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성장 새로운 돌파구 찾아라”

최근 세계경제가 눈에 띄게 활력을 잃어가면서 많은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신사업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자사 역량에 대한 고려 등이 없이 무턱대고 뛰어들었다가는 낭패를 보기 쉽다. 실제로 미국 컨설팅 기업 베인의 조사 결과, 신사업이 성공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25%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저성장기조를 돌파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 중 하나로 최근 부상하고 있는 것이 바로 ‘비즈니스모델 혁신, 즉 BMI(Business Model Innovation)’이다.
BMI의 구성요소는 아홉 가지로 나눌 수 있으며, 이는 크게 ‘가치창출’과 ‘이익실현’의 2가지 영역으로 구성된다. 우선 가치창출 영역은 누구에게 가치를 제공할 것인가를 뜻하는 ① 목표고객, 어떻게 가치를 창출할 것인가의 ② 가치창출 방식, 그리고 어떤 형태로 가치를 제공할 것인가의 ③ 가치제공 형태, 또 어떤 가치를 제안할 것인가를 의미하는 ④ 가치제안 등 네 가지로 구분이 되고, 이익실현 영역은 누구로부터 이익을 실현할 것인가를 뜻하는 ⑤ 과금대상, 고객과 어느 접점에서 이익을 실현할 것인가를 의미하는 ⑥ 채널, 어떤 과금방식으로 이익을 실현할 것인가를 묻는 ⑦ 과금방식과 어떤 활동으로부터 이익을 실현할 것인가를 정하는 ⑧ 매출·수익원으로 구성이 된다.
이렇게 가치창출과 이익실현 과정을 모두 설계했다면, 마지막으로 산업 가치사슬 내에서 자사에 적합한 ⑨ 포지셔닝을 결정함으로써 BMI가 완성된다.
영국의 ‘롤스로이스 PLC’는 원래 비행기엔진을 만들어서 판매하던 회사였는데, 초기에는 상대적으로 마진이 큰 부품이나 유지보수서비스를 통해 추가수익을 창출했다. 그런데, 몇몇 중소기업이 더 저렴한 가격에 유지보수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나서면서 문제가 발생했고, 이에 대응해 롤스로이스는 BMI를 단행했다.
단순히 항공사에 엔진을 판매하는 대신, 엔진이 작동되는 시간에 비례해 사용료를 받기로 한 것이다. 이제 영국 더비에 위치한 롤스로이스의 상황실은 세계 각지의 제트엔진 3,500여개의 성능을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엔진이 고장날 가능성이 큰 시기까지 예측해, 항공사가 엔진교체 일정을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롤스로이스의 BMI는 앞서 제시된 아홉 가지 구성요소 중 어떤 것을 변화시킨 것일까? 일단 눈에 띄는 것은 ‘가치창출’과 ‘제공방식’의 변화이다. 제품판매 후 필요시 유지보수 서비스 제공이라는 기존의 순차적 방식에서 벗어나, 항공사로부터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수신하면서 상시적으로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호작용과 토털솔루션 제공방식으로 바뀐 것이다. ‘과금방식’ 역시 일괄 과금에서 이용시간 당 사용료청구(pay-per-use) 방식으로 바뀌었고, 이에 따라 수익흐름도 달라졌다. ‘제공하는 가치’ 또한 단순한 성능에서 편의와 신뢰를 포함하는 것으로 확대됐다.
BMI는 우리가 선입견을 갖고 있는 것처럼 IT분야에서만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인터넷이나 모바일기술 같은 첨단기술이 반드시 요구되는 것도 아니다. 전세계 기업들이 본격적인 저성장의 위협에 직면한 지금,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다시한번 꼼꼼히 들여다보고 새로운 가치와 수익흐름을 창출해 낼 수 있는 변화의 가능성을 고민하는 것은 새로운 성장의 돌파구를 찾기 위한 의미 있는 시도가 될 것이다.

강한수
삼성경제연구소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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