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과 e-Book … 변혁의 기로에 선 책 산업

문자가 발명된 이래 인류는 수천 년에 걸쳐 점토판, 대나무, 파피루스, 비단, 양피지, 종이로 변신을 거듭하며 서적문화를 꽃피워왔다. 인류가 지금과 같은 문명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온갖 지식을 담아낼 수 있었던 서적문화에 빚진바 크다 할 것이다. 중국의 채륜에 의해 발명된 제지기술이 751년 당나라를 거쳐 유럽으로 전파되고, 요하네스 구텐베르크에 의해 인쇄술이 발명된 후, 종이책은 오늘날의 인류문명을 구축한 중심축이 되어왔다. 그러나 디지털과 인터넷 시대를 맞이해서 종이책은 구텐베르크 이후 가장 큰 변혁의 기로에 서 있다.
‘파피루스에서 e-Book까지 진화’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책의 미래(장기영, 푸른영토, 2011년 9월 출간)’는 전자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어떻게 종이책을 대체해 나가고 있으며, 책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진단을 내려놓고 있다. 저자 장기영은 한국전자출판협회 사무국장으로 2000년 한국e-Book산업협의회 결성을 주도하고, 2006년 한국e-Book산업협의회와 한국전자출판협회 통합을 주도하는 등 지난 10여 년간 전자책의 최전선에서 일해온 전문가이다.
‘책의 미래’는 지난 10년간의 전자책 산업에 대한 기록이자 고찰이자, 국내 전자책 산업의 발자취를 한 눈에 훑어 볼 수 있는 책이다. 저자는 지금 우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단말기 진화의 끝은 어디까지 일까?라는 질문을 툭툭 던지며 종이책과 디지털 출판시장의 추이를 진단하는 동시에 현대인의 독서 스타일의 변화를 추적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인터넷 서점 아마존은 전자책 단말기 ‘킨들’을 통해 주문형 출판 서비스로 기존 출판사의 존립 기반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 전국 단위 서점 체인을 양분해온 ‘보더스’는 2011년 파산했고 ‘반스 앤드 노블’은 1332개 체인점의 책 수요 감소로 휘청거리고 있다.
디지털환경 속 책의 위상은 단말기의 진화와 궤를 같이 한다. 그동안 컴퓨터 스크린은 인쇄된 종이만큼의 만족감을 주지 못했으나 단말기 기술의 발달로 전자책은 불이 번지듯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은 이미 주문 인쇄를 번성하는 사업으로 만들었고 컴퓨터뿐만 아니라 모바일을 통해 책을 이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또한 구글은 수십 개의 연구도서관 장서 1000만 권을 디지털화해서 정보의 평등화를 꿈꾸는 디지털 계몽주의를 펼쳐 나가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자유자재로 찾아볼 수 있도록 하는 ‘책이 없는 도서관’, ‘책 유토피아’, 이제껏 상상하지 못했던 초대형 디지털 도서관을 일구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전자책과 종이책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책 발간사에 “책을 지독하게 사랑하지만 출판산업 양극화의 벼랑 끝에서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중소 출판사와 5만여 개의 무실적 출판사, 그리고 종이책 시스템에서 소외되어 왔던 새로운 전자책 세상에서 디지털 셀프 출판의 꿈을 키워가는 저자와 작가들을 전자책으로 인도하는 안내자”가 되기 위해 이 책이 세상에 나왔다고 설명한다.

- 글·이채윤 / 삽화·이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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