 발달함에 따라 인쇄산업도 IT산업이 접목한 인쇄전자 솔루션 개발에 적극 투자해 인쇄산업의 독자적인 영역을 지켜나가야 한다.
미래 50년을 설계하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서울시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 이사장으로 2회 연임한 경험을 살려 아직 깨어나지 않은 인쇄산업의 신천지를 개척해 나가겠다.

<사진=오명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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