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보엠>의 무대는 파리 라탱지역으로 젊고 가난한 사람들, 예술가와 학생들이 많이 거주하는 동네, 건물의 꼭대기층 다락방에는 무명 예술가들로 시인 로돌포, 화가 마르첼로, 철학자 콜리네, 음악가 쇼나르, 그들은 모두 주머니가 텅 비어 방세도 몇 달치가 밀려 있지만, 즐겁고 장난이 끊이지 않는 청춘들.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 저녁에 로돌포와 미미뿐만 아니라 마르첼로와 무제타의 커플의 네 남녀의 사랑에 재미있고 슬프게 그려지는 <라보엠>은 4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1막은 다락방에서 시인 로돌프는 화가 마르첼로와 추위에 떨며 원고를 난로에 넣고 불을 피우며 다른 친구들과 함께 크리스마스이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먹을 것과 술을 마시면서 월세의 압박에 대한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원고마감을 하려는 로돌프에게 이웃에 사는 미미가 촛불이 꺼져 불을 얻으러 와서 열쇠를 잃어버려 어둠 속에서 미미의 손을 잡으며 ‘그대의 찬 손’을 노래한다. 운명적인 상대방을 만나 마법처럼 한 순간에 사랑을 하게 되지만, 가진 것이 없어 잃을 것도 없는 계산되지 않는 사랑을 시작하는 사회계층을 그려내고 있다.
2막은 카페 앞 광장에는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려는 인파로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미녀 무제타가 알친도로하는 돈 많은 노인을 애인으로 함께 카페에 들어오지만 옛애인이었던 마르첼로는 애써 그녀를 외면하지만 마르첼로의 관심을 끌려고 요염한 태도로 ‘내가 혼자 거리를 걸어가면’을 부른다. 마르첼로와 무제타는 여기서 서로에 대한 열정이 있음을 확인한다.
3막은 몇 달 후에 무제타와 마르첼로는 술집에 방을 얻어 함께 살고 있는데, 병색이 짙은 미미가 마르첼로를 만나러 온다. 로돌프는 미미가 바람기가 있어 헤어져야겠다고 하자 마르첼로는 ‘맘에 없는 소리’라고 일축한다. 로돌포는 자기와 함께 살아서 미미의 폐결핵이 더욱 악화되었지만 자신은 난방비도 벌지 못하고 있어 너무나 괴롭다고 얘기한다.
4막은 다박방에서 글을 쓰는 친구, 그림 그리는 친구들, 함께 모두 작업에 몰두하고 있을 때, 무제타가 들어와 미미를 부축해 침대에 뉘이며 무제타는 장신구를 팔아 의사의 왕진비와 약값을 마련하려고 그리고 미미가 늘 갖고 싶어 하는 토시를 사다 주려고 마르첼로와 함께 나간다. 콜리네도 낡은 외투를 팔러 쇼나르와 함께 방을 떠난다. 둘만 남게 되자 미미는 로돌포와 처음 만났던 날을 기쁘게 회상한다. 무제타가 들어와 토시를 건네주고, 마르첼로는 의사를 불렀으니 곧 올 거라고 한다. 하지만 미미는 조용히 숨을 거두고 친구들보다 늦게 미미의 죽음을 알아차린 로돌포는 서럽게 운다.
오페라<라보엠>은 보통 푸치니의 작품으로만 알려져 있지만, 사실 이 소재에 먼저 손을 댄 것은 오페라 <팔리아치>로 유명한 루제로 레온카발로였다. 그러나 작품의 완성이 푸치니 오페라보다 1년 늦어지는 바람에 레온카발로는 엄청난 손해를 본 셈이다. 레온카발로의 <라보엠>은 음악적인 면에서 푸치니 작품보다 한결 드라마틱하고 직설적이어서 원작 소설의 분위기에 훨씬 가깝다는 평을 얻었고 초연도 성공적이었으나, 푸치니의 오페라처럼 아름답고 서정적인 멜로디를 다양하게 구사하지 못했기 때문인지 차츰 인기가 떨어졌다. 대중적인 오페라 관객들이 좋아하는 것은 연속극처럼 아기자기한 사랑 이야기였고 심금을 울리는 멜로디였다.
매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시작되며 예술과 가난한 삶 속에서 온갖 기쁨과 고통을 경험하며 성장하는 젊은이들의 사랑이야기로서 백여 년 동안 세계의 사랑을 받아왔다.
서울에서도 4월초 예술의 전당 국립오페라단에서 공연을 하게 되어 많은 국내 팬들에게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글. 박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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