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전략에 대한 2가지 오해

애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기업들을 통해 플랫폼을 접하다 보면 플랫폼에 대해 몇 가지 오해를 하기가 쉽다.
첫째, 플랫폼은 대부분 IT분야와 관련될 것이라는 오해이다. 하지만 일반 산업에서도 다양한 플랫폼을 발견할 수 있다.
‘GM 온스타’는 자동차를 플랫폼으로 활용하여 내비게이션, 자동 지원요청, 도난차량 추적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례이고, ‘나이키 플러스’는 운동화에 센서를 붙이면 칼로리 소모량, 기록 관리, 운동법 등을 알려주는 서비스로, 운동화를 플랫폼으로 활용한 사례이다.
물류 인프라도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다. 소화물 배송업체 UPS는 90년대 중반 글로벌 배송인프라와 운영 프로세스라는 자사 핵심역량을 플랫폼으로 활용하여 컴퓨터, 자동차, 전자제품 제조업체를 위한 ‘서비스 부품 물류대행사업’이라는 새로운 성장엔진을 발굴해냈다.
플랫폼에 대해 갖기 쉬운 두 번째 오해는 플랫폼은 거대 기업에만 맞는 전략이라는 인식이다. 물론 자원이 풍부한 큰 기업이 플랫폼 사업에 유리할 수도 있지만 작은 기업이라고 잘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영국 케임브리지에 소재한 반도체 설계 전문업체 ARM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 회사가 설계하는 프로세서는 설계가 단순해서 전력 소비량과 열 발생량이 적기 때문에 전 세계 90% 이상의 휴대폰과 스마트폰에 들어가고, MP3플레이어, 디지털카메라 등 대부분의 전자제품에도 사용된다. 직원 2천 명에 대규모 설비도 없지만 독자적인 설계로 세계 모바일 산업을 주도하는 있는 것이다.
IT분야도 거대기업도 아니지만 기업 경쟁력을 높여주는 플랫폼의 또 다른 사례는 우리에게 친숙한 ‘야쿠르트 아줌마’이다. 야쿠르트 아줌마는 한국야쿠르트가 유통기한이 짧은 유제품을 신선하게 배달하기 위해 도입한 방문판매조직으로, 1971년 47명에서 현재 1만3천 명으로 늘었고 유제품부터 비타민 등 건강기능식품까지 판매 품목도 많아졌다.
지금은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을 보살피거나 미아를 찾아주고 학교폭력 예방의 도우미 역할을 하는 등 봉사와 사회안전 인프라 역할도 하고 있다.
우리는 플랫폼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 다양한 가능성을 간과하기 쉽다. 이미 글로벌 기업들이 모두 선점해 버렸고, 후발 기업에게는 더 이상 기회가 없다고 속단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처음 등장했을 때 지금처럼 거대 플랫폼이 될 거라고 예상한 사람이 없었던 것처럼 앞으로 등장할 강력한 플랫폼도 지금 어디선가 작고 미약하게 시작하고 있을 것이다.
고객의 숨겨진 니즈를 읽어내고 자신이 가진 제품이나 인프라의 새로운 용도를 발견해낼 수 있는 관찰력과 통찰력이 있다면, 어느 분야의 기업이든, 가진 자원이 많든 적든 플랫폼은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무조건 업계를 주도하는 플랫폼만 꿈꾸기보다는 경쟁력을 키워주는 작은 플랫폼부터 시작하는 것도 좋은 전략일 것이다.

최병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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