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도전하는 일은 기업이 영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로 많은 기업들은 새로운 사업에 진출해 기존 선발주자와 경쟁을 펼치고 있다.
1980년대 원예용품사업으로 시작해, 애완동물용품과 수납용품, 레저용품, 가전사업 등을 거쳐 2009년 뒤늦게 LED 조명시장에 뛰어든 일본의 아이리스오야마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일본 LED조명산업에 가장 마지막으로 뛰어들어 불과 2년만인 2011년, 매출 1000억엔, 영업이익 92억엔을 달성하며 시장점유율 1위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둔 이 기업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2012년 1월, 아이리스오야마는 향후 100개 이상의 지하철역 광고판조명을 LED로 교체하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데 성공하였다. 계약 체결 과정을 들여다보면 고객사가 왜 아이리스오야마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알 수 있다. 2011년 7월, LED 사업본부의 이시다 본부장은 늦은 저녁시간 전철회사 담당자로부터 제품 수정에 대한 요구사항을 듣게 되었다. 이후 그런데 단 며칠만에 다른 경쟁사 같으면 아직 상부에 보고조차 되지 않았을 시점에, 아이리스오야마는 고객사의 요구사항이 반영된 신제품을 가져갔다. 이렇게 경쟁사를 압도할만한 빠른 스피드는 어떻게 가능했던 것일까. 고객사의 요구사항을 들은 바로 다음날 오전 오야마 사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자가 모이는 회의에 전날 저녁 회의결과와 지적사항을 보고하고, 사장과 경영진들은 당장 작업에 들어가 당일 내에 마무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 지시를 기다리고 있던 개발팀과 영업·특허·품질관리팀 역시 곧바로 신제품에 대한 구체적인 안을 정리했고, 각자의 일터로 흩어져 그날 저녁 안에 신제품을 완성해냈다.
결국, 아이리스오야마는 신속히 만들어 낸 완성도 높은 신제품으로 과연 신생업체에게 일을 맡겨도 괜찮을까 하는 일말의 불안감마저 해소하고 신뢰를 쌓으며 수주에 성공할 수 있었다.
후발자의 필수경쟁력은 낮은 가격이다. 게다가 LED 조명은 높은 가격 때문에 특히 시장에서 보급이 더딘 상황이었다. 아이리스오야마는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일반적인 기업과는 조금 다른 공정을 선택했다. 일반적인 제조업체들은 부품비나 인건비, 운송비 등 원가에 이익을 덧붙여 제품의 가격을 결정하는 반면, 아이리스오야마는 가격을 먼저 정한 뒤 이 가격에 맞춰 제품을 어떻게 저렴하게 개발할지 고민했다. 즉 덧셈이 아닌 뺄셈의 개발방식으로 아이리스오야마는 어떤 부품을 사용해 어떤 공정을 거쳐 개발할지 전 부서가 함께 고민했다. 설계가 끝나면 생산에 들어가고 그 다음, 품질관리를 하는 일반적인 기업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설계단계부터 관련된 모든 부서의 담당자가 자신의 담당분야에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발생 가능한 문제를 조기에 발견해 대응책을 고민한 결과 아이리스오야마는 대기업보다 약 30% 이상 저렴한 제품을 출시할 수 있었고,우수한 가격경쟁력으로 LED 시장에 빠르게 침투할 수 있었다.
남들이 선점하고 있는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남들과는 달라야 한다. 남들보다 한발 먼저,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볼 수 있었던 아이리스오야마, 새로운 시장에 뛰어들길 두려워하는 많은 기업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홍선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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