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샹 갈렌(St. Gallen)에서 개최된 제37회 국제기능올림픽 메카트로닉스(mechatronics)분야 국제심사위원으로 참가했다.
선수들의 실제 기능올림픽 경기대회는 19일부터 22일까지 4일간 치러졌지만 심사위원들은 대회 시작 전 과제 출제와 채점기준 마련 등 대회 개최와 관련한 제반 업무준비와 대회 종료 후 채점 및 대회 평가 등을 통해 직종 정의(trade description)를 수정 보완해 차기 대회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기능올림픽 14번째 종합우승
기능올림픽이 열린 샹 갈렌은 독일과 오스트리아가 접하고 있는 스위스 동북부에 위치한 인구 14만의 섬유공업과 낙농업 중심도시이다.
이번 대회는 원래 아랍 에미레이트 연방(UAE)에서 개최하기로 돼 있었으나 UAE가 대회유치를 포기함에 따라 지난 97년 34회 대회를 치른 경험이 있는 스위스가 억지로 떠맡아 개최하는 바람에 대회준비가 역대 여느 대회에 비해 철저하지 못한 점이 눈에 많이 띄었다.
그러나 대회를 상업적으로 운영해 흑자대회가 됐고 이로 인해 독일, 노르웨이, 네덜란드 등이 2009년 대회 유치에 치열한 경합을 벌이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이번 대회에서 우리나라는 금메달 11개, 은메달 6개, 동메달 8개를 획득해 금메달 9개를 딴 주최국 스위스를 누르고 14번째의 종합 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를 거뒀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번 대회에서 하나의 가능성과 함께 하나의 불안감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먼저 기쁜 소식은 우리나라가 금메달을 수상하는 분야가 다양해졌다는 점이다. 조적(벽돌 쌓기), 창호, 석공예 등 주최국 텃세가 아주 심한 분야에서도 금메달을 수상해 우리의 기술저변을 넓혔다는 점이 이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반면 가장 많은 메달이 걸려 있는 기계·금속분야의 성적이 부진한 점은 좋지 않은 소식이다.
기계·금속분야는 역대 대회에서 평균 8개 이상 금메달을 수상한 바 있고 지난 2001년 서울 대회에서는 이 분야의 13개 메달 중 10개의 금메달을 따는 등 한국이 전통적인 강세 종목였으나 이번 대회에서는 3개의 금메달 수상에 그치는 참담한 결과를 맛봐야 했다.

국민의 관심만이 살 길
이는 다른 나라가 잘해서라기 보다는 우리나라 선수들의 실력이 부족해 얻어진 결과이기에 한국측 심사위원들이 받은 충격은 그만큼 컷던 것이다. 이 모두가 국제 기능올림픽이 세계적으로 단순한 기능보다는 기술을 중시하는 추세로 전환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이공계 내지는 실업계 기피 현상 심화로 우수한 선수를 발굴할 수 없어 빚어진 결과이고 이 문제를 해결할 마땅한 방법도 없어 우리나라가 종합 우승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심사위원들의 표정이 그리 밝지 못한 것이다.
심사를 담당한 메카트로닉스 직종도 대회가 신설된 1995년부터 2002년까지 4회 연속 금메달을 획득했으나 이번 대회에서는 장려상을 수상하는데 그쳤다.
이번 대회의 가장 큰 특징은 유럽의 강세와 대만의 몰락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유럽 여러 나라들은 이전 대회보다 선수들의 훈련을 포함한 대회준비를 매우 착실하고 철저하게 추진해 적극적으로 대회에 참가한 점이 눈에 띄었고 그 결과 좋은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대만은 지난 대회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와 종합 우승을 겨루는 기능 올림픽의 강자였으나 이번 대회에서는 금메달 3개에 만족해야하는 비참한 결과를 가져왔다.
대만이 몰락한 원인은 정권이 국민당에서 민진당으로 바뀌면서 기능올림픽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돼 발생된 것이란 것을 대만의 관계자에게서 듣게 되면서 정부 정책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됐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기능 올림픽의 강자로 계속 살아남고 선진과학기술 입국으로 성장, 도약하기 위해서는 국민과 정부의 이공계 학교에 대한 끊임없는 지원과 관심만이 유일한 길임을 확인했다.

이정로(한국과학기기조합 이사·훼스텍(주) 대표)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