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 보고 사는 사람들의 숨겨진 힘

한때 ‘이기적 유전자’란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있다. 지금도 꾸준히 팔리는 그 책의 내용은 좀 살벌하다. 그 책을 요약하면 ‘진화의 주체가 인간 개체나 종이 아니라 유전자이며 우리는 유전자로 알려진 이기적인 분자들을 보존하기 위해 맹목적으로 프로그래밍 된 로봇’이다.이 같은 주장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고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과연 인간은 유전자에 구속된 존재인가?
유럽 최고의 학술저널리스트로 평가받고 있고 있는 슈테판 클라인(Stefan Klein)은 ‘이타주의자가 지배한다(원서 : Der sinn Des Gebens /슈테판 클라인 지음/장혜경 옮김/웅진지식하우스)’에서 ‘의외로 이타적인 사람들’이 세상을 이끌어 나가고 있음을 설파하고 있다. 이 책에는 ‘손해 보고 사는 사람들의 숨겨진 힘’이라는 부제(副題)가 달려 있는데 인간 행동을 연구하는 다양한 학문과 이기심과 이타심에 관한 최신의 유명한 실험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독일 뮌헨에서 출생한 저자는 철학, 물리학, 뇌과학, 심리학, 사회학 등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넘나들며 이타주의자가 세상을 지배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협력하면 모두에게 득이 되는데도 왜 우리는 협력하지 못하는 걸까? 라는 질문부터 던지고 있다.
슈테판 클라인은 우선 이기적으로 살지 않으면 손해 보고 뒤처질 거라며 불안해하는 사람들에게 남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으로 돌아온다는 태고의 진리를 과학적 논리와 경험적 사실로 확인시켜준다. 이타주의자가 실제로 더 잘 살까? 보통 사람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퍼주는 사람은 남는 것이 없을 테니까. 누구나 헌신적인 사람을 칭찬하지만 뒤에서는 비아냥거린다. 순진하기는! 하고 혀를 끌끌 찬다. 언뜻 보기엔 시간과 힘, 돈을 자신의 목표를 위해 투자하는 사람이 더 이익을 볼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보통 사람들의 생각이 틀렸다.
먼 옛날부터 인류는 식량이 부족한 세상에서 협력을 통해 위기를 극복했다. 원시인들의 공동 사냥은 집단 구성원의 상호 의존도를 높이고 새로운 경제 기반을 마련했다. 오늘날의 인간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이제는 손으로 일하는 사람보다 머리로 일하는 사람이 더 많고, 더 큰 가치를 창출해낸다. 하지만 지식은 아무리 나눠주어도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함께 노력할 때 더 큰 성과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 성과는 아무리 혼자 간직하려 애써도 소용없다.
이런 지식의 속성은 나눔의 문화를 장려한다. 미래의 경제에서 나눔 정신과 이타심의 재능이 주목받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사람들은 이기적인 것 같으면서도 인간애에 대한 믿음의 숨겨진 힘에 의해서 인류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다. 그것은 공감과 소통의 능력 때문이다. 옆 사람이 웃으면 따라 웃게 되는 까닭은 감정이입 때문이며 감정이입은 타인을 이해하는 통로로서 나와 너의 경계를 허물어 버린다. 인간은 공감을 잘하면 더 잘 배우고 더 잘 협력하게 된다. 미래는 이타주의자의 것이다.

- 글.이채윤·삽화 이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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