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이 주인 되는 나라를 설파하다

‘조선(朝鮮)’건국의 주역 정도전은 젊은 시절 ‘맹자’를 읽고 고려말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하기 위해 혁명을 꿈꾸었다. 그가 꿈꾸는 나라는 맹자(孟子)가 가르친 ‘백성이 주인 되는 나라’였다. 맹자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공자의 뒤를 이은 유교철학의 완성자다. 그런데 그가 저술한 ‘맹자’는 군주에 대한 무조건적 충성이 강요되던 시대에 “군주답지 못한 군주는 죽여도 좋다”고 설파하고 있는 무서운 혁명의 서(書)였다.
중국 전국시대(戰國時代)에 태어난 맹자는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아버지는 아버지다워야 하고, 아들은 아들다워야 한다”는 공자의 가르침에 매료되었다. 맹자는 공자의 인(仁)의 사상을 발전시켜서 인의(仁義)의 사상을 펼쳤다. ‘맹자’에는 ‘인은 사람이 거해야 할 편안한 집이고, 의는 사람이 걸어야 할 바른 길이다’라는 대목이 나온다. 공자가 ‘어짊’에 대해서 가르쳤다면 맹자는 그 가르침에 ‘바름’을 추가했다. 맹자는 ‘인의’를 주창하여 인간론과 정치론의 기초로 삼았다. 이것이 바로 맹자의 민본주의와 혁명사상인 왕도(王道)사상이다. 학문을 완성한 맹자는 약 15년 동안 정치적 동반자를 찾아 이 나라 저 나라를 옮겨 다니며 유세를 펼쳤다. 맹자가 양나라 혜왕을 만났을 때의 일이다. 혜왕이 맹자를 반갑게 맞이하며 말했다.
“선생께서 천리를 멀다 않고 찾아오신 것을 보니 내 나라에 어떤 이익을 주시려는 것 같소이다.”
그 말을 들은 맹자는 이렇게 쐐기를 박았다.
“왕께서는 하필이면 이익을 말씀하십니까? 오직 인(仁)과 의(義)가 있을 뿐입니다.”
그러면서 맹자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왕의 주방에는 살찐 고기가 있고 마구간에는 살찐 말이 있는데, 백성들은 굶주린 기색이 있고 들에는 굶어 죽은 시체가 있으니, 이것은 짐승을 몰아서 사람을 잡아먹게 하는 것과 같습니다.”
백성들이 먹어야 할 곡식으로 군주의 소와 말을 살찌게 먹이는 것은 결국 짐승을 시켜 사람을 잡아먹게 하는 것과 같다는 뜻이다. 맹자는 철저한 이상주의자로서 군주 앞에서도 당당하게 자기의 사상을 펼치고 상대방을 설득했다. 그는 가정에 가장이라는 중심이 있듯이 세상에는 군주라고 하는 백성의 중심이 있다고 보았고, 군주는 무릇 성인이거나 성인과 비슷해지려고 하는 자로 도덕적인 하늘의 뜻을 인간세계에 실현하는 존재이어야 했다. 그것이 그의 왕도정치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맹자의 사상은 당대의 군주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백성이 주인이 되는 나라를 설파한 맹자의 왕도사상은 정도전 같은 개혁가들에 의해 받아들여져서 새로운 시대를 여는 이론적 단초가 되었다. ‘맹자’에는 성선설(性善說)의 기초가 되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惻隱之心)이 없다면 사람이 아니고, 부끄러워하는 마음(羞惡之心)이 없다면 사람이 아니며, 사양하는 마음이 없다면 사람이 아니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마음(是非之心)이 없다면 사람이 아니다.”
즉,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은 인(仁)의 단서이고, 부끄러워하는 마음은 의(義)의 단서이며, 사양하는 마음은 예(禮)의 단서이고, 시비를 가리는 마음은 지(智)의 단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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