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 마케팅’이라는 말을 들으면 일정 수준 이상의 계층에 어필하는 VIP 이벤트 같은 것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최근 급변하는 경영환경은 이에 대한 근본적인 재인식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기업간 경쟁은 재무성과나 기술력, 브랜드 경쟁을 뛰어넘어 인문학적 소양이나 문화적 품격까지 포함하는 ‘평판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클래식 음악 마케팅 역시 ‘그들만의 축제’에서 벗어나 다수와 소통하고 공감하는 채널인 동시에 차별화된 체험을 제공하는 수단으로 업그레이드될 시점인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주목해야 할 첫 번째 추세는 기업이 첨단기술이 접목된 공연을 후원할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2008년 있었던 로시니의 희극 오페라 ‘시금석’ 공연의 경우, 가수는 블루스크린 앞에서 노래하고 배경은 미니어처로 만들어 무대 상단의 스크린에 합성영상이 뜨는 흥미로운 연출이 등장했다.
이렇듯 최근 클래식 공연이 파격적인 영상미나 상호작용의 재미, 새로운 시도에 대한 호기심 충족 같은 다양한 체험을 제공함에 따라 기업에게도 전통적인 후원방식을 넘어 첨단 영상장비 지원, 가상현실 기술 자문, 디지털 인프라 투자기회 등이 대두되고 있다.
두 번째 화두는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에 기여하는 것이다. 이미 서구에서는 센트럴파크 콘서트와 같이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야외공연이 활성화되어 있다. 이런 경우 야외의 특성을 살린 대용량 음향 시스템이나 조명시스템, 이동식 무대, 대화면과 같은 다양한 후원 기회가 존재한다.
또 최근에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나 베를린 필 같은 음악 단체들이 최신 공연을 동네 극장에서나 PC, 모바일 기기를 통해 손쉽게 볼 수 있게 하는 디지털 솔루션을 내놓는 추세이다. 이런 저변확대 노력을 후원한다면 대중친화 이미지와 고품격 이미지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세 번째 추세는 신흥국 시장의 잠재력에 주목하는 것이다. 향유층이 노령화되어 정체된 선진시장에 비해 음악수요가 날로 팽창하는 신흥시장의 경우 뒤늦게 클래식 음악 마케팅에 뛰어든 비 서구기업들에게도 큰 기회이다. 신흥국에서 클래식 음악이란 교양의 상징을 넘어 사회적 신분의 아이콘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특히 음악교육과 관련 인프라 구축에 초점을 맞춘 마케팅에 선진기업들이 주력하는 추세이다. 우리 기업의 경우 신흥국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올림픽이라던가 월드컵과 같은 대형 국가 이벤트를 찾아 클래식 음악 마케팅을 접목할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클래식 음악 마케팅을 잘 하는 방법은 일반 비즈니스의 성공원리와 비슷하다. ‘기존 방식을 답습하지 말고 내가 속한 업의 특성이나 핵심역량을 창의적으로 접목하는 것’이 그것이다.
또 일회성, 과시성 이벤트가 아닌 장기투자 관점에서 진지하게 접근하여 ‘문화중시 기업으로서의 진정성’을 확보할 때 사회 전체와 소통하고 공감하는 품격 있는 수단으로서 클래식 음악 마케팅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정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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