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여성의 초상

스님 공부의 어려운 점으로 수면과 식사를 꼽는다. 잠을 줄이고 새벽형 인간이 되어야 하며, 소식과 채식의 바루 공양으로 마음공부를 위한 몸만들기 습관을 지녀야하기 때문이다. 불가의 엄격한 규율은, 자발적 의지로 몸의 습관을 바꿈으로써 정신 고양에 이르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뜻일 것이다.
종교 규율에 매이지 않고도 좋은 습관으로 몸을 다스림으로써 영혼을 맑게 유지한 구도자가 있었으니 스콧(1883~1983)과 헬렌 니어링(1904~1995) 부부다. 이들은 직업이나 업적을 한 마디로 정의하게 어려울 만큼 다채로운, 그러나 일관된 삶을 살았다. 스콧 니어링은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가난한 이들에 대한 연민을 안고 사회주의, 평화주의, 경제학 관점에서 저술과 강연을 하다 강단에서 쫓겨났다. 헬렌 역시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명상, 우주 질서, 예술에 관심을 기울이다 스콧을 만났다. 많은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결혼한 두 사람은 버몬트 숲에서 자급자족하며 생태주의, 환경주의, 공동체 삶을 전파했다.
니어링 부부의 저술과 삶을 따라가다 보면 100세를 맞아 스스로 곡기를 끊어 생을 마친 스콧 니어링에 대한 존경심보다 그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그의 마지막을 지켜주었고, 그 자신도 원하던 방식으로 생을 마친 헬렌 니어링에게 좀 더 마음이 기운다. 이런 마음의 경도에는 엘렌 라콩테가 1996년에 발표한 ‘헬렌 니어링, 또 다른 삶의 시작’의 영향이 크다. 엘렌은 헬렌이 지명한 전기 작가이며 유언 집행인으로서 헬렌과의 만남에서 장례식까지를 소상히 기록했다. 엘렌이 존경과 애정을 담아 그린 부부의 초상화를 따라가다 보면 니어링 부부의 사랑과 인격에 감화되는 것은 물론, 헬렌 니어링의 여성성과 신체조건 등, 모든 것을 부러워하다 신을 원망하게 될 정도다.
엘렌은 니어링 부부가 실천해온 의식과 양심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가능한 한 많은 피조물에게 선을 베풀고 해를 적게 끼칠 것. 다른 사람을 도울 것. 섬유질이 있는 식품을 먹고 줏대 있는 삶을 살 것. 각자 능력대로 일하고 필요에 따라 받게 할 것. 자신이 믿는 대로 행동할 것. 이 세상에서 삶을 마치고 떠날 때 지구가 자신이 오기 전보다 더 살기 좋은 곳이 될 수 있도록 사는 습관을 들일 것. 단순화 하고 단순화 하고 단순화할 것. 신이 만든 모든 것을 사랑할 것.”
엘렌에 의하면 헬렌은 완벽한 인간이었다. “20세기 초경 스콧은 우생학을 연구했는데, 헬렌이 거의 완벽한 인간의 여성 형질을 타고났다고 보았다.” “헬렌은 어떤 종류의 육체적 부자유도 경험한 적이 없었다. 90살이 되어서도 신진대사가 느려지는 것을 경험하지 않았다. 헬렌에게 건강과 활력이 넘쳐나는 것은 당연했다. 그녀는 깨끗한 것만 먹고 깨끗하게 살았기 때문이다.
몸과 정신이 완벽했던 헬렌이 정의한 사랑이다. “내가 스콧에게 바쳤던 사랑, 또 그에게서 받았던 사랑, 내가 알았던 모든 남녀들에게 바쳤던 사랑, 그리고 그들에게서 받았던 사랑은 이 세상에서 아직도 진동하고 있다. 사랑은 원천이자 목표이며 성취의 방법이다. 사랑에 참여한 것, 사랑을 준 것이 삶의 가장 큰 보상이다. 영원히 계속되는 사랑에는 결코 끝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사랑하고 떠나는 것은 삶의 일부이다.”

옥선희 대중문화칼럼니스트 eastok7.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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