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방법과 유통까지 고려한 디자인전

 

유럽의 현대 디자인도 한눈에

디자인의 중요성이야 애플 제품만 보아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노인전용 핸드폰으로 겨우 전화와 문자를 주고받는 기계치임에도 불구하고, 애플 컴퓨터와 아이폰만 보면 어찌나 행복해지는지 구매 의욕이 절로 생긴다. 이러니 디자인의 중요성이 아닌 디자인의 위대함이라 말해도 과하지 않으리라. 디자인이 고려되지 않는 일상을 상상할 수 없으니 안목 높이기를 게을리 해선 안 되겠다.
‘노르딕 데이-일상 속의 북유럽 디자인’전(~5월5일,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 갤러리)과 ‘2011 스위스 디자인 어워즈’전(4월5일~5월6일, KT&G 상상마당 갤러리)은 유럽의 현대 디자인이 어느 분야, 어느 수준까지, 어떤 방식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귀한 전시다.
청계천변의 미래에셋 빌딩 서관 2층에 자리한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는 세계에 한국을 알리고 한국의 친구를 만든다는 가치 아래 1991년에 설립되었다. 외국인에게 우리 문화와 전통 등을 알리는 것과 더불어 외국 대사관, 기업 등의 후원으로 외국 작가, 풍물, 문화 등도 소개하고 있다.
‘노르딕 데이-’전은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의 현대 작가 10명의 설치 미술, 일러스트, 영상, 공공미술, 가구, 유리 공예, 조명 기구, 음반과 책 표지 등을 선보인다. 다양한 일상 용품을 효과적으로 선보이기 위해 작품에 어울리는 각각의 방을 만들어 공간을 이동할 때마다 새로운 세계로 들어서는 느낌을 갖게 했다. 테이블, 책장, 소파, 카펫, 조명기구, TV 등 자리 차지를 많이 하지 않는 간결한 가구를 배치한 거실을 꾸며 북유럽인의 주거 공간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식이다.
디자인 강국 스웨덴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작가 두 명의 작품도 볼 수 있다. 조규형(Kyuhyung Cho)은 판화 느낌의 책 표지를, 유화성(Mars Hwasung)은 햇볕이 적어 자연광 느낌 조명이 발달했다는 북구에서 헬멧과 챙 넓은 모자를 연상시키는, 재미있는 조명 기구를 디자인했다.
방 형식의 전시 공간 구성 못지않게 관심을 끄는 것이 타일, 주류 등을 쌓아놓는 목재 받침을 활용한 전시대다. 모던한 첨단 제품을 돋보이게 하는 투박함에서 재활용 아이디어를 넘어서는 전시 감각을 읽을 수 있다. 이는 ‘2011-’도 마찬가지다. 작품 포장, 수송용의 무겁고 거친 나무 상자에 은칠을 한 후, 조명만 더해 전시대로 재활용했다. 전시가 끝나면 다시 이 상자에 담아 다음 국가로 수송한단다.
‘서울에서 스위스를 만나다(Swiss Weeks in Seoul)’의 일환으로 기획된 ‘2011-’은 1991년부터 랑엔탈 디자인센터가 디자인 전공 학생들을 대상으로 2년마다 개최하는 공모전 수상작을 선보인다. 트럭용 방수 덮개, 에어백, 고무 등 버려지는 폐품을 재활용한 독특한 디자인의 가방 등으로 유명해진 프라이탁(Freitag) 제품 등 역시 친환경, 재활용 아이디어가 많다.
어르신들에게 뜨개질, 전통 인형 만드는 법을 배우고 젊은이들은 디지털 기기 사용법 등을 가르쳐주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작된 작품들이 전시되었는가 하면, 우리의 전통 목가구처럼 못을 쓰지 않고 짜 맞추기 기법으로 만든 조립식 테이블과 장식장도 상을 받았다. 감탄이 절로 나는 조립식 가구를 주문하면, 우리나라 목공소와 연결시켜 작품을 소장할 수 있게 해줄 계획이란다. 즉 세계적인 디자인 제품을 어느 나라에서나 쉽게,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도록 항공기 이동 등에 따른 탄소 배출, 제작과 배달 시간까지 최소화하는 기획으로 보인다.

■옥선희 대중문화칼럼니스트 eastok7.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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