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장함 속에 서려있는 지고지순한 사랑

베르디의 오페라 중 가장 웅장한 작품 <아이다>는 처음부터 관광 상품으로 기획되었다. 1869년 이집트 수에즈 운하의 개통 기념을 위해 이집트 국왕은 서유럽의 부유한 관광객유치 정책으로 베르디에게 오페라를 위촉했다. 그래서 프랑스 고고학자가 제공한 이집트 이야기를 바탕으로 <아이다>를 제작하게 되었다.

이탈리아의 최고의 음악가였던 베르디는 국회의정 활동까지 했으며, 정치발전에 대해서도 깊은 회의를 품었다. 당대 정치가와 종교지도자들의 보수반동적인 태도와 선동정치에 환멸을 느껴 구체적인 역사로부터 도망쳐 아득한 고대 이집트를 배경으로 한 오페라를 만들고 싶었다.
<아이다>의 기본 갈등은 이집트의 라다메스 장군과 암네리스 공주, 그리고 이집트의 속국인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의 삼각관계이지만, 이외에도 문명화된 이집트와 속국인 누비아의 대립, 세대를 넘어서는 아이다와 라다메스의 사랑, 또 암네리스와 아이다 사이에 있는 신분을 지배 구조 등 다양한 관계와 갈등이 중첩적으로 구성되어 있어 관람하는 동안 긴장감을 감출 수 없게 만든다.
주인공 라다메스 장군과 사랑하는 사이인 노예 신분의 ‘아이다’, 라다메스 장군을 향한 암네리스 공주의 사랑 역시 지고지순하다. 암네리스 공주는 자신과 비교할 수 없는 신분의 여자를 사랑하는 라다메스 장군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한다. 아이다와 사랑에 빠진 라다메스가 반역죄를 짓고 사형선고를 받으며, 재판에 임한 제관들을 저주까지 한다.
사방과 천장이 밀폐된 돌무덤 속에서 사랑하는 두 사람이 맞이하는 죽음은 개인을 억압하고 흡수해버리는 거대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선택이다, 이들의 죽음은 암네리스 공주와 이집트 사제들로 대표되는 무덤 밖 권력자들을 가볍게 뛰어넘는 행위가 되었다. <아이다>에서는 이승에서 불가능한 사랑을 죽음 통해 순수하고 강인한 주인공들을 볼 수가 있다.
아이다와 라다메스의 입장에서 본다면 사랑과 국가적인 책무 사이에서의 갈등을 다룬 극이고 암네리스 입장에서 보자면 철부지 공주가 파라오가 되어가는 성장드라마이다. 어느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양한 드라마가 읽힌다.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은 오페라로써 가장 유명한 곡 <이기고 돌아오라>, <오, 나의 조국>, 특히 <개선 행진곡>은 이집트군의 전승을 축하하는 장면에 불리는 트럼펫 행진곡으로 드라마나 영화 혹은 스포츠 배경 음악으로 자주 사용하고 있어 오페라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는 사람도 익숙하게 느낀다.
1871년 카이로 극장에서 초연된 이후 <아이다>는 실제로 나일강변의 3000년 된 아멘호테프 3세의 사원 옆 피라미드가 보이는 야외무대에서 공연되고 극중의 이야기와 배경이 어울려져 최고의 공연으로 꼽히고 있었다. 이집트 국왕의 예견대로 엄청난 관광 수입을 올리고 있다.
콜로세움과 비슷한 외관을 가진 이탈리아 베로나 야외극장에서는 1913년부터 거의 매년 여름 <아이다>을 공연하고 있으며,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은 매년 2차례 정기적인 공연을 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공연 때는 강렬한 색채로 고대 이집트를 배경으로 현대적인 패션쇼를 방불케 했으며,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해주기고 했다. 올해 하반기에 공연예정이다.

글·박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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