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는 덫인가, 기회인가?

오늘날 시장은 지구를 대상으로 한다. 냉전체제 붕괴 이후 기술·금융·무역 정보 역시 세계적으로 통합되고 있다. 그 통합은 세계의 임금, 금리, 생활수준, 문화, 일자리, 전쟁과 기후 패턴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한마디로 이것을 ‘세계화’라고 한다. 오늘날 누구도 세계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세계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아침 뉴스를 이해할 수도, 투자할 곳을 찾을 수도, 미래상을 그려볼 수도 없다. 최근의 금융위기로 세계화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늘어났지만, 세계화는 좋고 싫음을 떠나 필연이고 대세다.
저명한 언론인 겸 작가이자 <뉴욕타임스>의 인기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Thomas L. Friedman)은 ‘렉서스와 올리브나무(The Lexus and the Olive Tree)’라는 책으로 21세기를 여는 벽두에 놀라운 예지력으로 세계화 현상을 진단해냈다.
‘세계화는 덫인가, 기회인가?’라는 부재를 달고 있는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는 “세계는 열 살이다. 그것은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을 때 태어났다”라는 말로 시작된다. 저자는 세계화가 가져오는 갈등의 구조를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에 빗대 설명하고 있다. 렉서스로 상징되는 현대적 세계화 시스템과 올리브나무로 상징되는 오래된 문화·지리·전통·커뮤니티 사이의 긴장과 충돌을 생동감 있게 묘사한다. 세계화라는 무거운 주제를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사례, 일화, 그리고 비유를 통해 재미있고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고 있다.
10년 전에 이 책을 처음 읽은 사람들은 세계화가 가진 문제의 실체를 만나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예컨데 이 책에는 미국 사람들이 자신의 신용카드 명세서에 대해 문의전화를 하면 그 전화를 인도의 콜센터에서 받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 충격적인 것은 또 있었다. 미국 남부 지방에 사는 사람이 콜센터에 전화를 하면 보통 그 지역 사투리 교육을 받은 상담원이 응답을 한다는 것이었다. 전화를 건 사람이 자기 지역 사람과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위해서였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인도 사람과 이야기하고 있다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채 지극히 개인적인 신용카드에 관해 이런저런 비밀을 털어놓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지구촌의 글로벌화 모습을 카메라맨처럼 생생하게 묘사한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는 ‘세계화에 대해 깊이 읽고 생각하도록 맥을 짚어주는 책’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그런 공로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글.이채윤·삽화 이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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